고질적 프랜차이즈 갑질…'을(乙)'에 힘 실어준다

유태영 기자

ty@kpinews.kr | 2025-08-20 16:45:42

하남돼지·버거킹 본사, 가맹점주 갑질에 과징금
공정위원장 후보 "경제적 약자가 강자 되도록"
점주 단체협상권 법안, 추석 전후 통과 전망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가맹점주 대상 갑질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반복되는 병폐를 끊어내기 위해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여당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가맹점주들에게 제도적으로 힘을 실어줘 역학 관계 구도를 바꾸려는 것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겹살 프랜차이즈 '하남돼지집' 운영사 하남에프앤비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8000만 원을 부과받았다.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육류 등 물품 공급을 중단한 행위 등이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공정위는 필수품목 거래 상대방을 강제한 행위에 대해 '경고' 조치했다.

하남에프앤비는 "공정위의 판단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청구, 사법적 판단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소감을 전하고 있다.[뉴시스]

 

하남에프앤비는 2015년과 2016년 가맹점주 A씨와 가맹 계약 체결 당시 명시하지 않은 물품 26종을 2020년 7월에 필수 품목으로 지정했다. A씨가 필수품목으로 지정한 물품 등을 구입하지 않자 하남에프앤비는 2021년 10월부터 가맹점 운영에 필수적인 육류, 명이나물, 참숯 등의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매장 운영을 위해 다른 곳에서 육류를 매입하자 하남에프앤비는 2022년 2월 가맹 계약을 중도 해지해 문제가 불거졌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3일엔 버거킹 가맹본부 BKR에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거래상대방 구속·기만적 정보제공)로 과징금 3억 원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지난 2013년부터 가맹점주에게 주는 정보공개서에 세척제 15종과 토마토를 자사 또는 특정 업체로부터 사도록 강제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준다는 정보를 점주에게 정확히 알리지 않은 혐의도 있다.

가맹점주의 절반가량이 본사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공정위의 '2024년 가맹 분야 서면실태조사'에 따르면, 가맹점주 4567명 중 54.9%는 '본사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불공정거래 경험 응답은 전년(38.8%)에 비해 16.1%포인트나 증가했다. '필수품목 중 불필요한 품목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78.7%가 '있다'고 답했다.

'갑질'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2024년 가맹분야 실태조사 결과 중 '가맹본부로부터 경험한 불공정행위 유형'.[공정위 자료]

 

주병기 공정위원장 후보 "경제적 약자가 강자 되도록" 

이재명 정부의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정 거래'를 강조하며 갑질 근절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지난 14일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 첫 출근길에서 "경제적 강자가 갑질을 행사해 약자들의 혁신과 성과를 가로막는다"면서 "중소 벤처 기업과 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가 경제적 강자로 될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의 초대 공정위원장인만큼 가맹점주 권리 보호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일부 가맹본부의 갑질 논란으로 인해 모든 가맹본부를 규제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가맹점주 단체협상권 법안, 추석 전후 통과 전망

더불어민주당은 가맹점주들에게 단체협상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지난 3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개정안은 올 추석 전후로 통과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가맹점주 권익 보호 방안을 내세운 바 있다. 

패스트트랙 법안은 최대 180일간의 심의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90일을 거친 뒤 본회의에 부의되면 60일 이내에 표결 처리된다.

또 민주당 이강일 의원은 '필수물품' 개념을 명시하고 본사가 가맹점에 이를 부당하게 구매 강요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표지만 바꾸거나 포장만 다른 사실상 동일 제품을 본사 납품용으로 지정해 구매를 강요하면 부당 행위로 간주한다. 필수물품 변경 시 가맹점주의 명시적 동의를 의무화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야권도 힘을 보태고 있다. 국민의힘 박종훈 의원은 가맹 계약 체결 시에만 제공하던 예상 매출 자료를 기존 가맹점에도 매년 서면 제공하도록 본사에 의무를 부과하는 등 내용의 가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가맹점주에 권한을 넘겨주면서 제재 방안은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단체협상권이 가맹점주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일부 점주들에 의해 가맹본부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70%가 가맹점 수 10개 미만"이라며 "이런 곳들은 소수 가맹점주들의 단체협상권에 의해 사업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KPI뉴스 / 유태영 기자 t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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