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는 한미약품-OCI, 재계순위 '껑충'…셀트리온도 앞지른다
김경애
seok@kpinews.kr | 2024-01-15 16:31:21
한미는 R&D 투자비, OCI는 신성장동력 확보
한미 송영숙 회장, 장녀와 주도…경영 후계자 낙점
한미家 장·차남 반발, 경영권 분쟁 장기화할 수도
에너지·화학 기업인 OCI와 전통 제약사인 한미약품이 그룹 통합을 추진하면서 제약·바이오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한미약품 재계순위, 단숨에 30위로 껑충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OCI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는 지난 12일 대주주 지분 맞교환을 통한 그룹 간 통합에 합의했다.
이를 통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취득, 최대 주주가 된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의 장녀인 임주현(49) 한미약품그룹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측 주요 주주들은 OCI홀딩스 지분 10.4%를 차지하며 1대 주주가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에 속한 14개 계열사의 자산총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조2044억 원이다.
자산총액 규모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서열을 나누는 척도로 쓴다. 재계에서도 그룹 서열을 가르는 지표로 사용한다.
핵심 사업회사인 한미약품이 1조9130억 원으로 가장 많고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1조1417억 원이다. 이어 △북경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 4988억 원 △약국 관련 계열사인 JVM 2455억 원 △온라인팜 2002억 원 △원료의약품 계열사 한미정밀화학이 1483억 원 등이다.
이번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자산총액 12조2810억 원)이 합칠 경우 자산총액이 16조4854억 원으로 불어난다. 지난해 4월 기준 31위인 효성그룹(15조8510억 원)를 제친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서열이 가장 높은 셀트리온(15조1320억 원)도 뛰어넘는다.
한미는 상속세와 R&D 투자비 해결…OCI는 신성장동력 확보
이번 그룹 통합으로 특히 한미약품의 상속세 이슈가 해소된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2020년 8월 임성기 회장이 별세하면서 고 임 회장 배우자인 송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 장남 임종윤(51) 한미약품그룹 사장·코리그룹 회장, 차남 임종훈(46) 한미약품 사장에게 5000억 원 규모의 상속세가 발생했다.
이들 오너일가는 약 699만여 주 상속으로 발생한 세금을 갚기 위해 한미사이언스 보유 지분 매각에 나섰다. 지난해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11.78%(3132억 원 규모)를 사모펀드에 넘겼다.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최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한미 오너일가는 유동성 확보에 유리해졌다. 상속세 조기 납부는 물론 수백 내지 수천억원대 비용이 투입되는 신약 R&D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OCI그룹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제약·바이오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한미약품이 OCI그룹과 통합되면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를 비롯한 30여 개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가 부광약품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장·차남 패싱에 공개 반발…경영권 분쟁 조짐
지난 13일 장남인 임종윤 사장은 개인회사인 코리그룹의 엑스(옛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와 관련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 없다"며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주주 지분 맞교환 계약이 장남과 차남 동의 없이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 주도로 이뤄진 데 대한 반발이다.
현재 오너 4명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송 회장(12.56%), 임종윤 사장(12.12%), 임주현 사장(7.29%), 임종훈 사장(7.2%) 순이다. OCI와 지분 맞교환이 완료되면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지분율은 각 0%, 1%대가 되는 대신 OCI홀딩스 지분율은 10.4%가 된다.
개인으로서 OCI홀딩스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통합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임주현 사장이 경영 후계자로 낙점된 셈이다.
업계는 임종윤 사장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차남인 임종훈 사장을 비롯한 우군 포섭과 우호 지분 확보, 가처분 신청을 포함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소송전으로 갈 경우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임성기 회장 별세 후 상속세 이슈와 맞물려 지속 이슈가 된 한미사이언스 형제 간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게 됐다"며 "향후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경애 기자 seo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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