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종전 후 韓에 재건·방산 큰 기회"…입법조사처 분석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7-15 16:59:01
GDP 대비 지원액, 일본 0.23% 한국 0.05%
한국 기업들 위해 러시아 관계 회복 필요
"유럽으로 무기 수출은 더 늘어날 것"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한국은 재건 사업뿐 아니라 방위산업에도 더 큰 기회를 맞을 것이란 분석이 국회에서 나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한편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도 필요하다는 주문이 뒤따른다. 정부는 한국도 전쟁을 겪은 이후 경제 발전을 이뤘다는 점을 강조하며 재건 사업 참여 의지를 적극 보이고 있다.
심성은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15일 보고서를 통해 "평화 협상이 현 전선을 유지하거나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 일부만 우크라이나에게 반납하는 식으로 진전된다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러시아 내 재건 사업 규모도 상당할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 2월 세계은행이 발표한 4차 우크라이나 재건 피해 및 수요 조사(RDNA4) 결과에 따르면 필요 비용은 5236억 달러(약 722조 원) 규모에 이른다. 재건 참여를 위해선 사전 지원이 필수다.
심 조사관은 "비살상 무기와 인도주의적 지원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2022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지원 금액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0.23%인데 한국은 0.05%에 불과하다. 그는 살상 무기 제공은 전쟁 문제에 복합적으로 관여되므로 매우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2023년 우크라이나 정부와 함께 키이우 교통 마스터플랜, 우만시 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랜, 보리스필 공항 현대화 등 '6대 선도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폴란드 정부와 우크라이나 재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과거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재건 사업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협력의 틀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정부 시기 멀어진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도 과제다. 심 조사관은 "러시아와의 관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되지 않도록 유의함으로써 현재 러시아에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쟁 이후 서방 기업들이 대거 러시아에서 철수한 것과 달리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잔류했기 때문이다. 2021년 116개였던 러시아 현지 한국 법인 수는 2023년 118개로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재건 사업도 러시아와 협의해야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피해가 큰 지역 중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지역은 최전선이거나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곳들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키이우무역관에 따르면 이들 지역이 재건 필요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달한다. 키이우무역관은 "러시아 점령지로 확정된다면, 해당 지역의 재건을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가 담당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방위산업에 미칠 영향과 대응 방안을 선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의 방위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한국의 무기 수출 중 유럽 비중은 2017~2021년 6.1%였는데 2023년에는 28%로 급증했다.
심 조사관은 "향후 우리나라의 대(對)유럽 무기 수출은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유럽연합(EU)은 '방위태세 2030'을 통해 대규모의 공동 무기 개발·생산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향후 EU와 긴밀한 안보 협력을 유지하는 국가만 이러한 프로젝트에 제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EU와 안보방위파트너십을 체결한 덕분에 자격은 갖췄다. 다만 EU 회원국 등과의 협력 없이 단독으로 참여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과의 안보 협력을 앞으로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방위산업 기업들은 현지 회사와의 합작 등 현지화 전략이 필요한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해 10월 폴란드 회사와 한국산 '천무' 미사일 생산 협력 계약을 맺은 것이 모범 사례로 꼽혔다.
정부는 지난 10,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제4차 우크라이나 복구 회의'에 권기환 글로벌다자외교조정관을 파견했다. G7 및 EU 회원국들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 국제기구에서 5000여 명이 찾은 자리였다.
권 조정관은 회의에서 "우리의 경험을 토대로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기여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에너지와 건설 등 분야에서의 강점을 기반으로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에 적극 참여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50일 내 전쟁을 끝내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러시아에 "매우 혹독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다. 러시아의 무역 상대국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해 러시아를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러시아 대응이 주목된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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