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 부는 철강, 유럽발 '관세 폭탄'에 다시 된서리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10-10 16:45:18
원재료 가격은 내려…포스코 실적 개선 전망
EU 관세 인상 예고에 정부·업계 긴급회의
野 박수영 "불난 집에 번개 맞은 처지 됐다"
철강 업황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관세 인상을 추진해 찬물을 끼얹는 양상이다. 이익이 늘더라도 관세로 상쇄되는 구조적 난관이 닥친 셈이다.
10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자동차 등 제조업 전반에 쓰이는 열연 유통 가격은 지난 3일 기준 톤당 83만 원으로 1년 전에 비해 6.4% 올랐다. 선박 제조와 건설업 철강재로 많이 사용되는 후판 유통가도 92만 원으로 3.4% 상승했다.
철강업 부진의 주된 요인인 저가 중국산 등의 유입을 축소하는 조치가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중국산 후판에 대해 최대 38%의 잠정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지난 8월 말에는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에 대해 28.2~33.6%의 반덤핑 예비 관세를 확정한 바 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달부터 중국 및 일본산 열연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며 "수입산 물량의 감소는 국내 업체들의 판매 증가로 이어질 전망인데 국내 열연 유통 가격도 이미 상승세로 전환했다"고 짚었다.
또 주요 원재료인 철광석과 연료탄 가격은 내림세를 보이고 있어 철강 업계는 모처럼 마진이 늘어날 기회를 맞았다.
미래에셋증권은 포스코홀딩스의 철강 부문 3분기 손익이 판매가 대비 원재료가격의 하락 폭 확대에 따른 마진 개선으로 2분기 대비 증가할 것으로 최근 분석했다. 특히 조선업으로 향하는 후판의 경우 톤당 3만 원 인상안에 대한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조금씩 훈풍이 불어오는 중에 유럽발 악재가 발생한 것이다. EU는 지난 7일(현지시간) 기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철강 관세할당(TRQ) 도입 제안을 발표했다. 무관세 할당량(수입 쿼터)을 지난해 대비 47% 줄이고 쿼터 밖 초과 물량 관세율은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는 게 골자다.
글로벌 철강 과잉 생산과 미국의 고율 관세(철강 50%)에 따른 저가 수입산의 대량 유입 차단, EU 지역 내 철강 산업 보호 필요성 증가 등이 배경이다.
한국 철강업계는 미국에 이어 또 하나의 관세 폭탄을 맞을 위기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월 한국 업체들의 EU 지역 철강 수출액은 27억5300만 달러(약 3조9000억 원)로 1위 수출국인 미국(28억3800만 달러)과 유사한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박종원 통상차관보 주재로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와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산업부는 EU의 일반입법 이행 절차가 수개월 소요되는 것을 감안할 때 내년에는 한국의 철강 수출 2위 시장인 EU에서의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산업부는 EU가 쿼터 물량 배분 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 대해 고려하겠다고 밝힌 만큼 다양한 공식·비공식 협의 채널에 적극 임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중에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글로벌 공급 과잉에 대비한 품목별 대응 방향과 지원책, 반덤핑 등 제도를 통한 불공정 수입 대응 강화, 저탄소 철강재 인센티브 마련 등이 담긴다.
이날 회의에서 철강업계는 정부 차원의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을 요청했다. 업계는 특히 각국이 수출 장벽을 높이는 상황에서 통상 방어 조치가 상대적으로 엄격하지 않은 국가를 대상으로 이른바 '밀어내기 수출'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불공정 수입 철강재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보다 집중적인 통상 대응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올해 미국에 내야 할 관세가 4000억 원 규모라고 전했다. 박 의원은 "EU도 한국산 철강 제품에 관세 50%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철강업계는 불난 집에 번개 맞은 처지가 됐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회에는 여야 의원 106명이 지난 8월 초 공동 발의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 특별법'(K스틸법)이 계류돼 있다. K스틸법은 5년 단위의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각종 보조금·세제 지원과 규제 혁신 등의 근거를 담았으나 여야 대치 정국에서 논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비쟁점 법안 조차도 정쟁에 막혀 골든 타임을 놓칠 상황에 처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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