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에서 '견제자'로…국민연금 반대의결권, 최근 4년 60% 근접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6-01-06 10:39:16
이사 보수 안건에 집중, 반복 반대도 늘어
5년 이상 반대는 시가총액 상위, 대기업그룹 많아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최근 4년간 6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거수기' 오명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이사의 보수 한도 안건에 대한 반대 양상이 두드러졌다.
6일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2022~2025년 의결권 행사 대상 기업은 2391개였으며 이 중 반대 의결권 행사가 1424개 사로 59.5%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2014~2017년 36.6%에서 2018~2021년 54.0%로 크게 치솟았고 이후에도 증가 흐름을 보인 것이다.
2018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도입 이후의 변화다. 이는 단순히 투자에 그치지 않고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토록 한 준칙이다. 강성명 ESG기준원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과거 '의결권 거수기'라는 비판적 평가를 극복하고,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기점으로 책임 있는 기관투자자로서 역할을 적극 이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기업 중 과거에도 반대한 이력이 있는 재반대 비중은 2022~2025년 의 7.7%에 이르렀다. 국민연금이 기존 문제점 지적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부정적 의견을 내고 있는 것이다.
안건 종류별로 보면 '이사 보수 한도'에 대한 반대 비중이 2022~2025년에 38.4%로 가장 높았다. 2014~2017년에는 2.5%에 불과했는데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반대 사유는 대부분 실적에 비춰 보수가 과하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주총에서도 "보수한도 수준 및 보수금액이 경영성과 등에 비추어 과다한 경우에 해당하여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전년 430억 원(이사 수 11명)에 비해 낮춘 360억 원(10명)을 이사 보수 한도 안건으로 올렸지만 국민연금은 부적절하다고 봤다.
삼성전자는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던 2023년에 6조567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2024년에 32조7260억으로 크게 반등했지만 40조~50조 원대였던 과거에 비해 여전히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국민연금은 이 같은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재반대 비중은 같은 기간 10.7%에서 76.1%로 치솟았다. 국민연금의 반대 의견이 관철되지 않고 회사 측이 책정한 이사 보수 한도를 그대로 승인하는 경우가 그만큼 많다는 점을 방증한다.
국내 기업들은 주총에서 전체 이사의 보수 총액을 승인받은 이후 이사회가 개별 이사 보수를 정하는데, 기업 실적과 연계되지 않거나 최대주주 일가에 대한 과도한 지급 등 비판이 지속돼 왔다.
국민연금이 이사 보수 한도 안건에 국민연금이 반대한 해의 수(연수)를 기준으로 보면, 2년 이상인 기업 비중은 2014~2017년 0.23%로 극히 낮았으나 2018~2021년 7.6%, 2022~2025년 16.9%까지 늘었다.
특히 반대 연수가 5년 이상인 경우 대기업그룹인 기업집단소속(57%)과 시가총액 상위 그룹 '코스피200'(48%)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또 반대 연수 1년인 기업의 등기이사 1인당 평균 보수는 7억4100만 원인데, 5년 이상은 16억3200만 원으로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강 연구원은 "지배력이 강한 기업일수록 보수 정책의 개선이 어렵거나 지연돼 국민연금의 반복적 반대가 나타난다"면서 "초기 단계를 넘어 반대가 지속되는 경우, 그 요인은 수익성 자체가 아닌 국민연금의 개선 요구를 회피하는 기업의 지배구조 요인에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의) 반대가 집중되는 안건은 이사 보수 한도에 편중되어 있고, 장기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개선이 제한적"이라며 "타 기관투자자와 시장참여자 및 여론과의 연계를 통해 공개적 공동 압력을 형성함으로써 기업의 실질적 행동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영국의 '세이온페이'(Say-on-Pay)와 같이 주총에서 경영진 보수 전반에 대해 주주가 찬반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제도 등 임원 보수 전반에 대한 실질적 평가 및 승인 권한을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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