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미래 투자 불확실성…"성장 사업이나 재무 우려 커"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10-01 16:56:08

바이오·2차전지 양대 신사업에 막대한 투자
그룹 순차입금 40조 넘어, 이익의 7.7배
"글로벌 증설 경쟁, 신규 업체 불확실성 확대"
롯데지주 자사주 매각 가능성 "일본롯데 비중 커질 수도"

롯데그룹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주력 사업의 어려움 속에서 신사업에 막대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데 성과는 가늠하기 어렵고 재무 부담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에 따르면 롯데그룹 주요 4개 계열사(롯데케미칼,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지주)의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164억 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893억에 그쳤는데, 이보다도 뒷걸음질쳤다.
 

▲ 롯데월드타워 전경. [뉴시스]

 

호텔롯데가 지난해 상반기 526억 원 손실에서 444억 원 흑자로 돌아섰지만 롯데케미칼이 지난해보다 1000억 원 이상 불어난 3771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타격이 컸다. 

 

4개 주요 계열사의 합산 투자 규모는 지난해 4조8000억 원 규모로 합산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4조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영업을 통한 현금 창출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재무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롯데그룹 합산 순차입금 규모는 40조 원을 넘어서 EBITDA의 7.7배까지 상승했다. 

 

롯데그룹의 투자 규모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2조7000억 원, 3조1000억 원으로 EBITDA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2021년 4조8000억 원으로 EBITDA와 유사한 규모로 커졌고 이듬해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이익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2023년에는 투자 규모가 6조7000억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신평은 "그간 확장적 투자 기조 하에서 주요 계열사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투자 성과로 인해 재무 부담이 확대되었다"고 짚었다. 

 

롯데그룹 신사업의 두 축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과 2차전지 소재다. 2022년 설립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같은 해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미국 공장을 인수했고 최근에는 인천 송도에 메가플랜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2344억 원이고 801억 원의 영업손실을 보였다. 순차입금은 2023년 315억 원에서 지난해 3941억 원으로 급증했다. 2030년까지 3개 공장 준공을 목표로 하는 송도플랜트의 투자 예상액은 30억 달러(약 4조2000억 원)에 이른다. 

 

미래 가능성이 높은 분야이긴 하지만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한신평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업계 선도기업들이 앞다퉈 증설 및 인수합병 등을 통해 경쟁적으로 설비 확장에 나서고 있어 후발주자의 초기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이 롯데그룹의 주요 수익 기반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기존 글로벌 업체들의 증설 경쟁은 신규 진입업체 투자 성과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자체적인 자금 조달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결국 롯데지주 등 계열사의 직·간접적 재무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2차전지 소재도 녹록지 않다. 롯데케미칼이 2023년 2조70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가 음극재에 들어가는 얇은 구리막인 동박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고 있으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올해 6월 기준 영업이익률이 -21%에 이를 정도로 부진을 겪고 있다. 

 

한신평은 "롯데그룹이 신성장 동력으로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바이오의약품 CDMO와 2차전지 소재 사업 분야는 중장기 수요 성장이 예상된다"면서도 "양 사업 모두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하며 현재로서는 성장 기대 보다는 투자와 실적 부담 우려가 더 커 보인다"고 평가했다. 

 

앞서 한국기업평가(한기평)도 롯데그룹에 대해 "화학·호텔·건설 부문의 현금창출력 저하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본격적인 투자 집행으로 차입 규모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신사업 중심 투자 계획을 감안할 때 재무 부담의 과중한 수준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또 흥국증권은 전날 롯데지주에 대해 올해와 내년 수익 예상치가 낮아졌다는 이유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국내 시설 투자 본격화와 자회사 관련된 자금 소요 지속으로 순차입금 축소는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같은 날 고정욱 롯데지주 사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롯데지주의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사주 대량 보유 경위 등을 묻겠다는 이유에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는데 롯데지주의 자사주 비중은 27.5%로 높은 수준이어서 처리 방안을 조만간 정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자금 소요를 감안하면 소각보다는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이 과정에서 일본롯데 계열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신평은 "롯데지주의 최대주주인 신동빈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45.4%이며, 이 중 호텔롯데, 롯데알미늄, 롯데물산 등 일본롯데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은 26.9%"라며 "롯데지주 자사주의 계열 내 처분 과정에서 그 비중이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고 짚었다. 

 

신동빈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I코퍼레이션 회장)은 지난 8월 롯데지주 지분 0.01%를 매수하면서 주주권 행사를 예고한 바 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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