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부동산 전망] 정책 '약발' 없어져도 오를까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3-09-27 18:26:36
전문가들 '최대 변수는 금리' 한목소리…전망은 엇갈려
"기대심리 꺾이진 않았다" vs "금리 오르면 버티기 어렵다"
추석 연휴 이후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통상 '가을 이사철'로 통하는 10~11월이 시장 분위기를 가늠할 바로미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특히 추석을 기점으로 올해 상반기 이후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정부의 대출지원이 대폭 축소된다는 점에서 현재 시장의 '실질적인 체력'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집값은 확연한 반등 추세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는 4.41% 올랐다. 특히 서울은 11.17%나 오르며 지난해 하반기 낙폭을 대부분 회복했고,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 가격도 7.57% 상승했다. '데드 캣 바운스(하락장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회복)' 논란을 불식할 만한 수치다.
하지만 아직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집값이 반등하는 과정에는 '특례보금자리론'이나 규제를 우회하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 정부의 부동산 연착륙 방안이 큰 영향을 미쳤다. 가격은 올랐어도 거래는 썩 활발하지 않다. 팔 사람은 호가를 올리지만 사는 사람이 없다 보니 매물은 두텁게 쌓였다. 어딘가 불안한 반등이다.
추석 이후에는 이 같은 '특별대출' 효과가 크게 줄어든다. 특례보금자리론 중 소득 상한 없이 1주택자에 대해서도 허용했던 일반형 상품은 지난 26일을 끝으로 실행이 중단됐고, 이달 중순부터는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도 50년에서 40년으로 줄었다. 주택을 사려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좀 더 쉽게 빚을 낼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진 셈이다.
시장금리가 다시 치솟고 있다는 점도 시장에 부담이다. 5대 시중은행의 이날 기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다시 7%를 넘겼다. 미국 국채금리가 치솟은 영향으로 국내 시중금리가 오른 것이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 기조'를 감안하면 당분간 금리가 내려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집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거란 점에선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떨어질 가능성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지금과 비슷한 수준을 예상하는 반면, 하락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시장은 어느 정도 관성의 법칙이나 경로의존성이 존재한다. 지금과 같은 반등세는 좀 더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등세는 좀 약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미 급매물이 많이 팔리고 대출금리가 오르는 데다 '역전세난'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현재는 서울이 너무 큰 반등이 와서 상승률 둔화가 불가피하다.
더욱이 최근 금융당국의 일부 대출상품 판매 제한 조치도 시장에선 악재다. 올들어 아파트값 반등은 대출증가가 크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판매 중단, 50년 만기 대출 제한 등은 수요를 일부 둔화시킬 것이다.
우리나라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기준금리는 여전히 고공비행하고 있다. 금융변수를 볼 때 호재가 별로 없다. 가계부채가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핵심변수가 되고 있는 것도 불안한 점이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 5월 이후 5개월째 상승세다.
아직 기대심리가 꺾어지 않아 당장 아파트 시장 흐름은 약세보다는 상승세 둔화로 나타날 것이다. 다만 가을에는 곧바로 하락세로 진입하진 않을 것이다. 추석 이후는 매도자와 매수자간 눈치싸움 속 소강 정도로 봐야할 것 같다. 수요 부진이 지속되면 연말이후 아파트 가격 약보합세는 나타날 수 있으나 큰 폭의 하락세는 보이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파트를 꼭 사야겠다면 전망보다 가격 메리트를 보고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 게 낫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산다면 고점이었던 2021년 10월 대비 25~30% 싼 매물을 중심으로 선별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투자자라면 앞으로 시장이 출렁거릴 수 있으니 보수적으로 생각해도 될 것이다. 충분히 싸게 살 기회가 또 올 것이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부동산 시장 전망을 좋지 않게 보고 있다.
전국적으로 본다면 보합, 서울 등 수도권은 약보합을 예상한다. 일단 서울 부동산이 '버블 레벨'에 다시 왔다. 직전 고점의 95%까지도 들어와 있다. 2021년에 비해 경기는 안 좋아졌는데, 집값만 그때 레벨이다. 이것은 '버블'이다.
정부가 올해 특례보금자리론이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같은 정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미국의 국채금리가 4.5%를 넘었다. 이러면 우리도 따라 올라간다. 외국인의 채권시장 매수열기도 식을 수 있다.
지금까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정책적으로 억지로 낮춰둔 측면이 있다. 그런데 더 이상은 막기 어렵다.
미국 금리는 더 올라가지만 않아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연준의 메시지를 보면 '인하 꿈도 꾸지 말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지 않나. 연준은 미국의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역사상 최고치로 와 있다는 점이 부담스러운 것 같다. 자산시장의 버블이 있다고 판단하고, 걷어내려고 하는 것 같다. 유가를 들먹이고 있지만 사실 감산으로 지탱되는 유가가 오래 갈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안다. 미국의 소비와 고용도 꺾이고 있는 상황인데, 이래저래 봐도 인플레이션을 핑계로 자산시장을 타깃으로 삼는 것 같다.
금리인상 효과가 수요를 제약할 것이다. 다만 그 효과는 후행적이다. 부동산 계약 기간이 보통 2개월 걸린다. 수요자들은 최근 몇 달의 기억을 활용해서 자금을 조달한다. 현장에 가서 눈으로 보고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더라도 어지간해서 결정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올해는 약보합이겠지만, 내년엔 하락할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 팀장
시장 환경이 지금 분위기에서 크게 바뀔 것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2분기와 3분기에 급매물이 빠지면서 호가가 회복됐으니 거래량은 약간 주춤해질 수 있다. 그런데 전세가격 오름세라든지 분양시장 흐름이 수도권 위주로 나쁘지 않다. 그런 부분에 힘입은 시장 회복 흐름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방은 아직 미분양 문제라든지, 수요 측면에서도 회복이 더디다. 수도권은 상승, 지방은 보합으로 본다.
특례보금자리론이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축소하게 되면 일부 영향이 있을 것이다. 다만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만 그만두는 것이지 우대형은 여전히 있다. 주택담보대출도 50년 만기 상품은 없어졌지만 40년짜리는 여전히 있다
공시가격 인하, 규제개혁, 종합부동산세 완화, 규제지역 해제 등이 복합적으로 시장 회복에 도움이 됐다. 하반기 들어서는 전세가격이 수도권 위주로 매매가격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판매 중단 등이 집값을 끌어내릴 정도의 영향은 없을 것이다.
채권시장의 고금리 장기화 이슈가 주식시장에도 약세를 가져오고 있다. 매파적 전망으로는 연준이 7%까지도 갈 수 있다고 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시장이 약세를 보이긴 한다.
그런데 내년에 어느 정도 물가가 잡힌다면, 금리를 또 낮추는 방향의 점도표도 이야기됐다. 그런 부분을 다 고려하면 미국 기준금리의 상방이 열려있긴 하지만, 작년 수준은 아닐 것이다. 일시적으로 시장의 거래량을 둔화시킬 수야 있겠지만 '쇼크'를 줄 정도는 아니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교수
부동산 하향안정화 추세를 예상한다. 당장은 4분기에는 약보합세를 보일 텐데, 이것이 하향안정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금리가 트리거(방아쇠)가 될 것이다. 미국 국채 금리가 높다. 우리나라의 시장금리는 미국을 따라간다. 소비자들이 접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살벌하게 정리되고 있다. 정부가 구제대상을 선별하고 있고, 해당되지 않는 사업장은 정리당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도와줄 수 있는 범위는 제한돼 있다. 구명보트 탑승자를 선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업체들의 조달금리가 높은 상태에서 은행의 대출여력은 많지 않다. 제2금융권으로 가면 거의 '제로(0)'다. 1금융권은 부실현장에 베팅하지 않는다.
뉴스에 일일이 나오지 않지만 계속 PF 부도가 속출하고 있다. 그 이야기는 토지가격이 내려간다는 뜻이다. 토지 가격이 내려가면 분양가 상승 요인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시장금리는 내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금은 은행에도 돈이 별로 없다. 새마을금고나 신협은 그간 100조 원 가까이 뿌려둔 돈의 상환 만기일이 내년 1월 내에 몰려 있다. 은행들도 다르지 않다. 정부의 압박때문에 줄였던 금리마진도 원상복구할 수밖에 없다. 자기들이 살아 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 돈줄이 마르면 답이 없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현 상황에서 당분간 보합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떨어지거나 급락하진 않겠지만 최근 모습과 같은 상승세를 이어가긴 어려울 것이다.
저가 매물이 일단 해소된 이후, 올라간 호가에 맞춰 또 거래가 돼야 집값이 오른다. 그런데 최근 높아진 호가에는 거래가 일어나지 않아서 매물이 계속 증가 추세다.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이 중단되면서 약간의 수요 감소가 있을 수 있다. 작년의 경우 집값이 떨어진 가장 큰 요인이 고금리 환경이었다. 비교적 낮은 금리를 고정으로 제공하는 특례보금자리론이 나왔고, 총부채상환비율(DSR)에서도 제외된다는 장점이 있어서 시장 회복에 역할이 있었다.
실제로 분석해 보면 특례보금자리론 한도인 9억 원 이하 거래가 굉장히 늘었고, 이 구간에서 상승률도 높았다. 앞으로는 자신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초과하는 여신으로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감소하게 될 것이고, 일시적 다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도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고금리는 부동산 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최근에 채권금리도 오르고, 대출금리도 소폭 올랐다. 그나마 주택가격의 하락을 막고있었던 것이 정책금융대출이었다. 주택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3%대 금리를 받아서 매수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서 금리가 4% 를 넘어서 5%까지 넘어가면 거래량이 확 줄어드는 경향성이 있다.
금리가 오른다고 하면 매수세가 당연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지금처럼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 한국 채권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올해 초만 해도 3%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4%정도로 이미 올랐다. 이런 부분은 하반기에 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큰 것 같다.
다만 아직 공급부족 이슈가 시장의 매수심리를 지탱하는 것 같다. 주택 인허가와 착공이 줄었으니, 2~3년 후에 입주가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집값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수요자들은 이 시차와 효과를 훨씬 빠르게 당겨서, 더 크게 체감하는 것 같다. 분양가가 오르다 보니 신축은 이제 없다는 위기감에 신축 단지 위주로 수요가 많은 상황이다. 매수세가 청약에서 5년 내 신축급 단지로 확대되고, 지방까지 확대된다면 가격 인상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다.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
부동산 시장의 '2차 하락'은 이미 피할 수 없다. 언제이냐의 문제일 뿐이다.
8월 중순 이후로 세종과 서울에서 매도심리는 강해지는 반면, 매수심리가 약해지고 있다.
올해 부동산 시장 상승을 부른 거래량의 상당수가 특례보금자리론에 힘입은 것이었다. 9월 27일부로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제공이 끊겼다. 이제 특례보금자리론은 6억 원 이하 주택에 부부합산 소득 1억 원 이하만 받을 수 있다.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축소한 것도 당연히 영향이 있을 것이다.
원·달러 환율도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다. 작년 급락 시기를 보면 환율이 폭등하고 주가가 떨어지면서 부동산도 폭락했다. 잠잠하던 환율이 1달러당 1350원을 타고 넘어가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작년과 같은 하락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고금리가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걱정이 생길수록 환율도 오르곤 했다. 따라서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는 중요한 변수이며, 그에 따라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2차 하락'이 일어날 수 있다.
만약 10월 부동산시장 데이터가 좋게 나온다면 현재까지 나타난 단기적 반등이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대세 하락을 피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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