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돼도 회장은 수십억 보수…"상법 따르면 불가"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1-21 16:09:46

경제개혁연대, 28개사 '가결→부결' 분석
"특별 이해관계자는 보수 안건 의결권 제한"
복수 계열사 & 미등기 임원, 고액 보수 수두룩

회사에 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이 됐다면 급여는커녕 직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지배주주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은 2023년 횡령 등 혐의로 8개월간 구속됐다 보석으로 석방됐으나 그 해에 80억 원에 달하는 보수를 받았다. 

 

하지만 상법상 의결권 제한 규정에 따르면 조 회장을 비롯한 다수 지배주주의 보수 승인 안건이 주주총회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 한국타이어 본사 테크노플렉스. [한국타이어 제공]

 

21일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23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 표결 당시 자발적으로 특별 이해관계자인 등기이사 의결권을 제한한 회사는 LG, 경동나비엔, 아이에스동서, 한세실업, 한세예스24홀딩스 등 5곳에 불과했다. 

 

상법 368조에는 '총회의 결의에 관하여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조항의 '특별한 이해관계'를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대한 임원 주주로 보는 것이 다수 법원 판결로 확인된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설명이다. 

 

지난해 주총에서 보수 한도가 가결됐지만 의결권을 제한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부결로 바뀔 것으로 파악된 사례는 28개사로 나타났다. 

 

한국타이어 등 계열사를 가진 그룹 지주사 한국앤컴퍼니와 빙그레, 유화증권 등은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 찬성 요건을 충족치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 밖에 남양유업, 웅진, 한진중공업홀딩스 등 대부분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1 이상 주주 찬성 요건에 이르지 못했을 것으로 봤다. 

 

경제개혁연대는 "참석 주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회사는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대한 반대 비율이 약 30% 이상으로 높은 편"이라며 "특히 한국앤컴퍼니는 2023년과 2024년 모두 보수 관련 안건 반대 비율이 매우 높아 41.21%, 33.1%에 이른다. 횡령 등의 혐의로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인 지배주주 조현범에게 타 임원보다 월등히 높은 보수를 지급하는 보수체계에 대해 주주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짚었다.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가 계열사로부터 원자재를 사들이면서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을 지급해 131억 원 규모 손해를 입혔고 이익은 일가로 들어갔다는 혐의로 2023년 3월 구속된 바 있다. 같은 해 11월 보석으로 풀려날 때까지 자리를 비웠지만 한국앤컴퍼니로부터 47억700만 원, 한국타이어에서 31억4200만원 등 78억4900만 원을 받았다. 

 

조 회장은 재판이 진행 중임을 감안해 지난해 3월 주총을 앞두고 한국타이어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스스로 철회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도 한국타이어에서 5억4600만 원, 한국앤컴퍼니에서 8억1900만 원을 수령했다. 

 

여러 계열사로부터 고액의 보수를 받는 경우는 수두룩하다. 2023년 기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5곳에서 177억 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서 모두 122억 원을 수령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3곳에서 99억 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3곳에서 92억 원을 받았다. 법적 책임 없는 미등기 임원으로 고액 보수를 수령하는 경우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72억 원)을 비롯해 수십명에 이른다. 

 

경제개혁연대는 "회사의 자발적인 보수 체계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투자자의 문제 제기와 압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면서 "특히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들은 투자한 회사의 보수 정책과 이행 현황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합리적인 보수체계 개선을 요구하며 이사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경제개혁연대는 소수주주들과 함께 지난해 말 DB하이텍에 공문을 보내 김준기 창업회장, 김남호 회장 등 지배주주들디 과도한 보수를 받고 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를 요구한 바 있다. DB하이텍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2021∼2023년 김준기·김남호 회장이 DB하이텍에서 지급받은 보수는 모두 179억 원으로 같은 기간 등기이사들의 총보수 59억 원 대비 3배에 달하는 규모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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