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향한 메모리반도체 수출 급증…美 제재로 새우등 터질라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4-12-16 16:38:47
메모리반도체 35% 급증해 압도적 1위
중국의 'AI 굴기' 막으려는 미국 제재 정조준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메모리반도체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주력 제품의 수출이 그만큼 호조를 보인다는 것이다. 동시에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정부가 고삐를 죄는 대(對)중국 제재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베이징무역관에 따르면 중국의 대한국 수입액은 올해 1~10월 1485억 달러로 연내 17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2000억 달러 규모에서 지난해 1620억 달러로 고꾸라졌다가 다시 반등하는 추세다.
지난 1~10월 중국의 전체 수입이 1.4% 증가하는데 그쳤으나 대한국 수입은 11.6%나 뛰었다. 중국의 수입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은 지난해 6.3%에서 올해 6.9%로 확대됐다. 대만과 1.4%포인트 차이로 2위를 기록하며 미국과 일본을 제쳤다.
그 핵심이 반도체였다. 1~10월 중국의 대한국 수입 품목 중 메모리반도체가 37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5.4%나 크게 늘어 압도적 1위였다.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1.2%에서 25.3%로 상승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이 가장 강한 부문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는 6% 증가한 76억 달러 수준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한국산 노광장비, 평판 디스플레이 제조 장비, 조립 패키징 등 반도체 제조 장비들도 품목별로 20~40%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코트라 베이징무역관은 "올해 반도체 및 제조장비 호황은 지난해 침체를 겪었던 글로벌 IT 경기 개선에 따른 기저효과, 반도체 단가 회복, AI 산업 확장으로 인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의 초점이 메모리반도체에 맞춰졌다는 점이다. 이달 초 미국 상무부는 대중국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HBM 제품과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른바 'AI 굴기'를 견제하려는 의도다.
특히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수출 통제를 준수토록 했다. AI에 필수적인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이 장악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이 직접적인 당사자인 셈이다.
다만 SK하이닉스는 HBM 전량을 미국에 공급하고 있으며 그 수요만으로도 생산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여서 당장은 큰 피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사양 HBM 개발에서 뒤처진 삼성전자는 중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현지 생산에 대한 보조금 폐지나 관세 인상 등 직접적인 거래뿐 아니라 중국과의 거래에서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은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며 레거시 반도체까지 범위가 확대될 경우에는 양국 간 시장, 기술, 공급망 블록화가 심화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내 D램 및 낸드플래시 등의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미국의 대중국 제재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자체적인 반도체 생산 능력 강화도 염려된다. 최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내년 반도체 산업 전망을 하면서 "중국 반도체 기업의 자국 저부가가치 메모리반도체 시장점유율 확대 등이 위험 요인"이라고 짚었다.
대만뿐 아니라 싱가포르도 한국 반도체 산업을 위협한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코트라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한국을 빠른 속도로 따라 잡고 있으며 대만은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 앞서 있는 상황"이라며 "미중 분쟁 및 한국과 대만 간 긴장이 심화하는 가운데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제조 거점으로 넓혀간 싱가포르와의 경쟁도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대만 TSMC 계열사인 뱅가드국제반도체그룹은 네덜란드 NXP와 함께 지난 6월 싱가포르에 78억 달러 규모 반도체 웨이퍼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앞서 지난해 미국의 글로벌파운더리는 싱가포르에 40억 달러를 들인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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