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급망 무기화, 광물 넘어 첨단으로…"韓 경제 안보 위협"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7-16 17:32:06
"중국 독점 구조 10년 이상 장기화할 것"
6G·반도체·클라우드 등으로 확산, 운송도 장악
"미·중 외 국가와 교역 확대해야"
중국의 공급망 무기화가 심화할뿐 아니라 광물에서 첨단 통신 기술과 반도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적으로 '탈중국'이 화두가 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은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오는 2040년 글로벌 필수광물 수요가 2020년 대비 6배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채굴 지연과 불확실성 등으로 제한돼 중국의 독점 구도가 강화될 것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분석했다.
첨단 산업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데 광물 탐사부터 생산까지는 5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중국의 기술 우위도 심화되면서 독점 구조가 10년 이상 장기화할 전망"이라고 짚었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는 1992년 당시 덩샤오핑 국가주석 발언에서 보듯 중국은 오랜 기간 자원 확보에 매진해 왔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광물 분야 투자증가율은 2017년~2023년 연 평균 50%를 기록했다. 전체 증가율(13%)을 월등히 상회했다. 작년 해외 광산 인수 건수도 최근 10년간 최고치였다.
시장조사 업체 패스트 마켓츠(Fastmarkets)는 막대한 보조금, 고용 유지 필요성, 시장 점유율 확보, 자국 내 수요 충족을 위해 수익성이 낮아도 중국은 원자재 탐사·생산을 유지해왔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첨단 산업에 쓰이는 44개 주요 광물 중 30개의 최대 생산국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정보 분석업체인 고비니(Govini) 조사를 보면 미국의 무기 중 78%가 중국의 수출 통제 광물을 주요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4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희토류 부족으로 일부 공장의 중국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유럽연합(EU)도 이번달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희토류 및 핵심 광물에 대한 접근성 확보를 주요 의제로 선정하는 등 중국의 원자재 통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애플은 미국의 채굴·가공 업체와 5억 달러(약 7000억 원) 규모의 희토류 자석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미국 언론은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앞서 일본 스즈키자동차는 지난 5, 6월 일부 공장의 생산을 정지했는데,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로 인해 주요 부품 조달에 문제가 발생한 영향"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생산이 확대될수록 '무기화' 품목은 늘어날 수 있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는 중국의 글로벌 생산점유율이 지난해 27%에서 2030년 45%까지 급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제금융센터는 "무기화 품목의 범위가 6세대 통신(6G), 반도체 등으로 크게 확대될 소지가 있다"며 "기술력과 막대한 보조금, 규모의 경제 등을 통해 첨단 제품을 과잉 생산한 뒤 경쟁자를 퇴출시켜 해당 품목을 무기화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6G 관련 특허의 40%는 중국이 갖고 있으며 최근 시험위성 발사에 성공해 2030년 상용화가 유력하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중국은 반도체 글로벌 생산능력 비중에서 21%로 2위를 차지했고 2030년까지 다른 주요 국가들보다 생산시설을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 사업으로 기술 체제도 빠르게 전파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산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 설치 비중이 30%에 달하면서 중국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기술과 데이터 종속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튀르키예와 사우디는 중국산 클라우드 인프라 설치 비중이 100%에 육박할 정도라고 한다.
한국에도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44개 핵심 원자재 중 중국 공급망 의존도가 19%로 미국(11%), 일본(9%), 독일(8%) 등 주요 국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반도체는 핵심 원자재 6종을 모두 중국에 최대 의존하고 있으며 이차전지는 5개 중 4개, 자동차는 5개 중 3개다. 그만큼 중국의 영향력이 막대한 셈이다.
정성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것은 경제안보에 위협이 될뿐 아니라, 미래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산업 규모가 큰 화학, 석유제품, 1차금속, 전자와 반도체 업종에서 중국의 영향이 두드러지게 증가해 우려를 뒷받침한다"고 했다. 이차전지, 로보틱스, 재생에너지 등 미래 산업에서도 상당한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적극적인 통상 정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정 연구위원은 "2021년 이후 뚜렷한 진전이 없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가입 추진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12개 회원국 간 높은 수준의 개방을 표방하고 있어 미·중 무역의존도 완화와 공급망 안정화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기업 지원을 위해서는 공급망 안정화 기금 확대, 인센티브를 통한 '생산의 국내화' 유도 등을 제언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원자재 수입처 다변화, 취약 품목 국산화 등이 요구되지만 무리한 '탈중국' 시 생산비용 급증 등 부작용이 상당하다"며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에 수출하는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비교우위를 확보해 중국의 한국 의존도를 높이는 것도 협상력 확보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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