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재추진…상법 개정도 다시 속도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4-12-17 17:24:39
19일 이재명 주재 상법 개정안 토론회
박찬대 "한덕수 거부권? 대통령이 된 듯 착각"
더불어민주당이 탄핵 정국에서 재계가 반발하는 노조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을 재추진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상법 개정은 이에 앞서 속도감 있게 추진될 전망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민주당 소속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17일 KPI뉴스와 통화에서 "새로운 노동 형태가 많이 나타났는데 기존 노동관계법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다"면서 "노조법 2·3조 개정을 통해 새로운 노동 형태에 대해서도 보호하자는 취지에 따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재추진할 지 다양하게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라도 원청 기업이 실질적인 노동 조건을 결정한다면 사용자로 규정(2조)하고, 쟁의나 노조 활동으로 사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노조 또는 노동자에 대한 배상 청구를 제한(3조)하는 내용이 골자다. 노동계의 오랜 숙원으로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듭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따른 재표결에서 부결돼 폐기됐다. 하지만 탄핵으로 다시 수면 위에 떠오를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안 위원장은 "2조와 3조를 동시에 할 지, 아니면 나눠서 어떤 순서로 해야 할 지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정권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점도 감안해 여러 모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에 기존 법안을 다듬어 다시 추진한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성명을 통해 "노조법 2·3조 개정,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 적용 등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8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 확립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 상법 개정안도 잠시 멈췄던 논의를 재개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는 19일 오전 10시 30분, 윤석열 내란 사태로 연기했던 상법 개정 정책 디베이트(토론)를 다시 추진한다"며 "당초 예정했던 것과 같이 이재명 대표가 좌장을 맡아 토론을 주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는 지난 4일 기업과 경제단체 등 경영진 측 6, 7명과 투자자 측 6, 7명이 참석하는 상법 개정안 토론회를 열려 했으나 계엄 사태로 미룬 바 있다.
현행 상법은 이사의 의무에 대해 회사를 위한 직무 충실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합병이나 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 시 대주주 이익만을 위한다는 지적이 많아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추가하는 것이 상법 개정안의 핵심이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 대주주 견제 방안도 담겨 있다.
재계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과의 '경제계 비상 간담회에서 "기업에 부담되는 상법 개정이나 법정 정년 연장 등은 더 신중히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지금 어려운 때니 기업에 힘을 주는 입법은 적극 추진하고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는 사안은 당분간 신중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상법 개정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를 접은만큼 상법 개정만큼은 관철해야 개혁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는 속내도 깔려 있다.
투자 업계와 시민사회의 요구도 강하다. 지난달 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과 100여 명의 투자자, 학자 등은 성명서를 내고 "법이 보호하지 않는 주주 이익 침해로 인한 자조적 '국장 탈출' 러시, 내수 침체와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되고 있다"며 "상법 개정 완수에 적극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이 성명서에는 국내외 기관투자자들과 자산운용사 대표, 교수, 변호사 등과 함께 구독자 800만 명에 달하는 경제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동참했다. 지난 3일에는 참여연대가 "정부와 여당이 계속 시간을 끌거나 상법 개정을 막아선다면, 야당이 단독으로라도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라"고 압박했다.
관건은 한 권한대행의 선택이다. 지난 6일 정부로 이송된 양곡관리법 등 6개의 야당 단독 처리 법안들이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던 법안들이다.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21일까지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사실이라면 큰 착각을 하고 계신 것 같다"며 "한덕수 총리는 잠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뿐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얘기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