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급물살…한국 기업들은 '양자 방어막' 박차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3-04 17:13:43
삼성전자, 양자 보안 칩 업계 최초 개발
AI 이어 양자 기술도 미중 경쟁 치열
"양자 보안, 핀테크, IoT 등 발전의 촉매 역할"
세계적으로 양자컴퓨팅 개발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궁극의 보안을 구현할 양자 암호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암호 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응하는 한편 금융과 사물인터넷(IoT),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4일 KT는 위성, AI 네트워크와 함께 양자 암호 통신을 6세대(6G) 이동통신 핵심 기술로 낙점했다고 밝혔다. 기존 양자 암호와 통신, 인터넷 기술로 고객 정보 탈취가 불가능한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기밀 컴퓨팅'과의 결합 모델을 강조했다. 기존 보안 방식이 데이터의 스토리지 저장 및 네트워크 전송 과정에서의 암호화에 집중했다면, 기밀 컴퓨팅은 메모리에서 실행 중인 데이터까지 암호화해 고객의 민감한 정보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의 엄청난 연산 능력으로도 해킹이 불가능한 양자 암호 기술을 활용해 최고 레벨의 보안성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KT는 지난달 26일 5G 유심(USIM) 망에 양자 암호와 가상 사설망(VPN) 등을 통합한 하이브리드 네트워크를 국내 최초로 적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SK텔레콤은 미국의 대표적 양자컴퓨터 기업 중 하나인 아이온큐와 최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SK텔레콤과 SK스퀘어가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양자 암호 기업 아이디퀀티크(IDQ) 지분을 아이온큐와 교환키로 했다. SK텔레콤은 양자 내성 암호 등 기술을 양자컴퓨팅 기술과 결합해 AI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CEO는 "양자 기술은 AI 발전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지난 3일(현지시간) 개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가해 '안심 지능(Assured Intelligence)'을 주제로 제시했다. AI가 바꿀 미래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개인정보 유출과 해킹·스미싱 등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어 '믿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대화가 유출된다 하더라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도록 하는 '양자 암호 기반 개인정보보안'이 이를 구현할 핵심 기술 중 하나다.
삼성전자도 뛰어들었다. 업계 최초로 하드웨어 양자 내성 암호(PQC)를 탑재한 보안 칩을 최근 개발한 것이다. 향후 양자컴퓨터로 인한 암호체계 무력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컴퓨터는 0 또는 1의 비트로 정보를 처리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의 기본개념인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을 이용한 큐비트로 연산한다. 슈퍼컴퓨터로도 불가능한 연산을 불과 몇분만에 해내는 '꿈의 기술'이다. 예상을 깨고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훨씬 빨리 상용화에 다가서고 있다.
구글은 이미 지난해 양자 칩 '윌로우'(Willow)를 공개한 바 있다. 현존하는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가 10셉틸리언년(10의 24제곱년) 걸러야 풀 수 있는 문제를 단 5분만에 풀 수 있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달 양자 컴퓨팅 칩 '마요라나(Majorana) 1'을 개발했다면서 "이번 칩 개발로 양자컴 시대가 몇 년 안에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자 칩은 큐비트 수가 많을수록 더 강력한 연산 능력을 발휘하는데, '마요라나 1'은 100만 개 이상 탑재 가능토록 설계됐다. IBM과 아마존,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들도 앞다퉈 양자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AI뿐 아니라 양자 기술에서도 미중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과학기술대 연구팀이 양자컴퓨터 프로토타입(시제품) '쭈충즈(祖沖之) 3호'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성능 테스트의 주요 기준 중 하나인 양자 난수 회로 샘플링 작업을 슈퍼컴퓨터보다 1000조 배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또 구글의 기술보다 100만 배 빠르다는 주장이다.
한편으로는 양자컴퓨터로 보안 시스템을 손쉽게 해킹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캐나다의 글로벌리스크연구소(GRI)가 2022년 실시한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과반이 "15년 내 양자컴퓨터가 현실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그런만큼 양자 암호 기술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양자컴퓨터 조기 등장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통신 서비스와 장비 업체의 양자 암호 통신 개발 속도가 가파르게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25년 전 인터넷 보안 기술의 발전이 전자상거래 촉진과 초고속 인터넷, 무선 데이터 시대 도래를 촉발했다"며 "양자 암호 통신이 핀테크, 사물인터넷(IoT) 발전과 더불어 5G, 6G 보급 확산의 촉매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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