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암초 부딪친 두산, 한 숨 돌린 롯데…과거 '데자뷰'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4-12-10 16:28:59

두산에너빌리티, 주총 철회..."예상치 못한 환경 변화"
원전 정책 변화 전망에 주가 급락
롯데그룹은 안도...롯데렌탈, 시세 2배 이상에 매각
몇년 전 건설 계열사 지원 당시에도 명암 갈려

두산그룹의 계열사 재편 계획이 '계엄 암초'에 부딪쳐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반면 롯데그룹은 계열사 매각에 성공하면서 재무 부담을 덜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건설 계열사 부실에 대응했던 당시의 명암이 재현되는 듯 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12일 개최 예정이었던 임시 주주총회 철회를 결의했다. 이 회사는 "예상하지 못했던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해 분할합병 당사 회사들의 주가가 단기간 내 급격히 하락해 주가와 주식매수청구가격 간 괴리가 크게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어 "종전 찬성 입장이었던 많은 주주들이 주가 하락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반대 또는 불참으로 선회함에 따라 분할합병 안건의 가결 요건 충족 여부가 불확실해졌다"고 설명했다. 

 

▲ 경기 성남시에 있는 두산 사옥. [뉴시스]

 

단기간 급격한 주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로 넘기려는 것인데, 주가가 떨어질 경우 약속된 금액에 사들이겠다는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조건이었다. 매수 예정 가격 기준이 2만890원인데, 이날 종가는 1만7180원이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주가가 매수 예정 가격보다 17% 이상 낮아졌으니 매수청구권 행사를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85%를 가진 국민연금이 전날 주가가 매수 예정 가격을 상회해야 찬성하겠다는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하기도 했다. 

 

두산 입장에서는 황당한 상황이다. 자본시장법상 주식매수청구권은 회사의 결정으로 인한 영향을 감안해 반대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불똥을 정통으로 맞은 셈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자로와 가압기 등 원전 부품 제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 친화 정책을 펴 온 윤석열 정권이 종식될 것이 분명해 보이고 야권은 탈원전을 지향하기 때문에 원전 기업들은 주가 하락을 피하기 어려웠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지난 3일까지만 해도 2만1150원으로 매수 예정 가격을 웃돌았다. 하지만 그날 밤 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이튿날 주가는 1만9000원으로 급락했고 이후에도 내림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상반된 분위기다. 호텔롯데는 지난 6일 렌터카업체 롯데렌탈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를 선정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각 금액은 1조5729억 원에 이른다. 주가는 3만3000원대인데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주당 7만7115원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 

 

통상 적용되는 경영권 프리미엄에 비해 월등히 높은 2배 이상을 받고 팔게 됐다. 롯데렌탈 주주 입장에서는 불리한 조건이라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계열사를 매각하게 됐고, 재무 부담을 완화할 수 있게 됐다. 호텔롯데는 지주사인 롯데지주와 롯데건설, 롯데쇼핑 등의 지분을 가진 핵심 계열사다. 

 

한국기업평가는 "평가이익으로 인한 순이익과 현금 유입으로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 등 (호텔롯데의) 재무지표가 개선될 것"이라며 "매각 대금이 그룹 차원의 유동성 대응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두 그룹은 몇 해 전에도 유사한 상황을 겪었고 결과는 달랐다. 건설 경기 부진으로 두산건설이 위기에 처하자 당시 모회사인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이 유상증자와 자금 대여 등으로 수차례에 걸쳐 지원했는데도 회복하지 못하고 2020년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됐다. 두산그룹은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에 들어가 두산건설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타워, 두산솔루스 등을 매각해야 했다. 2022년 3월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벗어났지만 그룹의 외연과 포트폴리오는 축소됐다. 

 

롯데건설의 유동성 리스크는 2022년 말 터져나왔다. 롯데그룹은 즉각 1700억 원대 유상증자, 9000억 원 규모의 계열사 자금 대여 등으로 지원에 나섰다. 이후에도 7000억 원 규모 자금 대여와 이자 자금 보충 등을 지속했다. 물론 롯데건설은 아직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조금씩 차입금을 상환해나가면서 시장의 우려는 다소 완화시켰다.

 

한국기업평가는 "리스크 발현 초기에 대규모 지원을 통해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 중요하다"면서 "두산은 현금 확보의 한계, 그룹 재무부담 등으로 인해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수준의 지원을 시행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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