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해수욕장 스카이라인 망치는 부산시…그랜드호텔 '제2 엘시티' 논란
박동욱 기자
pku24@kpinews.kr | 2025-12-30 01:00:33
향후 경영난 호텔, 오피스텔·콘도 전환 신호탄
"해운대구 '이상한 고도 제한'…그랜드호텔 NO·엘시티 OK"(뉴시스 2016.11.21), "해운대 호텔 자리에 49층 정체불명 건물 신축…제2엘시티 논란"(연합뉴스 2021.09.10).
2010년대 중반에 불거진 이른바 '엘시티 게이트' 사건과 맞물려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 운영사가 분양형 초고층 개발사업을 끊임없이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온 언론사 2곳의 헤드라인이다.
| ▲ 해운대 그랜드호텔 재건축 투시도 [MDM플러스 제공]
'비리 복마전'으로 불리던 엘시티 시행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던 2016년 당시, 엘시티 건축 추진과 비슷한 시기인 2009년께 그랜드호텔 운영사가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했던 사실이 뒤늦게 세간에 알려졌다.(뉴시스) 이후 잠잠하던 그랜드호텔의 재개발 추진 소식은 2021년 5월 나왔다.(연합뉴스) 부동산 개발업체 엠디엠플러스가 호텔을 사들인 뒤 1년2개월 만이었다.
그랜드호텔, 2009년 이후 분양형 숙박시설 전환 추진 2020년 인수 MDM, 4번 도전 끝에 '프리미엄 끝판왕'
KPI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디벨로퍼업계 1위를 자랑하는 엠디엠플러스(대표 구명완)가 그랜드호텔(부지 1만1643㎡)을 2480억 원에 사들인 시점은 호텔 폐업 3개월 만인 2020년 3월께다. (당시 매입가는 2007년 퍼시픽인터내셔널해운이 그랜드호텔 첫 법인에 지불한 1020억 원의 두배를 훌쩍 넘는다.)
엠디엠은 건축 심의 당시와 달리 건축허가 과정에서 호실을 자체 변경(호텔 310→286실, 콘도 91→76실, 오피스텔 521→352실)한 것으로 최근 확인됐는데, 이와 관련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호실 변경은 시행사 자체 판단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엠디엠플러스의 공격적인 건축 계획안 제출 시점은 묘하게 박형준 시장 체제 출범과 겹친다. 전임 시장(오거돈) 시절 고층 건축 규제 시책은 2021년 4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형준 체제 이후 '도시 균형개발'이란 명목으로 크게 완화된다. 해운대 해변 중심으로 살펴보면 2019년 건축물 높이가 120m로 제한됐지만, 2024년 6월 이곳 최대 높이는 155m로 완화됐다.
그랜드호텔 최대 171m…높이 제한 2019·2024년 잇단 완화 해운대 해변로 '교통지옥' 불 보듯…"건축 윤리정책 수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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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엠디엠플러스는 이처럼 완화된 높이 제한에 만족하지 않고, 최대 171m 높이로 그랜드호텔 재건축 허가를 받아냈다. 부산시의 '가로 구역' 규정만 보면 불가능한 높이로, 이른바 '기술'이 들어먹힌 결과라고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결국 엠디엠플러스는 2020년 3월 그랜드호텔 인수 이후 5년여 만에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으로부터 분양형 숙박시설 위주로 각종 프리미엄 인센티브까지 받아가며 건축허가를 받아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엠디엠플러스가 48층 전망대 시설 및 운영권을 공공기여 명목으로 해운대구에 기부채납하고 사업지 건너편 송림공원 주차장 재정비를 약속했지만,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에 따른 인센티브로 용적률을 최대치(1200%·일반상업지역 최고 용적률 1000%)까지 늘리는 등 받아낼 수 있는 혜택은 모두 챙겼다.
2030년 예정된 그랜드호텔 복합리조트가 완공되면 마린시티 해변로와 해운대 간선도로의 접점 동백섬 앞 교차로에서부터 해수욕장 해변로는 현재 만성적 교통정체 지역에서 차량이 거의 다닐 수 없는 도로로 바뀔 것으로 우려된다. 그랜드호텔의 분양형 숙박시설 건립을 신호탄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인근 호텔의 경쟁적 사업 전환도 막을 명분이 없게 됐다.
그간 해운대 지역의 초고층 건물 중심 난개발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온 최명진 구의원(국민의힘, 우2·3동)은 "그랜드호텔에 대한 부산시의 건축심의는 4년간 변화된 상황에도 과거 자료로 결정돼, 마치 업체를 위한 심의처럼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부산시 건축심의에서 하자가 없다고 결론이 나면 해운대구청은 건축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일단 부산시에 책임을 돌린 뒤 "구청 또한 초고층 건물 조망권·경관 기준을 마련하고, (고층) 승인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축 분양업계 관계자는 "시행사는 5년간 추진 과정에서 2동에서 4동으로 건물을 오히려 늘리는 '고밀도 개발사업'을 끝내 이뤄내는 놀라운 추진력을 보여줬다"고 꼬집은 뒤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은 지금이라도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건축 윤리정책'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박동욱 기자 pku24@kpinew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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