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 칼럼] '중립적 저널리즘'은 민주주의 토대
UPI뉴스
go@kpinews.kr | 2023-12-19 15:55:55
이코노미스트誌, 美주류언론 정치적 편향으로 신뢰 저하···민주주의 위협 요인 지적
건강한 민주주의와 시민 삶 향상 위해 이념 아닌 실용 추구 '중립적 저널리즘' 절실
미국 독립 선언서를 기초하고 대통령을 역임했으며 미국 민주주의 토대를 다진 이로 평가받는 토머스 제퍼슨은 언론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언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언론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를 발견하고 획득하며 전파하는 언론의 올바른 기능이 없이는 정부가 올바로 기능할 수 없고 건강한 민주주의를 달성할 수 없음을 일찍이 간파한 정치인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람들이 건설적으로 논쟁하고 반대할 수 있으며 타협할 수 있는 정치 문화를 만드는 것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언론이 올바르게 기능하고 있을 때라야 가능한 일이다.
이번 달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분석에 따르면 미국 주류 언론의 언어가 정치적 중립에서 벗어나 민주당이 선호하는 용어와 주제를 향해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2009~22년 미 의회 연설을 분석하여 민주당과 공화당의 연설을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게 하는 428개의 문구를 수집하였다. 다음으로 이를 활용하여 2016~22년 미 뉴스 웹사이트의 24만2000개 기사와 2009~22년 황금시간대 미 TV 방송의 39만7000개 녹취록을 분석해 보았다. 분석 결과 뉴스 웹사이트 20개 중 17개는 공화당 관련 용어보다 민주당 관련 용어를 더 많이 사용했고 6개 주요 TV 뉴스 매체 중 보수적인 언어가 지배적인 곳은 폭스뉴스(Fox News) 단 하나뿐이었다.
미 언론의 이러한 민주당 성향은 2017년 이후 급격하게 심화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대부분의 변화는 언론이 무엇(what)에 관해 이야기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how) 이야기하는가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데이터가 명확히 말해주는 것으로 보았다. 이와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 저널리즘이 공화당보다 민주당에 기울어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이것이 편향의 반영인지 현실의 반영인지는 바라보는 사람의 시각에 달려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한쪽에서는 언론이 사실을 따라서 행동한 것으로 생각하는 저널리즘도 다른 쪽에서는 종종 이념적인 편향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언론이 이념적인 저널리즘에 사로잡힌 데 따른 영향으로 서로 다른 정치 진영이 서로 다른 정보의 세계에 존재하는 결과가 초래될 때 그들은 상대 정치 진영을 악마화하게 될 개연성이 있다.
정치인들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면 그들은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언론과 정치에 바로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 위협이 된다. 각자의 주장이 검증되면서도 반대 견해나 불편한 주장도 용인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론이 대중과 정치인을 포함한 독자들에게 다양한 목소리를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코노미스트지의 분석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층 심화되고 있는 미국 정치의 양극화와 균열을 치유하려면 미국 저널리즘의 쇄신이 긴요함을 일깨워주는 주는 동시에 총선을 앞둔 한국에도 반면교사의 교훈을 준다.
때마침 이념전쟁의 허구성을 꿰뚫고 상식과 실용의 중요성을 갈파한 책 한 권이 출간되고 북콘서트가 열려 눈길을 끈다. 류순열 UPI뉴스 편집인이 펴낸 '엉터리 보수, 무늬만 진보…가짜 이념의 나라'인데, 이 책은 이념 양극화하는 이 시대에 긴요하게 요청되는 저널리즘, 특히 '중립적 저널리즘'의 가치를 일깨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념은 수단일 뿐 사람 위에 있지 않고 보수냐 진보냐, 좌냐 우냐 하는 이념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시민 삶을 개선하는 상식과 실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념에 편향된 이분법적 사회는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가 처해 있는 현실이다. 이런 양극화 사회에서 벗어나려면 상식과 실용의 눈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는 저자의 통찰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정 이념에 편향되지 않은 박승 전 한은 총재의 북콘서트 축사 또한 같은 맥락의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언론은 물론이고 정부가 제대로 기능하며 정치가 제대로 기능하는 데 필수적이다.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토대를 이룬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균형 잡힌 언어와 시각으로 세상을 다룰 수 있는 저널리즘은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무엇이 아닌 어떻게 말하는가에 이러한 저널리즘의 요체가 있다.
대중 매체가 아직 발달하기 훨씬 이전인 토머스 제퍼슨 시대에도 언론 없는 정부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오늘날 스마트폰을 넘어 인공지능으로 진화하는 디지털 기반의 초 미디어 시대를 맞아 언론은 모든 것을 뒤흔들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 건강한 민주주의를 달성하고 시민의 삶을 향상시키며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이념이 아닌 실용을 추구하는 '중립적 저널리즘'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생각하게 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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