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에 산업현장 요동…건설·조선·택배 '원청 교섭' 봇물

유태영 기자

ty@kpinews.kr | 2026-03-11 16:47:04

원청에 하청노조가 교섭요구 가능해져
다단계 하도급 구조 건설업계 부담 가중
조선업계, 하청 근로자 비율 60% 넘어
경영계, 기업 경쟁력 떨어질까 우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이 지난 10일 시행되면서 국내 산업 현장에 일대 변화가 일고 있다. 법 시행으로 하청 및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간접고용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원청 기업을 상대로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노동계는 권한 확대를 기대하고 경영계는 노사 갈등과 비용 증가를 걱정하면서 산업현장에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하청에 재하청 구조로 이뤄진 조선, 건설 등의 산업과 특수 형태 근로자가 많은 유통업계의 변화가 특히 두드러질 전망이다.

 

건설사 원청 90곳에 교섭 요구


▲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건설업은 노란봉투법 시행에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산업 중 하나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인 국내 건설업계에서 하도급 노조가 원청인 시공사를 상대로 단체교섭 요구 등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지난 10일 건설산업연맹은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원청 90곳을 대상으로 교섭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시공현장마다 존재하는 하도급 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협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공사 지연으로 인한 비용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구조다.

 

향후 건설 현장에는 로봇 도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레인보우로모틱스, 두산로보틱스 같은 로봇 관련주가 10% 안팎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기업들이 하청 노조와 교섭을 피하고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로봇을 활용할 거란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청 근로자 비중이 높은 조선업도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변화가 예상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5년 고용형태 공시 결과'에 따르면 조선업의 하청 근로자 비율은 63%다. 이는 전 산업 평균인 17.7%를 크게 넘어선 수치다.

노랑봉투법 시행 첫날인 지난 10일부터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 주요 조선소 하청노조들은 원청을 상대로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한화오션 협력급식업체 웰리브노조와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는 원청과 동일한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택배노조, 쿠팡CLS에 교섭 요청


▲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특수한 형태의 근무·고용구조가 자리잡은 유통·택배업계 하청 노조도 원청 교섭 요구에 나서고 있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는 지난 10일 백화점·면세점 등 10개사(롯데쇼핑·신세계·신세계디에프·에이케이에스앤디·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한화갤러리아·현대백화점·현대디에프·호텔롯데·호텔신라)에 교섭을 요청했다.

전국택배산업노동조합도 이날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 교섭 요청 공문을 보냈다.

택배업계는 본사가 대리점과 위탁계약을 맺고, 대리점이 택배기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다. 이에 택배업체들은 그동안 택배 근로자가 직접적인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직접 교섭을 거부해왔다. 쿠팡CLS는 이날 택배노조의 교섭요청을 수용했다.

1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개정 노조법 시행 첫날 교섭 요구현황에 따르면, 원청 221곳은 407개 하청 노조·지부·지회에서 일하는 조합원 8만1600명으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았다.

원청 가운데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 사업장은 한화오션, 포스코, 쿠팡CLS, 부산교통공사, 화성시 등 5곳이다.

 

경영계 "노사간 분쟁 지속될 것"

경영계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여전히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일부 노동계가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교섭의제에 대해서도 교섭을 요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노사 간 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세종대 황용식 경영학부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원청이 하청노조와 일일이 교섭해야하는 상황은 거의 없다"면서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환경이나 처우 개선이 이뤄지겠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 경쟁력이 뒤쳐지진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KPI뉴스 / 유태영 기자 t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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