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도 중국발 공급과잉 우려 커져…현대차 미래는?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9-11 16:32:22
"생존 위한 해외 진출, 글로벌 경쟁 심화"
현대차 주요 판매 지역은 중국 차 선호도 낮아
길게 보면 판매량 잠식…"대대적 혁신 필요"
급격히 성장한 중국 자동차 업계가 글로벌 공급 과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철강과 석유화학 등 업종처럼 중국 내수가 꺾이면서 해외에 물량을 대거 밀어낼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당장 크게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길게 보면 중국 자동차에 밀릴 수 있어 발빠른 대응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11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자동차 소매판매는 201만8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하는데 그쳤다. 올해 누적으로는 10% 늘었다. 지난 2월 25.9%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3~5월 14%대, 6월 18.7%를 기록했으나 7월(7.9%)부터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반면 지난달 중국 자동차 수출은 49만9000대로 14% 늘었다. 올해 누적으로는 12%의 증가율을 보였다.
중국 자동차 업계가 그간 탄탄한 내수 기반으로 성장해 온 흐름과 다른 양상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경쟁 심화를 피해 전기차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가격 인하와 프로모션 제한, 수익성 개선 등 (중국) 정부의 시장 가이드라인 제시가 더해져 성장률이 다소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중국 업체들의 중저가 전기차 수출 확대는 해외 시장에서 경쟁 심화 및 가격 디플레이션 등 교란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한국 완성차 입장에서 중국 내 판매 감소와 중국 외 신흥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라는 부정적 영향이 가중된다"고 짚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의 연간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 80만 대에서 지난해 1000만 대로 드라마틱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 중 90% 이상이 중국 내에서 판매됐는데 최근 들어 실적 둔화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BYD를 제외한 중국 주요 자동차 업체 5곳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BYD도 2분기만 놓고 보면 30%가량 줄었다. 빠른 속도로 글로벌 전기차 1위 자리에 오른 BYD의 뒷걸음질은 그만큼 내수 시장에서의 고전을 방증한다.
한신평은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과잉 공급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경쟁 강도는 심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BYD는 태국과 우즈베키스탄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향후 유럽과 남미 등에도 생산시설을 운용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현대차와 기아에 미칠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력 판매시장인 미국, 한국, 인도는 중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비교적 낮고 무역 갈등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중국 업체의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서유럽 내 경쟁은 불가피하다. 현대차·기아는 튀르키예, 슬로바키아 등 유럽 생산시설에 전기차 라인을 추가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비중을 높이고는 있으나 여전히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중심이라는 점에서도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 중첩되는 부분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신평은 "팬데믹 이후 글로벌 완성차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추세이나 연간 9000만~9500만대 수준에서 정체될 것"이라며 "중국 업체들의 시장점유율 확대는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량을 잠식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격경쟁력뿐 아니라 기술력 면에서도 위협이다. 한신평은 "자율주행, 차량 소프트웨어 등 전기차 기술력이 자동차 산업의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할 것"이라며 "중국 업체들은 정부 차원의 지원과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해 나가고 있으며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했다.
결국 선제적 구조조정과 기술 개발을 통한 독자적 경쟁력 확보가 더욱 절실해졌다. 한신평은 "기술 격차가 확대될 경우 국내 산업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내에서 '갈라파고스화'될 위험도 존재하며, 이는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정구현 제이캠퍼스 원장(전 삼성경제연구소장)도 "중국의 산업생태계가 포드와 GM이 100년간 지켜온 산업 프레임을 흔들고 있다"며 "우리 기업은 현상 유지에서 벗어나 대대적인 구조 개혁과 사업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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