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의 주마등] 헬리콥터 부모의 '내 새끼'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 2024-12-13 16:31:22

유치원 '과잉 돌봄'하던 부모들, 대학·군대·회사 일까지 간섭
군 선임에 잘 부탁한다는 전화부터 회사 인사이동 따지기도
계속 키우려는 부모 탓에 자식은 자라지 못한 미성숙어른 돼
▲ 헬리콥터맘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3년 전,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닐 때였다. 어느날 엄마들 채팅방에 평화를 깨는 톡이 올라왔다. "누가 우리 애를 깨물었다는데, 누구죠."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떤 아이도 하원하지 않았을 시간이었다. 아마 선생님 전화를 받고 물은 듯했다. 당혹감과 동시에 '우리 애가 문 건 아니겠지'라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선생님께 문의한 결과 '다행히' 우리 애는 아니었다. 선생님은 다른 엄마들 전화도 많이 받은 듯 했다. 어린이집은 아이가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친구와 이런 일로 다쳐 약을 발라줬다"식의 전화는 나도 많이 받아봤다. 선생님은 '누가' 그랬다고 말하지 않았고 나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엄마의 물음이 당혹스러웠다. '금기'를 깨는 기분이었다.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아이가 다치면 부모는 속상하다. 하지만 그 '행동'은 선뜻 이해가 되질 않았다. 선생님이 알려주지 않은 이유가 있을 터였다. 그 엄마는 이 일에 대해 "힘들게 얻은 아이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마저도 완전히 공감되진 않았다. 자식이 귀하지 않은 부모는 없다. 그 엄마는 그 뒤에도 온갖 일들에 다소 과하게 굴었다. 다들 말은 안 했지만 자신의 아이가 그 아이와 트러블이 생기지 않길 바라는 눈치였다. 가끔은 '그렇게 걱정되면 가정 보육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하고 싶었다.

 

그 좋은 사랑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유치원 교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들어보니 별의별 엄마들이 다 있었다. 자기 아이 사진을 많이 찍어달라는 엄마부터 자기 아이한테 왜 안 웃어주냐는 엄마까지.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심각하다 싶었다. 이런 문제는 사회적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대부분 늦게 결혼하고 또 아이를 적게 낳다 보니 자식이 너무 귀해진 것이다. 다만 그 애정을 남에게도 강요하면 문제가 된다. '학부모 갑질'의 출발점도 엇나간 애정이다. 사실 '내 새끼'는 나한테는 너무 예쁘다. 하물며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지 않나. 하지만 남에겐 그저 '남의 새끼'일뿐이다.

 

'헬리콥터 부모'의 모터는 녹슬지도 않나 보다. 아이가 자라며 부모의 극성도 함께 자란다. 어린이집·유치원·학교에서 활동하던 부모들이 무대를 넓혀나간다. 자식의 학점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대학교수에 따지는 부모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그 '폐쇄적'이라는 군대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지인은 자식을 잘 부탁한다는 '후임 부모'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심지어 지인의 근무시간에 맞춰 '부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회사도 그렇다. 복지 같은 문의를 하는 부모부터 인사이동을 따지는 부모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정말 이해되질 않는다. 그들은 자식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이라 여긴다. '어떻게 키웠는데'를 늘 기저에 깔고 있는 듯 하다. 또 자식을 계속 '키워야 할' 존재라 여기는 것 같다. 덕분에 그 자식들은 하나도 자라지 않은 듯하다. 미성숙한 어른이 참 많은 걸 보면.

 

KPI뉴스 /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