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이 국감을 피하는 다양한 방법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10-29 15:51:01

단골 불출석 사유는 역시 ‘해외 출장’
올해는 칭병(稱病)도 증인 회피 사유로 등장
다양한 이유에도 성공 여부는 기업의 대관(對官) 로비력

올해 국정감사가 지난 27일 사실상 마무리됐다. 올해도 용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는 것을 피하거나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각종 이유를 대고 출석을 피한 기업인이 여럿 있었다.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 국회의원들의 호통을 견뎌야 했던 기업인으로서는 부러운 대상일 수밖에 없다.

 

올해도 국감 불출석 사유로 해외 출장이 역시 단골로 사용됐고 지병을 사유로 출석을 거부한 사례도 등장했다. 다행히 이런 사유가 받아 들여져 증인 출석을 피하기도 했으나 일부는 여야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한 대관(對官) 업무에서 차질이 빚어져 뒤늦게 출석하기도 했다. 또 일부는 국감은 피했지만,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돼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기도 어렵게 됐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 지난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에서 직원들이 국정감사장을 설치하고 있다. [뉴시스]

 

기업인 국감 불참 사유 1순위 해외 출장

 

올해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 가운데 불참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을 기피한 사례를 보면 불참 사유 1위는 역시 해외 출장이다. 대표적인 기업인은 SPC그룹의 허영인 회장과 DL 그룹 이해욱 회장이다. 계열사의 잇따른 중대 재해로 환경노동위원회의 증인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 사유서를 제출하고 국감에 참석하지 않았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도 정무위원회 공정위 종합감사에 하도금법 위반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사우디아라비아 출장을 이류로 국감 불참 의사를 전달했다. 또 금융지주 회장으로는 처음으로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해외 IR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전달했다. 또 문체위와 환노위에서 증인 출석을 요구받은 구창근 CJ ENM 대표도 윤석열 대통령의 카타르 순방 경제 사절단 참석을 이유로 국감에 참석하지 않았다.

 

최정우 포스코 그룹 회장도 사외이사들과 골프 관광을 즐긴 것 때문에 교육위에서 청탁금지법과 관련한 증인 출석을 요구받았지만 역시 해외 출장을 이유로 국감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관 업무팀의 역량이 드러나는 국정감사

 

올해도 국감 불참 사유로 제시된 해외 출장을 보면 누가 봐도 긴급성이 떨어지는 국감 회피용 해외 출장으로 의심받을만한 것이 다수 눈에 띈다. 그럼에도 국회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은 기업의 대관(對官) 업무의 역할이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기업의 대관 업무 담당자들은 국정감사가 1년 중 가장 힘든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자기 회사의 총수나 대표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될 기미가 보이면 여야를 막론하고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기 마련이다. 첫 번째 임무가 국감 증인에 채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채택되더라도 해외 출장과 같은 불출석 사유서로 위기를 모면하도록 하는 것이 두 번째 임무다. 이마저도 불가능하다면 회장이나 대표가 아닌 부회장, 임원 등이 대신 출석하도록 로비를 펼쳐야 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올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가 해외 출장을 이유로 ‘성공적으로’ 국감에 불참한 기업의 대관 업무팀은 ‘한 건’ 올린 셈이다. 또 최정우 회장 대신 정탁 부회장이 국감에 참석한 포스코 그룹의 대관 업무팀은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고 볼만 하다.

 

SPC·DL 그룹 총수, 국감 피하려다 청문회 서게 될 듯

 

그러나 국정감사에 불참했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여야 로비에 실패했을 경우 더 큰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올해로 치자면 SPC 허영인 회장과 Dl 그룹 이해욱 회장 얘기다. 환노위의 국감 증인 출석 요구에 해외 출장을 불참 사유로 내세웠지만, 야당과의 조율에 실패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회 환노위는 국감에 불참한 허영인·이해욱 회장에 대해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청문회 실시 계획을 채택했다. 결국 두 사람은 국정감사 증인 출석은 피해갔지만, 청문회 증인으로 서게 된 것이다.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뉴시스]

 

국감의 또 다른 회피 수단 ‘칭병(稱病)’

 

올해 국감에서는 질병이나 그에 따른 치료를 이유로 국감을 회피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농해수위 국정감사장에 목에 깁스를 하고 등장했다. 건강상 이유로 증인 선서와 업무보고 이후에 자리를 뜰 수 있도록 요청해 받아들여졌다.

 

질명을 이유로 국감 불참은 그리 성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가맹점 갑질 문제로 정무위원회로부터 증인 출석 요구를 받은 버거킹 운영사 비케이알의 이동형 대표는 16일 국감에는 코로나 감염을 이유로 불참했지만 26일 국감에는 출석해야만 했다.

 

또 임금 체불 문제로 환노위 출석을 요구받은 대유 위니아 그룹의 박영우 회장은 암 투병을 이유로 17일 국감에 불출석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 정상적으로 출근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26일 종합감사에는 증인으로 출석할 수밖에 없었다.

 

기업인 상대 호통치기·망신주기 국감은 개선돼야

 

국가기관에 대한 감사가 그 본뜻인 국정감사에서 기업인을 불러내 호통치고 망신주는 게 과연 합당한가에 대한 논란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기업인의 국감 증인 채택 여부가 기업과 일부 국회의원 간의 민원 해결 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는 국회가 해결할 문제다, 현재까지 이어져 온 제도라면 부정적인 측면을 제거하고 건설적인 면을 부각하는 노력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기업인의 증인 채택은 최소화하고 꼭 필요해서 증인으로 불렀다면 해외 출장이나 칭병(稱病) 같은 시답잖은 이유로 증인 출석을 회피하는 것은 막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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