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보상위원회 '맹탕' 수두룩…임원 보수 깜깜이 책정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11-03 16:40:43

한국ESG기준원 분석, 보상위 설치 기업은 늘어
형식적 운영 다수…최대주주 직접 참여하기도
'문어발식' 보수 법인세 강화, 보수위 설치 등 발의

임원 보수를 심의하는 보상위원회 설치 기업들이 늘어났지만 허울뿐인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보수위원회는 연간 2차례 정도 회의를 열어 위원장 선임 등 형식적인 안건을 처리하거나 구체적 심의 없이 보고만 받고 있다. 심의 대상자인 최대주주가 회의에 참여하는 사례도 있다. 

 

이른바 '깜깜이' 고액 보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이를 제어할 회사 내 기구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 서울 여의도 증권가 빌딩들의 모습. [뉴시스]

 

3일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822개 사 중 보상위원회 설치 기업은 지난해 기준 204개 사로 25.1%를 차지했다. 2022년 164개 사, 20.5% 비중에 비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보상위원회 설치가 의무인 기업들은 37개 사이고 자율적으로 설치한 기업이 167개 사다.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 상장회사들에 대한 법적 의무 조항은 없으나 ESG 평가 기관인 ESG기준원은 모범규준을 통해 경영진 성과 평가와 보상 수준을 결정하는 위원회 구성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에도 이사회 내 보상(보수)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율적으로 보상위원회를 설치하는 기업들의 수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임원 보수에 대한 사회적 비판 목소리가 커진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사회 내에서 보수를 책정하는 별도 절차를 시스템화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미흡한 곳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평균 보상위원회 회의 개최 횟수는 2.8회로 집게됐다. 의무 설치 기업인 금융회사들의 회의는 4.2회로 비교적 자주 열렸지만 자율 설치 일반 상장사들은 2.4회에 그쳤다. 

 

구현지 ESG기준원 선임연구원은 "한 회차의 보상위원회에서 여러 안건이 다뤄지는 경우도 존재하나 일반적으로는 1, 2개의 안건이 다뤄지고 있으므로 연 평균 3회 미만의 개최는 보상 관련 의제를 모두 심의하기에는 불충분한 횟수"라고 짚었다. 

 

상법상 임원 보수는 주주총회 결의로 정하게 돼 있으나 실제로는 대부분 이사회가 개별 임원 보수를 결정하고 있다. 

 

보상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주총에 부의될 보수 한도 결정 외에도 보수 체계 또는 정책 수립 및 변경, 개별 임원의 성과 평가, 구체적 보상 수준 결정 등이 다뤄져야 한다. 

 

하지만 보상위원장 선임이나 보수한도 결정 안건만 상정한 기업이 37개 사에 달했다. 최소한의 필수 요건만 다룬 것으로 임원들의 보상에 대한 적정성을 높이려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들이다. 

 

또 보상위원회에는 안건의 보고, 심의, 검토, 결정 등 과정이 있어야 하지만 '보고 안건'만 상정된 회의 개최 횟수가 78회로 14%가량을 차지했다. 

 


 

구 연구원은 "다수 기업에서 보상위원회에 상정된 안건의 형태가 의결이 아닌 보고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보상과 관련된 모든 의제를 결의하는 주체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면서 "개별 위원들의 찬반 의견을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보상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예 대표이사나 최대주주가 직접 보상위원회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런 유형의 금융회사는 2022년 9개 사에서 지난해 3개 사로 줄었지만, 일반 상장사들은 같은 기간 27개 사에서 33개 사로 오히려 늘어났다.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바람을 타고 임원 보수 책정의 적절성을 문제 삼는 경우는 빈번해지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와 소액주주들이 지난 7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롯데웰푸드와 롯데지주, 롯데칠성음료,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등에서 임원으로 겸직하면서 모두 178억 원가량을 수령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각 계열사에서 받은 보수 규모로 볼 때 모두 '상근'을 기준으로 체결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한 사람이 4, 5개사에서 동시에 상근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신 회장이 겸직 회사에서 모두 상근한다는 것은 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이 임원 보수와 관련해 지난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도 240건에 이른다. 

 

정치권은 법적 개선책들을 내놓고 있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지난 9월 "여러 법인의 임원으로 등재되어 실질적인 직무 수행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각 법인마다 인건비를 수령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근무일수와 시간, 이사회 참석 횟수, 의사결정 기여도 등을 따져 손금(손해가 난 돈)에 산입토록 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손금 산입은 회계에서 비용으로 처리되지 않았지만 세법상으로는 인정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산입되지 않으면 지급하는 보수에 대해 법인세를 더 내야 한다는 점에서 '문어발식' 보수 수령에 제동을 거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앞서 지난 6월 같은 당 신장식 의원은 이사의 보수에 대해 주총에서 구체적 산정 근거를 설명하고 대규모 상장회사는 이사회 내에 보수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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