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MG손보 가교보험사 서두르는 금융위…실익 있나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5-05-13 17:42:02
대선이 코앞인데…과도기 정부가 '큰 결정'
금융위원회가 MG손해보험과 관련해 '가교보험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오는 14일 정례회의에서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전 작업은 이미 마친 상태다.
가교보험사는 부실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를 한시적으로 관리하는 회사다. 예금보험공사가 100% 출자해 자회사로 설립한다.
금융위의 가교보험사 추진 과정은 첩보전을 방불케 했다. 지난 2일 오후 5시에 MG손보 대표관리인을 불러 영업정지 통지문을 교부했다. 행정절차법상 영업정지 결정을 내리려면 최소한 10일 전에 통보해야 하기에 절차적 요건을 맞춘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뜸한 연휴 직전, 그것도 퇴근시간 즈음에 기습적으로 진행한 조치다.
가교보험사는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되기에 부담이 크다. 보험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금껏 MG손보의 현실적인 처리 방안으로 논의된 여러 방식(매각, 계약이전, 가교보험) 가운데 예상되는 투입 비용이 가장 크다고 한다. 메리츠화재가 MG손보 인수를 검토할 당시 거론되던 예보기금 지원규모가 5000억 원 수준이었다. 가교보험에는 최소한 이 이상이 필요할 전망이다.
꽤 큰 갈등도 우려된다. 가교보험사는 신규 영업이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개방형' '폐쇄형'으로 나뉘는데 당국이 추진 중인 방안은 폐쇄형이다. 가교보험사로 전환되면 MG손보의 신규영업이 전면 중단된다. 계약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인력을 제외한 대부분 구성원이 구조조정 대상일 수밖에 없다.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
이런 조치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다. 가교보험사는 뜻 그대로 중간 역할에 불과한 임시 조치다. 넘겨받은 부실보험사의 계약은 결국 어딘가로 다시 넘겨야 끝이 나므로 결국 재매각해야 한다. 원매자가 전산구축 비용 등을 요구하면 공적자금 부담이 더 커진다.
무엇보다 '반드시 지금 결정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현 정부는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정부다. 현상 유지에 힘써야 할 과도기 정부가 대통령선거를 불과 20여 일 앞두고 민감한 정책을 왜 서둘러 추진하나.
새 정부의 판단을 기다리는 게 상식에 부합할 것이다. MG손보의 '만성질환'은 이번달이든 다음달이든 별로 다르지 않다. 담당 의사도 없는데 이렇게 갑자기 '응급수술'을 결정하는 게 맞다고 할 수 있을까.
특히 매각을 추진하려면 여러 모로 새 정부 수립 이후가 유리하다. 시장에 잠재적인 매수자가 있더라도 대선 이후 움직이려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몇 주를 기다리지 못하고 가교보험사를 설립하려는 건 정책효과 외에 다른 의도를 가진 '알박기'로 비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예전부터 당국에 단단히 밉보인 MG손보 노동조합을 어떻게든 권한이 있을 때 혼내주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정책은 '무엇을' 결정하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결정하느냐도 중요하다. 만에 하나 이 정책으로 훗날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 국민들은 누구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하나.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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