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조선업 '한일전'…기술·생산력 월등, 외교전은 변수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6-01-12 16:03:37

5년간 117조 시장, 중국은 배제될 듯
韓, 고부가가치 LNG선 설계 능력 독보적
일감 쌓여 납기 일정 지연은 불가피
"미일 관계 공고, 일감 더 밀어줄 가능성"

미국 조선업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력과 생산 능력 면에서 한국이 월등히 앞서지만 일감이 쌓여 있어 상대적으로 납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공고한 미일 관계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미국 해군 해상수송사령부 소속 4만t급 군수지원함 'USNS 아멜리아 에어하트함'이 정비를 위해 12일 부산 영도구 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 입항하는 모습 [뉴시스]

 

12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LNG선, 탱커선, 컨테이너선 등 미국 조선업 신조(新造·새로 만듦) 시장 규모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361척, 800억 달러(약 11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미국은 1980년대 소련과의 냉전 완화 이후 조선업 지원을 축소시켜 해상 교역을 수행하는 미국 국적 상선 비중이 2024년 기준 2.6%에 불과할 정도로 산업 기반이 쇠퇴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MASGA'(마스가·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배경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세계 조선업의 3강이며 그 중에서도 중국이 독보적 1위이지만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 시장에서는 관세와 각종 제재를 받고 있다. 결국 '한일전'으로 압축될 수밖에 없는 구도다. 

 

나이스신용평가가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과 일본의 상위 업체들인 이마바리조선소, 오시마조선소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설계 능력 면에서는 한국이 크게 앞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핵심은 LNG선이다. LNG는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가는 중간 단계 발전원으로 여겨지며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2030년까지 미국 조선업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점쳐지는 선종이기도 하다. 

 

건조 난도가 가장 높고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액화시킨 천연가스를 운반하기 위해 -163도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폭발 위험도 관리해야 하므로 기술력이 관건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글로벌 LNG선 수주 잔고 기준으로 한국의 점유율은 65.6%에 이르며 중국이 32.0%로 양분하고 있다. 일본은 LNG선 화물창 설계 방식 중 용적 효율이 낮아 선박 대형화가 어려운 '모스형'에 집중해 왔다. 1990년대까지는 비교적 작은 규모 선박을 통해 LNG가 운송됐는데, 2000년대부터 대형화하면서 일본이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반면 한국 업체들은 선체 내부 형상을 그대로 사용해 대형화에 유리한 '멤브레인형'에 집중해 국제적 표준화에까지 이르렀다.

 

생산능력 면에서도 한국이 압도한다. 양국 상위 3개 조선사의 도크 크기를 보면 한국은 평균 최대 길이가 617m, 평균 최대 폭 126m인데 일본은 506m, 73m 수준이다. 도크 크기는 건조 가능한 선종의 범위를 결정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국의 경우 모든 선종 및 선급을 건조할 수 있으나, 일본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의 건조는 힘든 것으로 판단한다. 도크 및 안벽 수에서도 한국이 월등히 많아서 최대 건조 능력이 일본의 약 5.5배에 달하는 등 보다 대규모의 선박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벽은 건조를 위해 배를 접안하는 일종의 주차장으로 조선소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한국의 단점 중 하나는 역설적으로 일감을 충분히 확보해 놨다는 점이다. 현재 수주 잔고를 감안하면 2028년까지 조선소 건조 일정이 거의 채워져 있다. 신규 영업을 할 때 2029년 납기 일정을 제시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일본은 2027년부터는 건조 일정이 비워져 있어 추가적인 수주 여력이 존재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미국은) 해상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만큼 (조선업 지원) 법안이 통과되는대로 즉시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물량의 대부분을 한국, 일본에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기적인 건조 여력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조선사가 수주 영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선박 확충 계획은 민간이 아닌 정부 주도다. 한미 협력이 강화되고 있지만 오래 다져온 미일 관계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점이 경계할 대목으로 지적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960년 미일 상호협력 및 안전보장 조약 등이 현재까지 유지되는 점, 방산 공동 개발 경험, 미 해군과의 MRO(유지·보수·정비) 협업 이력 등을 고려할 때 미국과 일본의 우호적 관계가 공고하다"면서 "미국이 일본의 경쟁력 대비 일감을 더 할당해줄 가능성이 있어, 향후 미국 시장 내 한국 조선사의 사업 기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라고 짚었다. 

 

미국 현지 여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미 해군은 2020년 이탈리아 조선업체 핀칸티에리에 6척의 호위함 건조 사업을 맡겼으나 지난해 11월에 이 중 4척의 발주를 취소한 사례가 있다.

이에 대해 한국신용평가는 "발주 취소까지 간 것은 미국의 미흡한 조선 인프라와 숙련공 부족에 따른 낮은 생산효율성뿐 아니라 미 해군의 잦은 설계 변경 및 추가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국내 조선사가 세계 최고 수준의 건조 기술과 공정관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슈에 대한 원활한 협의와 대응 능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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