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등장, 오히려 '훈풍'…전력·정유·조선업 기대 커져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2-06 16:16:28
정유, 관세 반사효과로 값싼 원유 도입 가능
조선, 美 제조업 재건 타깃..."30년간 1600조 시장"
"AI 사이클이 거시 경제 사이클보다 상위 개념이다."
SK증권이 6일 내놓은 진단이다. 반도체 업종뿐 아니라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인한 전력 관련 산업들의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관세 전쟁'을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에 대부분 기업들이 잔뜩 움추러 들고 있지만 전력과 정유, 조선업 등 일부 업종은 오히려 훈풍을 타고 있다.
SK증권은 이날 "거시 경제 부진 속에서도 AI 노출도가 높은 기업들의 실적 패턴은 과거와 매우 상이하다는 것을 TSMC와 SK하이닉스 등의 AI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 실적과 주가 연동성 등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AI 투자 명분이 유지되는 한 거시 경제 부진이 AI에 대한 투자를 크게 훼손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북미 전력망 교체 시기 도래와 AI발 수요 등으로 한국의 전선·전력 기기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호황기에 진입했다. LS전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 늘어난 2747억 원을 기록했다. 대한전선은 13년만에 매출 3조 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은 1146억 원으로 43% 증가했다. 전력 기기 업체들인 효성중공업(3625억 원), LS일렉트릭(3897억 원), HD현대일렉트릭(6690억 원)도 역대급 영업이익을 올렸다.
더욱 불을 붙인 이가 트럼프 대통령이다. 취임 다음날인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주도의 AI 시대를 표방하며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의 합작사 '스타게이트' 설립을 직접 발표했다. 이를 통한 투자 계획 규모는 5000억 달러(약 720조 원)에 이른다.
AI 핵심 분야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기는 기술 수준 면에서 쉽지 않다. 하지만 필수적으로 따라 붙는 전력 관련 산업에서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대규모 언어모델(LLM) 같은 AI 기술은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용량을 크게 증가시키고 전력망 부담으로 이어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내년 데이터센터, AI, 암호화폐 부문 세계 전력소비량이 2022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미 한국 기업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7월 미국 앨라바마 생산법인 증설을 마치고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같은 달 LS전선도 미국 서부 지역 송전망 안정화 사업을 위해 현지 에너지 인프라 기업인 LS파워그리드캘리포니아와 1000억 원 규모 해저케이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코트라는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 재생에너지 등 대체 전력원 발굴에 대한 투자가 집중되고 있으며 변압기, 송전선 등 전력기자재 및 에너지 저장 시스템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유업계는 미국의 관세 조치로 인한 반사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되 원유를 비롯한 캐나다산 에너지는 10%로 낮게 책정했다. 미국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캐나다산이 60%에 이른다. 이를 감안해 상대적으로 더 낮추긴 했지만 미국으로 들어가는 캐나다산 원유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다른 수요처를 찾게 될텐데 한국 정유업계가 중동산보다 더 저렴한 원유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업계에 새로운 이익 창출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3155억원으로 전년보다 8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실적설명회에서 "1분기 미국산 원유 도입 비율이 20% 정도로 예상되고, 기회에 따라 캐나다산 원유도 도입 예정"이라며 "캐나다산 원유 중 일부가 아시아로 넘어올 가능성이 있는데, 그럴 경우 더 싼 원유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매우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두 국가에 대한 한 달의 유예 기간동안 협상을 통해 방향성을 달리 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조선업은 가장 뚜렷한 수혜가 예상된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관세의 목적을 제조업 재건으로 설명하고 의약품과 함께 조선업을 지목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전날 정부의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미국의 조선 산업 재건 협조 요청 시 노후화된 현지 조선소 현대화 등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해양 경쟁력 강화에 따른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수주 확대 및 신조 수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은 국회 토론회에서 "미국의 함정 MRO 사업 규모는 연간 20조원 정도이며 미 해군은 향후 30년간 1600조 원 정도를 투입해 함정을 신규로 건조한다고 한다"며 "관련 법령만 좀 바뀐다면 충분히 국내 기업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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