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에 재조명된 '로버트 마틴'과 '천안삼거리 마틴공원'
박상준
psj@kpinews.kr | 2024-06-20 15:42:44
서경원 전 천안시의원 추모비 건립 주도
하늘아래 편안한 고장 천안삼거리 '마틴공원'에는 벽안(碧眼)의 미국인 장교와 장병들을 위한 추모비가 시선을 잡아끈다. 검은색 대리석에 새겨진 추모비에는"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그냥 얻는 게 아니다.)"라는 글귀가 써있다.
추모비의 주인공은 미 육군 로버트 R 마틴 대령. 그의 치열하고 숭고한 삶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달게 된다.흥의 고장 천안과 마틴 대령은 대체 어떤 사연이 있을까.
외지사람들이 천안시를 떠올리면 자동으로 연상되는 단어 중 하나가 천안삼거리다. 천안삼거리는 조선시대 때부터 경상도, 전라도와 서울을 잇는 주요 길목이었다. 지금도 대전-대구-부산으로 이어지는 경상도 방면의 도로, 논산-전주-광주-여수로 이어지는 전라도 방면 도로가 천안삼거리에서 갈라지고 합류해 북쪽으로 서울까지 이어지고 있어 천안을 사통발달의 도시로 일컫는다.
경기민요 흥타령이 '천안 삼거리 흥~'으로 시작하고,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될 정도로 유명해 아예 이 민요의 제목이 천안삼거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천안삼거리의 별칭이 마틴의 거리이고 천안삼거리에 마틴공원이 있다는 사실은 천안시민들 중에도 아는 이가 많지 않다.
마틴공원은 6.25전쟁 당시 천안지구 전투에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다 장렬히 산화한 미 육군 24사단 34연대 장병들의 희생과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2000년 6월 천안시가 추모공원을 승인했고 2008년 8월 현재 위치인 천안삼거리에 재조성됐다.
공원과 거리의 이름은 1950년 7월 8일 천안 전투 당시 미군 34연대를 지휘한 연대장 로버트 R. 마틴의 이름에서 딴 것으로, 미군전사자의 수만 129명에 이르는 치열한 전투의 현장이었다.
1950년 6월 25일 남침이 시작된 이후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오던 북한군 4사단과 107전차연대를 맞아 7월 7일 미 육군 제24사단 윌리엄 딘 사단장은 전투 경험이 많은 로버트 마틴 대령을 34연대장으로 긴급 투입했다.
딘 소장은 천안을 잃게 되면 천안-예산-홍성-장항의 서해안 방어라인도 무너질 수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마틴 대령에게 지연전을 펼 것을 지시했다.
사력을 다한 장병들의 분전으로 천안 읍내에서 2시간 가까이 시가전이 벌이던 마틴 대령은 무엇보다 북한군의 T-34전차의 격파가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직접 2.36인치 로켓포를 들고 북한국의 전차와 맞섰다.
하지만 마틴대령은 7월 8일 북한탱크에서 발사된 포탄에 맞아 장렬히 산화한 것을 비롯 129명의 미군이 전사하고 168명이 포로로 잡히는 등 숭고한 희생을 치르게 됐다.
당시 선임 하사관 크리스턴슨은 기록에서 "연대장이 북한군 전차를 향해 포를 조준하고 내가 포탄을 장전해 피아 양쪽이 동시에 발사했다"며 "다음 순간 전차의 85밀리 포탄을 맞아 연대장은 몸이 두동강 나고 나는 그 충격으로 눈알이 튀어 나왔다"고 술회했다.
당시 전투 현장은 필설(筆舌)로 표현하지 못할만큼 살벌했다. 천안시는 목숨을 바쳐 천안수호에 나선 마틴 대령을 기리기 위해 2000년 6월 이근영 전 시장이 마틴추모공원 설립을 최초로 승인했고 성무용 전 시장이 현재의 장소로 2008년 7월 마틴공원 재조성을 결정했다.
공원 재조성 과정에서 현재의 추모비 건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서경원 전 천안시의원이다.
서경원 전 의원은 6월 효국보훈의 달을 맞아 추모비를 찾아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 자유와 평화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희생한 거룩한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 그들의 헌신과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추모비 재건립을 주도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국자유총연맹 천안시지부에서는 매년 7월 8일 천안 7·8전투 추모식을 개최하고 있으며, 이 행사를 통해 미군 장병들의 고귀한 희생과 자유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겨보는 기회로 삼고 있다.
서 전 의원은 "추모비에 새겨진 '자유는 그냥 얻는 게 아니다"는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1963년부터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해 범정부적인 행사들이 열리고 있는 6월에 우리가 한번쯤 그 의미를 되새겨볼 경구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박상준 기자 p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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