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클' 우려에도 굳건한 SK하이닉스…불안한 삼성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4-09-10 16:13:15
나이스신용평가 "AI, 실적 개선 주된 동력원"
미국의 중국 규제 여파도 삼성전자에 클 듯
반도체 다운사이클(침체기) 진입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비교적 밝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AI용 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 입지를 다진 덕분이다. 반면 같은 분야에서 다소 뒤처져 있는 삼성전자는 불안한 시각에 휩싸여 있어 대비된다.
10일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나이스신용평가는 SK하이닉스에 대해 "엔비디아의 최신 모델에 탑재되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물량을 사실상 전담해 공급 중"이라며 "AI 서버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과 관련해서도 우수한 제조기술력을 보유 중"이라고 평가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메모리 업체 중 최초로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했고 후속 제품인 HBM3E 12단 제품도 이미 주요 고객사들에 샘플 공급을 마치고 4분기 양산 예정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AI 시장을 통한 재무적 수혜가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AI향 선단 제품의 공급은 향후 12개월 동안 개선된 영업실적을 유지하는 데 있어 주요 동력원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AI 가속기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엔비디아에 대한 HBM 제품 공급이 반도체 제조사의 실적 개선 수준을 차별화하는 주요 변수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HBM3E 8단 제품의 품질테스트를 마치고 공급을 시작했다는 해외 기관의 관측이 이달 초 나왔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글로벌 점유율 면에서도 SK하이닉스가 치고 올라오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D램 점유율은 34.2%로 전 분기 대비 3.2%포인트 높아졌다. 글로벌 D램 3대 업체 중 유일하게 상승 그래프를 그렸다.
삼성전자는 43.5%로 1위를 유지하긴 했으나 전 분기에 비해 0.5%포인트 소폭 하락했다. HBM 중심의 AI 서버 시장 수요는 견고한 반면 모바일이나 PC에 쓰이는 D램 수요가 부진한 영향이다. 실제 지난해 10월부터 상승 흐름을 보이던 PC용 D램 가격이 지난달에 전월 대비 2.3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지난달 20일 반도체 사이클이 고점에 근접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으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최근 반도체주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이 역시 온도차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달 팔아치운 삼성전자 주식은 2조880억원어치였는데 SK하이닉스는 그 절반에 못 미치는 9300억원 수준에 그쳤다. 기관 투자자들도 같은 기간 삼성전자를 1조3782억원, SK하이닉스는 3051억원 순매도해 차이를 보였다.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9조7000억원으로 시장의 평균 전망치인 13조7000억원을 크게 밑돌 것으로 보고 지난 9일 목표주가를 기존 13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대폭 낮췄다.
중국으로 향하는 수출에 대한 미국의 규제 확대가 상대적으로 삼성전자에 위협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양자컴퓨팅과 차세대 반도체 제조 등의 핵심 기술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하는 규칙을 지난 5일 발표했다. 중국과 러시아, 이란 등 적대적 국가를 겨냥한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AI 관련 제품에 대해서도 규제하려는 미국 정부의 동향이 지속되어 온 만큼 향후 규제 범위 확대로 인해 중국향 수출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중국 수출용 HBM은 4세대인 HBM3이거나 그 하위 버전이다. 5세대인 HBM3E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경우 규제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향 HBM3E 납품이 다소 지연되며 경쟁사 대비 4세대 이전 버전의 판매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는 수출 규제 강화에 의한 실적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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