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홍콩 평화시위 이끄는 두 날개, '민간인권전선과 대학생단체'

강혜영

| 2019-08-23 15:22:42

민주주의 역사 함께한 재야단체연합과 홍콩인 자부심 지키려는 대학생들의 평화행진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지난 8월 18일 홍콩 도심. 170만 명에 달하는 시위대가 도심 곳곳을 가득 메우고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다. 지난 6월 이후 3개월 동안 홍콩 도심에서 시민들이 적극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가 계속 열린 동력은 재야단체연합 '민간인권전선(Civil Human Rights Front)'과 대학생들이다. '아시아의 진주' 홍콩의 미래가 달려있는 송환법 반대 시위는 이들 두 축을 중심으로 평화적이고 수평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 홍콩 송환법 반대 집회를 주도하는 재야단체연합 민간인권전선의 보니 렁 부의장이 지난 17일 홍콩 센트럴역 인근에서 U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콩=강혜영 기자]


지난 17일 홍콩 센트럴역 인근에서 만난 보니 렁 민간인권전선 부의장은 "국정교과서 반대,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 등 홍콩 민주주의 역사의 중요 순간마다 시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규모 집회와 행진을 주최했다"며 "민간인권전선은 이 과정에서 홍콩 시민들에게 신뢰받는 평화적 시위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3월 31일 이후 송환법 반대 시위를 10차례 이상 열었다. 지난 6월 9일 집회에는 10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등 시민들이 적극 호응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이때부터 정부에 송환법 철폐와 캐리 램 행정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민간인권전선은 2002년 국가보안법 반대 집회를 개최하면서 설립된 단체로 홍콩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야 하는 모든 정치사회적 상황에서 행진과 집회, 그리고 시위를 주최하고 있다고 렁 부의장은 설명했다.


 민간인권전선 주최 '송환법 반대' 주요 시위 일지

 날짜

장소

형식 

규모(주최 측 추산) 

비고 

 2019.3.31

 완차이~정부청사

 행진

 1만2000명

범죄인 인도법안 입법예고 

(3월 29일)

 2019.4.28 코즈웨이 베이~정부청사  행진 13만명  1차 법안 심의 (4월 3일) 2019.5.10 입법회 앞  집회1200명(경찰추산)  

 2019.5.13~5.14

 입법회, 캐리 램 행정장관 사무실 등

 밤샘, 

집회 등

 -

 

 2019.6.9

 빅토리아 공원~입법회

행진 

 103만명

 첫 대규모 집회

 2019.6.12

 정부청사, 입법회 인근

집회, 밤샘 도로 점거 등 

 수만명

 경찰, 시위대 '폭동' 규정 및 최루탄 사용. 

2차 법안 심의 연기

 2019.6.16

 빅토리아 공원~정부청사

행진 

200만명 

 캐리 램 장관 공시 사과

(6월 18일)

 2019.6.26

 G20국가 영사관 일대, 경찰청사, 입법회 등

 집회 및 행진

 수천명

 오사카 G20 참여국 관심 촉구

 2019.7.1

 빅토리아 공원~정부청사

 행진

 55만명

 홍콩 반환 기념일 

 2019.8.18 빅토리아 공원~완차이, 센트럴 집회 및 행진 170만명 


"지도자 없는 시위…상반된 입장도 자유롭게 목소리 내"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시위대를 이끄는 지도부가 없는 시민 주도의 자발적 운동이라는 점이다. 민주주의와 인권 보장을 공통분모로 삼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민간인권전선이 이 같은 취지에 부합하는 단체이기에 더 많은 사람이 집회에 동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니 렁 부의장은 "우리 단체는 여러 단체가 연합한 우산조직(Umbrella Organization)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존중한다"라며 "시위 현장에서 우리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자유로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고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와 정부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규모의 집회를 안전하게 주도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부연했다.


▲ 지난 18일 오후 대규모 송환법 반대 집회가열린 빅토리아 공원 인근 도로를 집회 참여자들이 가득 메웠다. [홍콩=강혜영 기자]


실제로 단체가 내세우는 요구에 동의하지 않는 시민들까지 집회에 나왔다. 홍콩의 독립을 지지한다는 조이 수(20) 홍콩성시대 부학생회장은 "주최 측이 주장하는 5대 요구사항 중 캐리 램의 사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진정한 의미의 보통선거 보장되는 등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 모든 사항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인권전선은 향후 중국 정부의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주년이 되는 오는 31일에도 대규모 도심 행진을 진행할 방침이다.

보니 렁 부의장은 "장기적인 계획은 여론을 수렴한 뒤 결정된다"며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사전에 계획을 세우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우리 요구에 응답하고 이를 수용할 때까지,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가 실현될 때까지 행군을 계속할 것"이라며 "우리는 정부에게 우리의 뜻을 평화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정부는 홍콩시민들의 참을성을 시험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콩인이라 자랑스러워" 자긍심으로 뭉친 대학생들

홍콩 시위를 이끄는 또 다른 축은 대학생들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현지 대학교수 3명이 6월 9일부터 8월 4일까지 12차례의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66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위 참가자의 60%가량이 20대였다. 실제로 지난 18일 열린 홍콩의 송환법 반대 대규모 시위대 역시 우산을 들고 헬멧과 마스크를 착용한 젊은 층이 주를 이뤘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입 완 힌(20) 씨는 "홍콩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나왔다"며 "홍콩이 지향하는 가치들과 정반대의 가치를 추구하는 독재 정권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 18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예고된 홍콩에서 시위대 원들이 '우리는 공격 표적이 아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AP 뉴시스]


대학생들은 시위에 참여할 뿐 아니라 시위대에게 구급 약품과 안전장비들을 나눠주며 홍보 전단을 만들고 배포하는 역할도 도맡아 한다. 자발적인 집회를 열기도 하고 해외에 홍콩 상황을 알리고 운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기도 한다. 홍콩 12개 대학학생회 연합단체인 '홍콩 IAD'에서도 활동하는 조이 씨는 "대학연합단체에서 6000명 규모의 집회를 열기도 하며, 영국과 미국 등 해외의 정부 관계자, NGO, 대학생단체 등과 협력해 송환법 반대 집회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이 송환법 반대 집회를 적극 지지하는 이유는 이들이 자치권이 보장된 홍콩에서 태어나 중국과 구별되는 홍콩만의 가치들을 누려온 세대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8월 18일 시위에 나온 직장인 미셸 웡(28) 씨는 "홍콩사람(Hongkonger)이라서 자랑스럽다"며 "자유, 인권, 통합의 상징인 홍콩을 지키기 위해서 경찰의 강경 진압과 중국의 위협 등 위험을 무릅쓰고도 계속해서 거리로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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