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획이 가장 좋은 계획?…기생충·알라딘이 일군 '53일의 기적'
김혜란
| 2019-07-23 17:35:18
관객 충성도, 입소문…'팬심'이 만들어 낸 뒷심·역주행 신화
기생충, 초반 스크린 독점 논란에도 '해석 열풍' 중심에 우뚝
'독과점+초반몰이=1000만 영화' 공식 깬 '착한 흥행' 알라딘
'알라딘'에 이어 '기생충'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7월에만 두 편의 1000만 영화가 탄생했다. 상반기 '극한직업'과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각각 개봉 15일, 11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모은 것과는 상반되게 이 두 영화는 53일 만이라는 장기 상영 끝에 성과를 냈다.
2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5월 30일 개봉한 '기생충'은 지난 21일 1만1669명을 추가하며 개봉 53일 만에 10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영화는 개봉 25일째인 6월 23일 900만 관객을 넘어섰지만, 점차 동력이 약해지면서 1000만 달성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스크린과 상영 횟수가 줄었음에도 '팬심'이 흥행을 끌어냈다. 지난 21일 '기생충'은 170개 스크린에서 243회 상영됐고 공급좌석은 3만석 정도에 그쳤지만 좌석판매율은 38%로 상위권 작품과 같을 정도로 관객들의 충성도가 높았다. 900만에서 1000만까지 걸린 시간은 29일. 영화의 뒷심이 '1000만의 기적'을 일군 셈이다.
영화 '알라딘' 역시 개봉 53일 만인 지난 14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첫날 관람객이 7만 명에 그쳤지만 SNS를 통해 실 관람객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뒷심을 발휘했다.
알라딘은 개봉 첫주 주말 관객이 80만, 2주차에 74만으로 그 수가 줄어들다 3주차에 110만으로 반등하면서 역주행을 시작했다. 이어 4주차에 박스오피스 1위로 올라서는 대이변을 일으킨다. 개봉 5주차부터 7주차까지는 역대 주말 최다 관객수와 좌석판매율을 따내며 장기흥행의 발판을 마련했다.
기생충과 알라딘은 결과적으로 개봉 53일 만에 1000만을 돌파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시작에서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기생충은 '독과점 논란'과 함께 첫발을 내디뎠다. 스크린 수 1783개로 출발해 개봉 4일째인 6월 2일에는 1947개까지 늘었다. 스크린 독과점의 심리적 경계인 2000개에 근접한 것뿐만 아니라 전국 스크린 수(2890개)의 67%가 넘는 비율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칸 영화제 수상으로 한국영화 전체의 성장을 상징하는 쾌거지만 초반 이슈몰이에 과하게 몰두하면서 스크린 독과점제의 폐해도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이에 반해 '알라딘'은 개봉 이후 최대 스크린이 1409개로 독과점 논란 없이 이룬 '착한 흥행'이란 평가를 받는다. 특히 첫날 7만2736명을 동원, 역대 1000만 영화 중 유일하게 오프닝스코어가 10만 명 미만인 작품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전국 2760개 상영관에서 개봉해 134만 명의 관객 동원을 기록한 것과는 대비되는 수치다.
이처럼 출발선은 달랐지만 뒷심이 살린 '53일의 기적'이란 타이틀엔 변함이 없다. 두 영화를 향한 팬심은 좌석판매율 뿐만 아니라 'N차관람' 비율로도 증명됐기 때문이다.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 18일까지 재관람률은 5.1%로, 같은 기간 상위 10개 영화 평균(2.9%)보다 높았다. 알라딘 또한 지난 14일까지 재관람률은 8.7%로, 상위 10개 영화 평균(3.1%)을 두 배 넘게 웃돌았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재관람 열풍 배경에 대해 "'알라딘'은 춤과 노래를 기반으로 '2시간 실컷 놀았다'는 기쁨을 줬고, '기생충'은 의미를 해석하는 지적인 영화로서 사랑받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1000만의 기적은 긴 호흡 속에서 영화와 관객이 소통한 끝에 이뤄진 결과다. '영화제용 영화는 따분해 흥행하기는 어렵다'라는 편견을 깨뜨린 '기생충'은 해석 열풍을 이끌며 관객들 간의 소통도 가능케 했다. 1000만 돌파 소식에 봉준호 감독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어서, 무척 놀랐다. 관객들의 넘치는 큰 사랑을 개봉 이후 매일같이 받아왔다고 생각한다.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할 정도다.
'알라딘' 역시 기존의 흥행 공식을 깼다. 일반적으로 개봉 첫 주에 가장 많은 관객이 찾고,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줄어든다. 첫 주 관객 수만 보면 영화가 어느 정도 규모로 흥행할지 가늠할 수 있지만 '알라딘'은 달랐다. 역주행 신화로 예측했던 흥행 궤도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또 스크린 독과점과 '초반 인기몰이' 없이도 1000만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기생충'에서 아버지 기택(송강호 분)이 아들 기우(최우식 분)에 "무계획이 가장 좋은 계획"이라 말한 것처럼 배급 전략에도 완벽한 계획이라는 것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한편 상반기 흥행작들에 이은 하반기 기대작들도 속속 개봉하고 있다. 지난 17일 개봉한 '라이언킹'이 23일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24일 개봉하는 '나랏말싸미'를 필두로 31일엔 '사자', '엑시트'가 출격에 나선다. 디즈니 대작과 한국영화의 싸움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하반기를 뜨겁게 달굴 '영화 대전'의 승자는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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