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곳곳에 '허점'…부실 보고서 근거로 개방된 용산어린이정원
서창완
seogiza@kpinews.kr | 2024-05-29 17:31:10
환경부 보고서 기준치 이상 다이옥신, LH선 기준치 이내로
시료 채취 지점·오염물 지도 없어 오염 장소·수준 파악 불가
LH "데이터 잘못 들어간 것 확인… 환경부 지침 따라 적법 절차"
정부가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개방 근거로 삼았던 보고서가 다수 허점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토양 정화 조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졸속 개방은 위험하다"는 국내 환경단체들의 주장을 정부가 반박하는 자료로 이용됐는데, 하자가 발견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개방을 졸속 추진하면서 부실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비판한다.
KPI뉴스는 최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용산 부분반환부지 임시개방을 위한 토양안전성 분석 및 예방조치 방안수립 용역' 보고서(이하 LH 보고서)를 입수했다.
LH 보고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로 한국환경산업연구원, 에코비트가 공동조사를 벌인 뒤 지난해 2월 말 발간됐다.
정부는 그간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자료 공개 요구 때마다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해왔다. 관련 내용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LH 보고서의 조사 범위는 개방된 정원의 면적인 30만㎡보다 넓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지난 2020년 9월 9일~2022년 3월 18일 진행한 '용산 미군 기지 사우스포스트 환경조사 및 위해성평가 조사 보고서'(이하 환경부 보고서) 범위(A4a, A4b&A4f, A4c, A4d, A4e, A1)와 대부분 겹친다.
LH 보고서 환경조사 데이터가 환경부 보고서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문가 자문 결과 LH 보고서는 몇 가지 오류와 논리적 허점을 지닌 것으로 29일 파악됐다.
우선 환경부 보고서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오염물질 14개 중 3개(다이옥신, 니켈, 불소) 물질의 최고오염 농도가 LH 보고서에서는 낮게 나왔다.
환경부 보고서에서 니켈과 불소의 최고오염 농도는 각각 399.3mg/kg, 888mg/kg이었다. 그런데 LH 보고서에선 각각 243.7kg, 591mg/kg으로 기재됐다. 두 보고서 간 1.6배와 1.5배의 차이가 났다.
독성이 특히 강한 유해물질인 다이옥신 결과는 뒤바뀌었다. 환경부 보고서에서 다이옥신 최고오염 농도는 3489.404 pg-teq/g로 기준치 이상이었다. 그러나 LH 보고서에선 기준치 이내(146.46 pg-teq/g)로 나왔다. 두 보고서 간 23.8배 차이가 나면서 데이터가 정반대로 나온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환경 연구기관 A 소장은 "별도 샘플링 작업 없이 같은 데이터로 환경조사를 했다면 농도가 다르게 나오기 어렵다"며 "중금속 중 다이옥신은 독성이 굉장히 강한데 이 부분이 유난히 많이 조정된 게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LH 보고서에 토양 시료 채취 장소와 지점별 오염도 지도가 없는 것도 문제였다. 토양 오염 위험을 낮추기 위한 목적의 보고서에 오염 장소·정도를 알 수 있는 핵심 자료가 빠진 것이다. 이 때문에 LH보고서를 끝까지 다 살펴봐도 어느 지점에 얼마나 심각한 오염원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는 해당 지역에서 진행된 기존 보고서와는 다른 대목이다. 역시 환경부 보고서를 토대로 문재인 정부 국토교통부가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2021년 10월 펴낸 '용산 부분반환부지의 임시활용을 위한 토양안전성 분석 및 예방조치 방안 수립 용역' 보고서(이하 국토부 보고서)와 비교해도 차이가 분명하다.
국토부 보고서에는 시료 채취 장소와 해당 장소의 토양 오염 분포도가 중요 참고 자료로 나와 있다. 이와 달리 LH 보고서는 오염 물질별 총 시료 개수와 오염 농도 평균값을 제공했다. 환경부와 국토부 보고서에는 없는 데이터 값이다.
전문가 자문에 따르면, 토양 오염 환경조사에서 시료 지점별 오염도 대신 평균값을 제시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참고로 국토부 보고서는 현재 용산어린이정원 내 체육시설이 있는 스포츠필드(4.5㎡)와 정원 외 소프트볼장(0.8㎡)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LH 보고서는 시나리오에 따른 위해도 분석도 '공원 개방'의 경우로 한정했다. 국토부 보고서에 담겼던 '주거지역 이용 시나리오' 분석은 빠졌다. A 소장은 "용산어린이정원처럼 주거지역 가까이 있는 공원 토양 오염 조사를 시행할 때는 주거 이용 시나리오 분석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수를 통해 오염 물질이 빠져나갈 수도 있기 때문에 토양 정화 없이 오염 지역을 덮은 채로 개방한다는 것 자체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위해저감조치 도출 방식도 부실했다. 국토부 보고서는 △대상구역 선정 △저감기술 제안 △활용 계획 고려 저감조치 제시 △조성계획 적정성 평가 등을 거쳐 기준치 초과 구역 내 산책로나 녹지 등의 피복을 제안했다.
그러나 LH 보고서는 이런 과정을 생략했다. 잔디, 맥문동(외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등을 '양지' '음지' '피복조치 적용곤란 지역' 등에 적용해 오염토양 영향 최소화와 노출 방지를 하겠다는 수준이었다.
이러다 보니 저감조치 근거 마련 대신 정원 개방에만 몰두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녹색연합 정규석 사무처장은 "보고서가 정밀하고 엄격하지 않다는 것은 임시 개방 자체가 졸속으로 진행됐고 안전성을 담보하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LH 측은 KPI뉴스 질의가 있은 지 3주 만에 오류에 대해 인정했다. LH 관계자는 "데이터가 잘못 들어간 것에 대해 이제야 확인했고 현재 각 기관과 팩트체크를 계속하고 있다"며 "워낙 방대한 데이터를 갖고 분석했기 때문에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 한 게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환경부 지침에 따라 적법하고 적절한 절차를 거쳤다. 단지 보고서만 봤을 때 오해 소지가 있을 순 있지만 중대한 오류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서창완 기자 seogiz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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