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가는 車…현대차는 '현대로봇'으로 변신 중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12-04 16:27:40

글로벌 차 판매 성장 내년 2.1%, 2027년엔 0%
"엔비디아 협력 중 로보틱스 가장 빠를 것"
내년 CES에서 현대차 방향성 제시 주목
"馬力에서 연산력으로 경쟁 기준 달라져"

세계적인 자동차 수요가 점차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휴머노이드 로봇 등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조업에서 '피지컬 AI' 기업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이른바 '깐부 회동'을 계기로 엔비디아의 파트너로 새로운 성장 가도에 오를 것이란 기대가 크다.

 

4일 삼정KPMG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은 9090만 대로 지난해 대비 2.4% 성장하겠으나 내년에는 9280만 대로 2.1%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시장조사 기관 글로벌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한 추계다. 

 

▲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 '아틀라스'가 부품을 들어 접는 동작을 구현하는 모습 [현대차]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 8000만 대에서 이듬해 7880만 대로 뒷걸음질쳤고 2023년 다시 10%가량 급증했다. 이후 3년간 2% 초중반대 증가율을 보이다 2027년에는 9290만 대로 아예 성장이 멈춰설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 종료와 중국의 신에너지차 구매 세제혜택 축소 등으로 전기차 성장세도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현대차는 미국의 관세 공세에도 시장점유율을 키워가며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시장이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AI 혁명'이 일어나면서 로보틱스 등 신사업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개발을 이끌던 송창현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사장)이 이날 사의를 표한 것도 현대차의 새로운 방향성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네이버 초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송 사장을 통한 독자적 스마트카 개발보다 엔비디아와 협업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자체 기술 도전보다 엔비디아와의 협업에 집중하는 것이, 더 빠르게 더 많은 부분에서 테슬라와의 격차 축소를 견인할 것이라는 현대차그룹 수뇌부의 포석이라 해석한다"며 "2009년 12월 아이폰 한국 공식 출시 시점 이후의 (삼성전자의) 전개와 유사하다"고 짚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독자적인 스마트폰 운영체제(OS) '바다'의 개발을 포기하고 구글의 안드로이드 OS 기반 갤럭시 시리즈에 집중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 바 있다. 

 

향후 현대차의 미래는 엔비디아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내놓은 2026~2030년 125조 원 투자 계획에서 50조5000억 원이 AI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로보틱스, 수소 등 미래 신사업에 집중돼 있다.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에는 38조5000억 원이 쓰인다. 

 

특히 실제 공간을 가상화하는 디지털 트윈, AI 기반 자율 제조, 로봇 통합 등 스마트 팩토리 사업은 엔비디아 협력과 직결된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로보틱스는 이번 협력 중 가장 변화 속도가 빠를 가능성이 있는 분야"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대차그룹 로봇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나믹스, 완성차 생산공장, 물류 등을 모두 보유한 완성차 그룹은 전세계에서도 흔치 않다"면서 "현대차가 중장기적으로 차량회사뿐 아니라 물리 시스템 전체를 재설계하는 회사로 확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 방향성을 가장 명확히 보여줄 무대는 내년 1월 6~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은 현대차그룹이 CES에서 가장 큰 부스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개발 현황과 양산 스케줄 절차가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현대차와 엔비디아 협력은 기술적 선언이 아니라 현대차가 앞으로 어떤 기업으로 변하려는지 보여주는 방향성의 공개에 가깝다"면서 "자동차 산업의 경쟁 단위가 기존 '마력(馬力)' 중심의 물리적 성능에서 '연산력' 중심의 디지털 성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100년간 출력과 배기량, 연비가 자동차 기업 평가의 척도였다면, 이제는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고 얼마나 빠르게 모델을 학습시키며 이를 차량·로봇·공장 전체에서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내년 CES와 그 이후의 그룹 발표는 현대차의 피지컬 AI 전략이 단순 비전인지, 아니면 실행 단계로 진입했는지를 판단하는 핵심 시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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