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가는 한국…기업들 해외 생산 가속화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3-12 16:07:06

"냉장고, 스마트폰 생산기지 이전 압력"
한국 자동차 생산량, 멕시코에도 뒤져
내수 침체에 식품 업계 해외 투자 러시
산업공동화, 일자리 축소 우려 점증

내수 침체에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맞물리면서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국내 생산 기반은 약화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산업공동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지방의 주요 생산 거점 도시들에게는 현실이 된 위기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2일 "한국 가전 기업들은 지속적인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통상 제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경쟁력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기지 이전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강기정 광주시장(오른쪽)이 미국 관세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10일 삼성전자 광주공장을 찾아 회사 관계자들과 제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나이스신용평가는 구체적으로 미국 기업들의 주력 제품군으로 꼽히는 냉장고와 스마트폰이 우선적 제재 대상이 될 것으로 봤다. 상대적으로 미국의 수입의존도가 떨어진 세탁기와 미국 기업 점유율이 미미한 TV는 제재에서 거리를 두고 있다는 관측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냉장고의 경우 주요 경쟁자인 월풀과 GE가 미국 내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지 생산기반이 없으며 25% 관세부과가 예고된 멕시코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 기업들은 생산지를 조정하거나 같은 모델을 여러 곳에서 생산하는 등 단기적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멕시코에서 생산하던 냉장고 물량 일부를 광주 공장으로 옮겼고 LG전자는 TV와 냉장고를 멕시코 대신 베트남과 헝가리 등에서 우회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외 지역에 대한 보편 관세를 실행에 옮기면 두 회사는 다시 생산지 이전을 고려할 가능성이 커진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절반 이상은 베트남에서 생산되는데, 베트남의 지난해 대미 무역 흑자는 약 178조 원 규모에 이른다. 베트남은 중국과 멕시코에 이은 3위 흑자국이어서 관세 부과 위험이 높다. 애플 스마트폰은 90% 이상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트럼프 1기 당시에 관세를 면제 받은 바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가 자국 기업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애플에 대한 관세 부과 영향은 낮아질 수 있다"며 "향후 미국 기업에 수혜적인 관세 정책이 시행될 경우 한국 기업의 생산지 이전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업계도 비상이다. 국내 생산량 감소가 두드러지는데 관세 폭탄도 대기 중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의 생산량은 412만8000대로 전년 대비 2.7% 줄어들어 글로벌 7위에 그쳤다. 5% 증가한 멕시코보다 한 단계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자동차는 관세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되는 대표 업종 중 하나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보도자료에서 "한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1월 23일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현대차가 지난 1월 실적설명회에서 향후 생산 현지화로 관세 영향력을 최소할 것이라고 발표한 대목을 언급한 것이다. 현대차그룹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에 자동차 강판 제품 등을 생산하는 제철소 건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 기업들도 내수 부진의 타개책으로 해외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8000억 원을 투자해 헝가리와 미국에 신규 공장을 구축한다고 알렸다. 유럽 내 첫 공장 신설이다. 삼양식품은 6개 라인 규모의 중국 공장을 2027년 초 완공 예정이다. 또 오뚜기와 SPC는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지역 경제에는 적색등이 켜졌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부터 포항2공장 가동을 축소했고 포스코는 지난해 잇따라 포항제철소 일부 공장들을 폐쇄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가 이날부터 발효됐다. 

 

포항시와 광양시, 당진시 등 철강 주력 지역 지자체들은 지난달 정부와 정치권에 공동 건의문을 내면서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철강 산업은 회복 불능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지난 10일 경기 평택항에 철강 제품들이 쌓여 있다. [뉴시스]

 

생산 물량의 85%가량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GM의 철수설도 지역 경제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관세가 부과되면 GM 본사가 물량을 조정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GM 노사는 오는 15~22일 미국 본사를 방문해 대응책을 모색할 계획이다. 한국GM 종업원 수는 8000명가량이며 협력업체 수는 3000개로 추산된다.

 

가장 큰 걱정은 일자리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고용동향을 보면 15세 이상 전체 취업자 수는 2817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0.5% 증가했으나 제조업은 438만6000명으로 1.7% 감소했다. 

 

직업별로 보면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1.7%)장치·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2.0%) 단순 노무 종사자(-2.2%) 등의 감소세가 가파르다. 특히 15∼29세 중 '쉬었음' 인구가 13.8% 급증한 50만4000명을 기록했다. 

 

기획재정부는 "건설업과 제조업 등 주요 업종의 고용 감소세가 지속되고 청년, 소상공인 등 고용 취약계층의 어려움도 계속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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