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무죄', 현대차·한화·CJ 등 승계용 합병 길 터줬다"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7-25 16:16:55
승계 위해서라도 '사업상 목적' 제시하면 정당
'모비스+글로비스' '한화+한화에너지' 'CJ+올영' 가능성
"이재용 일가 최대 4조 이익, 국민연금은 6000억대 손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 영향으로 현대자동차, 한화, CJ 등 다른 그룹의 승계용 합병도 추진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삼성물산처럼 승계 목적이 있다고 해도 사업상 목적도 함께 제시하면 문제가 없다는 선례가 만들어졌다는 시각에서다.
김종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은 25일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민변 등이 공동주최한 '삼성 합병 판결 의의와 후속 과제 진단' 좌담회에서 "다른 그룹에서 합병을 통한 지배력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물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의 1심 재판부는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 피고인 이재용의 경영권 강화 및 삼성 그룹 승계에만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되었다고 하더라도 합병 목적이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2심으로도 이어졌고 3심은 하급심 판단에 법리상 문제가 없다고 봐서 최종 무죄 판결했다.
옛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 등 해외 투자자들이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부당한 합병 비율과 한국 정부의 개입을 인정받아 배상을 받게 됐으나 한국 법원은 합병 비율에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김 소장은 "총수 일가 후계자가 지배하는 회사의 가치를 최대한 높여 놓은 다음 그룹을 지배하는 회사(지주회사 또는 지주회사격인 회사)와 합병을 하려는 시도는 예전부터 많았다"면서 "삼성물산 불법 합병 사건을 계기로 대부분 주춤한 상태인데 이제 다시 합병이 추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승계 목적이라고 해도 '사업상 목적'을 함께 제시하면 정당성을 갖게 되고 합병 효과에 대해서도 대략적인 목표치만 내놓으면 될 것이란 지적이다.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은 건설, 패션, 상사, 리조트 부문이 한 지붕 아래 공존하는 독특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시너지 효과는 불분명해 보인다. 2015년 합병 당시 매출 60조 원 달성의 목표 시점으로 제시했던 2020년 실제로는 30조2000억 원에 그쳤고 지난해에도 42조1000억 원 수준이었다.
김 소장은 "'사업상 목적'은 추상적으로 명분을 세우면 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효과는 없었지만 상관없었다"고 꼬집었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현대차그룹도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현대차(2.67%)와 현대모비스(0.33%) 등 주요 계열사 지분율이 낮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이 20%를 가진 최대주주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모비스의 핵심 부품 사업을 유지하고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려야 그룹 전체 지배가 가능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해외 행동주의 펀드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정 회장 일가에 유리한 합병비율이라며 일제히 반대 의견을 쏟아내자 현대차그룹은 철회했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이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많았다. 현대차그룹은 보완·개선해 재추진한다고 했으나 아직까지 소식은 없다.
김 소장은 "이제는 합병 목적이 무엇이든, 비율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합병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한화그룹은 지난 2,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가 갖고 있던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 원에 사들이고 곧바로 3조6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해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한화에너지가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부회장(50%), 김동원 사장(25%), 김동선 부사장(25%)이 100% 지분을 가진 회사이기 때문이다. 승계를 위해 회사 자금을 몰아주고 다시 주주들에게 손실을 입히는 것으로 비쳤다.
그러자 김 회장은 지주회사 한화의 보유 지분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2200억 원 규모에 이르는 증여세를 피하지 않겠다는 계산이었다. 이어 한화에너지 등 계열사가 한화에어로 유상증자에 다시 1조3000억 원을 투자하는 방법으로 자금 흐름을 되돌리는 조치도 취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비판하자 승계용 꼼수 논란을 일축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보다 안정적인 지배력을 위해 한화와 한화에너지가 합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김 소장의 판단이다. 그는 "한화에너지를 상장한 후에 유리한 시점의 합병 비율을 선택해 한화와 합병하는 경우 한화 지분율이 매우 높아진다"고 짚었다.
CJ그룹에선 지주사 CJ와 CJ올리브영의 합병설이 나오고 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보고서에서 "CJ올리브영이 자사주를 취득하는 일련의 과정 등을 살펴보았을 때 상장보다는 CJ와의 합병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오너 3세들이 CJ 지분을 매입하는 승계 측면에서도 합병이 상장보다는 세금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CJ의 최대주주는 42.07% 지분을 지닌 이재현 회장이다.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과 장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의 지분율은 각각 3.20%, 1.47%에 그친다. 김 소장은 "CJ올리브영이 다른 계열사를 흡수 합병하거나 사업을 양수하면 올리브영의 가치가 상승한다"며 "삼성물산 합병처럼 올리브영과 CJ가 합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하림그룹과 사조그룹도 승계를 위한 합병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지목했다.
이날 좌담회에서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 회장 일가는 3조1000억~4조1000억 원의 이득을 얻은 반면 옛 삼성물산 주주였던 국민연금은 5200억~6750억 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9월 이재용 회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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