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법부 신뢰회복의 첫걸음, 법관 탄핵

김인현

inhyeon01@kpinews.kr | 2018-11-30 15:10:00

▲ 김인현 사회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고 했다. 그런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은 지난달 30일 최종 판결이 나기까지 13년이 넘게 걸렸고, 이 가운데 5년 이상을 마지막 판결을 앞둔 대법원이 쥐고 있었다. 홀로 남은 원고 이춘식(94)씨는 "넷이었던 원고 중 나 혼자만 (남아) 서러워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들이 나지 않는 판결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한 명씩 숨져가고 있을 때, 대법관이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에 호출돼 판결을 미루고 그 전 판결의 결론을 바꾸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 대가로 법관 해외 파견을 늘리는 방안을 요구했다니, 정말 이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걸맞는 욕설마저 찾기가 힘들다.

이뿐인가. 양승태 대법원의 법원행정처는 청와대 비서관의 요구에 따라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서와 법률검토 문건을 청와대에 바쳤다. 더 나아가 판사들에 대한 인사권을 무기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 가토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에 대한 재판 등 청와대의 관심사안인 여러 재판의 진행 및 판결에 대해 감 놔라, 팥 놔라 시시콜콜이 간섭했다. 정권의 법률적 '마름'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 우리 헌법은 법관에 대해 강력한 신분보장 조항을 두고 있다. 외압 등에 의해 재판의 독립성이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그런데 재판의 독립성을 앞장서 지켜야 할 직위에 있으면서 되레 정권과 거래하면서 이를 침해해온 이들이 신분보장이라는 안전판 뒤에 숨어 아직 현직 법관의 신분으로 재판 업무를 하고 있다.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판사가 단 한 명도 없다.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특별재판부 설치 요구가 나오는 이유이면서 탄핵이 거론되는 이유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기본적으로 재판에 대한 불신에서 온다. 사법발전위원회의 설문조사 결과 판사·검사·변호사들의 55.1%가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답할 정도로 사법부는 이미 법조계 안에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 사법부의 신뢰를 되찾는 첫걸음은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다루는 재판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은 이들에 대한 엄정한 단죄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우리는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특정 재판에 관하여 정부 관계자와 재판 진행 방향을 논의하고 의견서 작성 등 자문을 하여준 행위나 일선 재판부에 연락하여 특정한 내용과 방향의 판결을 요구하고 재판 절차 진행에 관하여 의견을 제시한 행위가 징계 절차 외에 탄핵 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되어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는 데 대하여 인식을 같이한다." 지난 19일 법관 대표들이 3시간여에 걸친 토론과 투표 끝에 모아 발표한 의견이다.

우리 사법부에 그래도 희망이 있음을 여기서 본다.

 

KPI뉴스 / 김인현 사회 에디터 inhyeon0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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