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고속도로 휴게소 수익구조 조사한다…"독과점에 서비스 저하"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12-24 15:55:44
초과이윤은 음식값 인하, 서비스 제고 등으로
李대통령 "수수료 떼먹는게 절반…조속히 정리"
정치권, 쌍용가 태아산업·도공 퇴직 모임 출자사 지목
국토교통부가 고속도로 휴게소의 서비스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수익 구조를 조사하는 작업에 나섰다. 운영업체 독과점으로 인한 과도한 수수료가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종합적인 관리 회사 설립 방안을 주문한 바 있다. 음식 등의 가격 인하와 서비스 향상 등 해묵은 과제가 해결될지 주목된다.
24일 국가종합조달시스템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구조 개편 방안 마련 연구' 용역 입찰 공고를 했다.
민간 자본이 아닌 재정 투입 고속도로의 휴게소 대부분은 한국도로공사가 구축해 운영업체에 임대한다. 운영업체는 식당 등 입점 업체와 계약을 맺고 수수료를 받는 게 현 수익 구조다. 국토부는 "경쟁이 제한되는 독과점 환경에서 운영업체가 입점 업체에서 받는 수수료율 최대화를 추구해 서비스 질 저하가 된다"며 이번 용역 사업의 배경을 설명했다.
휴게소 현황과 계약 종류, 내용, 방식, 규모 등과 관련한 법령을 분석하고 해외 휴게소의 운영과 수익 구조 등도 조사한다. 이를 토대로 휴게소 운영 구조 유형별로 변동비, 고정비 원가 분석 작업을 한다. 매출액, 시설 규모, 상품군 별로도 원가를 분석한다.
적정 운영 수수료율 수준과 수취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적이다. 적정 수준 이상의 초과 이윤은 음식 가격 인하, 상품 및 서비스 품질 제고 등으로 이어지게 하려는 것이다. 휴게소 회계 및 원가 자료 관리 방안도 제시하려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토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휴게소 (음식이) 맛 없는데 왜 이리 비싸냐(라고들 한다)"면서 "알고 보니 몇 계단을 거치면서 임대료, 수수료 떼먹는 게 절반이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가) 1만 원 내면 4000~5000원은 누군가의 수수료로 들어가고 결국 5000원으로 1만 원짜리 만들려니 제대로 될 수가 없다"고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공공 서비스이지 않느냐. 국민들이 화나지 않게 최대한 빨리 정리를 하자"며 "종합 관리 회사를 하나 만들든지 해서, 속도를 내달라. 지지부진하면 안 하는 것과 같다. 속도가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지난달 10일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업체들이 평균 4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를 수취하고 있으며 도로공사 퇴직자들이 휴게소 운영에 개입하는 이른바 '전관예우'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고 짚었다.
강 실장은 도로공사 산하 공공기관이 직접 운영하는 직영휴게소를 대폭 확대하는 등 공공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원칙하에 운영구조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토부, 공정위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고속도로 휴게소가 새로운 K-관광상품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달라"는 당부도 곁들였다.
정치권에서도 '특혜 카르텔'을 비판하며 강도 높은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김영진, 염태영, 김동아 의원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2025년 국회 국토교통위·교육위 국정감사를 통해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 수주 과정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특혜 카르텔의 실체가 드러났다"면서 "그 중심에는 태아산업과 에이치앤디이 두 회사가 있다"고 주장했다.
태아산업은 고(故)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부인 박문순 씨(지난해 말 기준 지분 3.8%)와 자녀 김지태 씨(53.2%), 김지용 씨(27.5%), 김지명 씨(15.5%)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다. 중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에서 9곳의 휴게소와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김영호 의원 등은 "1995년 한국도로공사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를 민영화하면서 '30대 대기업 집단 계열사는 참여할 수 없다'는 명확한 원칙을 세웠다"면서 "그러나 이 원칙은 오직 쌍용가 앞에서만 무력화됐다"고 했다. "민영화 과정에서 적용돼야 할 원칙과 특례 제한 역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피해갔다"는 것이다.
에이치앤디이는 도로공사 퇴직자 모임인 '도성회'가 100% 출자한 회사다. 이들 의원은 "에이치앤디이는 9곳의 고속도로 휴게소와 1곳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자회사를 통해서도 사업을 확장하며 수익을 나누고 있다"면서 "수의계약으로 일반 사업자보다 훨씬 낮은 비용에 사업 운영권을 확보한 뒤 그 이익을 퇴직자들끼리 나눠 갖는 구조"라고 성토했다.
의원들은 국토부와 도로공사에 이들 기업을 포함해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 특혜 의혹 기업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을 통한 세무조사와 감사 요청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고 요구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