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의 주마등] 카톡 왜 이래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 2025-10-02 16:45:46
친구 목록 대신 프로필 사진 피드 쏟아지며 원치 않는 정보 노출
악평·주가 폭락에 카카오 백기…'국민 메신저' 정체성 잃지 않길
▶ 막을 수 있다면 막고 싶었다. 카카오톡(이하 카톡) 개편 관련 혹평은 여러 기사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 손으로만큼은 업데이트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어느 아침, 습관처럼 카톡을 열었다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내가 잠든 사이, 내 의도와 상관없이 카톡 업데이트가 진행됐던 것이다. 첫 화면을 열자마자 사람들의 사진이 쏟아졌다. 성가셔서 SNS도 하지 않는 내게 카톡이 선사한 건 '강제 SNS'였다. 기분이 다운됐다.
▶ 카톡의 변화는 큰 파장을 불러왔다. 카톡은 대한민국 사람이 가장 많이 쓰는 생활밀착형 앱이자 '소통'을 위한 필수 앱이다. 15년 만의 낯선 변화는 익숙하고 안정적인 일상을 깨버렸다. 간결한 친구 목록 대신 사람들의 프로필 사진이 큼지막하게 피드 형식으로 나열돼 있었다. 불편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카톡은 여러 회사에서 사내 메신저 역할도 하다 보니 회사 동료들과도 친구다. 친구는 부장님의 '등산일지'를 큼지막하게 보게 됐다며 불평했다. 엄마는 내게 기존대로 바꾸는 법이 있냐며 물어보시기도 했다. 쇼츠(짧은 영상) 탭이 왜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용자도 많았다. "진짜 왜 이래"라는 원성이 절로 나왔다.
▶ 정체성을 잃은 카톡의 대가는 혹독했다. 앱 평가에서 카톡 평점 1점이 줄이었다. 개편 직후엔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이용자 혹평도 다양했다. 알고 싶지 않은 정보 노출에 피로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쇼츠 탭 탓에 미성년자에게 무분별한 영상이 노출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미성년자 보호조치 기능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를 이용하려면 부모의 휴대폰 인증과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같은 논란에 카카오 임원진에 대한 책임론도 대두했다. 카톡의 헛발질에 다른 메신저인 라인과 네이트온의 신규 설치가 급증하기도 했다. 이번 업데이트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 결국 카카오는 '백기'를 들었다. 지난달 29일 친구 탭을 원래대로 되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올해 4분기 내 친구 탭 개선 방안을 적용할 계획이다. 미성년자 보호조치 간소화 방침도 밝혔다. 수습책이 나오자 주가 하락세는 멈췄다. 하지만 여전히 회복세는 더딘 편이다. 국민 반감도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강제 업데이트가 너무 폭력적이었던 탓이다. '국민 앱의 배신'이라는 쓴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원복한다 해도 이미지 추락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언가를 바꾼다고 해서 반드시 좋아지는 건 아니다. 다른 기능은 넣어두고 '국민 메신저'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길 바란다. 카카오가 이 문장을 마음속 깊이 되새길 때다. "Classic is the best(기본이 제일이다)."
KPI뉴스 /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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