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듯 사라지지 않은 프랜차이즈 통행세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10-06 15:27:05

공정위, 미스터피자 ‘치즈 통행세’에 과징금 부과
없어진 통행세, 가맹점이 아니라 본사로 귀속
가맹점 상대로 ‘장사’하는 프랜차이즈 구조 바뀌어야

201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스터피자의 ‘치즈 통행세’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가 나왔다. 공정위는 지난 5일 미스터피자가 정우현 회장의 동생 정두현 씨를 지원하기 위해 치즈 유통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장안유업을 끼워넣어 치즈를 거래한 행위에 대해 제재했다. 공정위는 미스터피자와 장안유업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7억79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미스터피자, 중간에 업체 끼워 회장 동생에게 수익 챙겨줘

공정위가 밝힌 ‘치즈 통행세’ 수법은 다음과 같다. 2014년을 전후해 미스터피자의 치즈 납품에 친인척이 관여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그러자 미스터피자는 2014년 1월부터 치즈를 납품받는 과정에 장안유업이라는 회사를 끼워 넣었다. 장안유업이 매일유업으로부터 치즈를 납품받아 미스터피자에 납품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장안유업은 치즈 유통과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미스터피자는 장안유업을 거치지 않고 매일유업에서 치즈를 납품받아 가맹점에 공급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매일유업→장안유업→미스터피자 순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서류를 조작했다.

이렇게 거래한 규모는 2014년 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모두 34회에 걸쳐 177억 원에 달했다. 중간에 있던 장안유업은 거래액의 5.1%에 달하는 9억 원의 유통마진을 챙겼다. 이 돈은 장안유업과 정 회장의 동생 정두현 씨가 나눠가졌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미스터피자가 장안유업을 내세운 것은 당시 장안유업이 미스터피자에 스트링치즈를 납품하고 있어서 추가로 피자치즈를 거래하는 것처럼 속이더라도 통행세 구조를 파악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 서울 시내 한 미스터피자 매장 전경 [뉴시스]

 

이탈 가맹점주의 목숨까지 앗아간 미스터피자의 보복 횡포

사실 미스터피자의 갑질 파문은 치즈 통행세에 그치지 않았다. 치즈 통행세 등에 반발해 일부 가맹점이 이탈하자 보복에 나섰다. 미스터피자는 이탈 점포 인근에 직영점을 개설한 뒤 무차별 할인판매로 괴롭혔다. 결국 미스터피자의 횡포를 견디지 못한 이탈 가맹점 대표가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사회적 파문이 커지자 검찰이 수사에 나서 2017년 재판에 넘겼다. 공정거래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우현 회장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일부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에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4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4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공정위는 자체조사에 착수해 보복출점에 대해서는 지난 8월 29일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 원을 부과했다. 그리고 이번에 파문의 핵심인 치즈 통행세와 관련한 제재 조치를 발표한 것이다.

본사 이익으로 탈바꿈한 통행세

그렇다면 ‘통행세’는 우리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사라지고 그 이익은 가맹점에게 돌아갔을까? 전문가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설명한다. 통행세는 사라졌지만 그만큼 가맹점의 수익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본사의 수익이 증대됐다는 것이다.

최근에 발표된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평균 마진에 관한 자료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공정위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으로 치킨·피자·제과제빵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 한 곳에서 챙기는 수익(차액가맹금)이 매년 늘어나 2021년 기준 한 해에 평균 3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을 상대로 장사를 해서 가맹점 한 곳 당 3000만 원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그 비결은 바로 필수 품목이다. 브랜드의 동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맹점이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것이 필수 품목이다. 그런데 필수품목에 주걱에서부터 머리띠까지 포함되면서 본사가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점잖게 ‘물류차익’ ‘차액가맹금’이라고 표현하지만 가맹점의 수익을 약탈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통행세는 없어졌지만 본사는 필수품목으로 가맹점 옥좨

미스터피자처럼 프랜차이즈 본사가 창업주의 친인척 등 특수 관계인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허수아비 업체를 끼워넣어 통행세를 거두는 것은 이제 고전적 수법이다.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사실도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게 프랜차이즈 본사들이다.

과거 같았으면 중간에 업체를 끼워서 창업주 본인 혹은 친인척에게 몰아줬을 이익을 이제는 모두 본사 이익으로 돌려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수법을 택하고 있다. 수많은 사모펀드들이 외식 프랜차이즈 인수에 나섰던 것도 손쉽게 수익을 개선해(가맹점을 상대로 장사) 기업 가치를 높인 뒤 더 높은 가격에 되팔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정부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필수품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가맹 계약 때부터 필수품목의 항목과 공급가격 그리고 공급가격 산정 방식 등을 필수적으로 기재하도록 바꿀 계획이라고 한다. 

 

이와 더불어 필수품목을 최소화하고 필수품목의 공급처를 복수로 지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 근본적으로 본사가 가맹점을 상대로 장사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 미국처럼 로열티 위주로 프랜차이즈 구조를 바꾸는 것도 장려해 봄직하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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