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가짜뉴스, 주류언론까지 농락
윤흥식
| 2018-07-25 14:50:03
워싱턴포스트 등 기사화한 사건,조작으로 드러나
페이스북은 여러 순기능을 갖고 있지만, 역기능 역시 만만치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가짜뉴스의 발원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6일 미국 텍사스주 오데사시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아랍계 미국인 칼릴 카빌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이틀 전 한 손님이 남기고 간 영수증이었다.
108달러짜리 식사를 하고 간 손님은 그 영수증에 팁을 적는 대신 “우리는 테러리스트에게 팁을 주지 않는다”라는 메모를 남겼다.
미국에서는 음식값의 10~15%정도를 팁으로 주는 것이 관행이다. 웨이터들은 이 팁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고약한 손님이 웨이터에게 봉사료를 주기는커녕, 인종차별적 모욕을 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수많은 사람이 공분을 표시했다.
인종차별이라는 미국사회의 뇌관을 건드린 이 포스팅은 '빛의 속도'로 퍼져나갔다. 불과 사흘만에 1만7천건의 공유가 일어났고, 7천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 가운데는 “하느님이 이번 일과 당신을 도구로 삼을 것이다. 당신이 이런 일을 겪게 돼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나는 당신이 무슬림이든, 기독교인이든, 유태인이든, 흑인이든, 동성애자든 상관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존경과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었다.
SNS상에서 반향이 커지자, 신문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 ‘더 선’ ,‘데일리 메일’ 등 유력 매체들이 카빌 씨의 페이스북을 인용해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소식은 외신을 타고 뉴질랜드와 인도, 영국으로까지 확산됐다.
영국의 BBC 방송도 취재에 들어갔다. 그런데 사실 확인과정에서 이상한 낌새가 포착됐다. 카빌 씨가 BBC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데 이어 자신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삭제한 것이다.
처음에 카빌 씨의 페이스북을 믿고 해당 손님에 대해 출입정지 결정을 내렸던 식당측이 자초지종을 알아본 결과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조작이었음이 드러났다.
식당의 운영책임자는 “다른 사람에게 인종차별의 혐의를 뒤집어 씌우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는 성명을 내고 카빌 씨를 해고했다. 카빌 씨 역시 “큰 실수를 저질렀다.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폐쇄했다. 그는 자신이 왜 영수증 메모를 조작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사건 자체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 사건은 누군가 악의를 갖고 SNS를 통해 가짜 뉴스를 유포시킬 경우 주류 언론조차 이를 검증하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사회가 치러야 하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줌으로써 지구촌에 경종을 울렸다.
KPI뉴스 / 윤흥식 기자 jardin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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