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선의 프리즘] 아수라-밀회, 현실과 허구 사이

홍종선

| 2018-07-23 14:46:49

전 성남시장 이재명 조폭연루설에 '안남시장' 황정민 영화 관심

 

▲ 영화 '아수라'에서 경찰 한도경(정우성 분)의 목을 죄고 있는 안남시장 박성배(황정민 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고 미래를 예측하기도 한다. 실화에 바탕을 두고 창작이 가해진 팩션(fact 사실+fiction 허구)이 주는 박진감, 진짜에 가까운 느낌은 분명 극의 재미를 돋운다. 우주선 타고 달나라 가던 SF영화 속 판타지는 현실이 된 지 오래다.

때로 일반적으로 개연성 있는 이야기, 있을 법하여 관객이나 시청자에게 설득력을 얻고 공감을 샀던 이야기가 '거짓말처럼' 현실이 되어 대중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우선 JTBC 드라마 '밀회'는 일명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예견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드라마 속에서 실력이 부족한데 사회 권력층에 연을 대고 있는 엄마 덕에 명문대에 부정입학하는 인물의 이름이 정유라였고, 정유라는 지각을 밥 먹듯 하지만 야단 맞기는커녕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 선생님을 나무란다. 피아니스트로 예체능특기자였던 정유라가 125번 번호표로 실기시험을 볼 때 126번 학생의 이름이 최태민이었고, 일이 틀어진 정유라 모녀는 '밀회' 3회에서 해외로 도피한다. 소소하게는 드라마 배경으로 잠시 등장하는 업소 이름이 'Chaum'(차움)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보도 속에서 이름이 오르내렸던 병원을 연상시킨다. 정성주 작가는 '우연'이라고 선을 그었다.

 

▲ 영화 아수라에서 안남시장 박성배(황정민 분)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면이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21일 방송된 SBS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이재명 경기도 지사(전 성남시장)의 조폭연루설을 제기하면서 영화 '아수라'의 다운로드 회수가 급증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 '아수라'의 배경은 안남시, 자신의 권력을 유지.확장시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는 ‘악의 축’ 박성배 시장(황정민 분)이 경찰 한도경(정우성 분) 문선모(주지훈 분)와 검사 김차인(곽도원 분), 검찰수사관 도창학(정만식 분), 마약에 중독된 조폭 작대기(김원해 분) 등과 그들이 살고 있는 안남시를 지옥 속으로 몰아넣는다. 박성배 안남시장은 제부인 한도경을 자신의 여동생 암치료비를 빌미 삼아 개처럼 부리는 패륜과 패악을 부린다.

이에 누리꾼들은 아직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조폭연루설 관련 사실관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영화와 현실을 연관시키는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영화 아수라를 '탐사보도영화'라고 하거나 '다큐영화'로 칭하며 "개봉 당시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다르다", "시대를 잘못 만난 수작이었다. 지금 개봉했으면 천만영화"라며 재평가하는 의견들이 많다. 

 

▲ 영화 '아수라'에서 경찰 한도경(정우성 분)과 박성배 안남시장(황정민 분) 열연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뜻하지 않은 일을 계기로 영화 '아수라'의 인기도가 시쳇말로 역주행에 일로에 섰다. 하지만 이번 일과 별도로 영화 '아수라'는 재평가 받아 마땅한 수작이다. 김성수 감독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그들이 살아가는 안남시의 현실, 그들이 얽히고설키며 빚어내는 지옥 같은 비극적 이야기, 그리고 그것들의 아우라와 분위기를 고스란히 잿빛 색감에 담아 한국적 느와르로 완성했다. 그 어떤 감독이 다른 무엇과 타협하지 않고 아수라의 절정이라 할 장례식 장면까지 끝까지 힘 있게 끌고 갈 수 있을까. 그 어떤 제작사(사나이픽처스: 대표 한재덕)가 흥행공식에서 비켜선 수작을 뚝심 있게 믿어 줄 수 있을까. 어둠으로 빛을 빛낸 이모개 촬영감독과 악의 세상을 스크린 위에 구축한 장근영 미술감독, 지옥에 어울리는 핏빛혈투를 형상화해 낸 허명행 무술감독 그리고 명불허전의 명배우들이 한데모여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봐도 좋을 작품을 냈다.

실제로 필자는 비록 영화 '아수라'를 열렬히 사랑하고 지지하는 명예 안남시민은 아니지만, 얼마 전 케이블TV 법률방송이 제작하는 '영화 속 법률'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아수라'를 소개했다.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로서 259만 관객의 흥행성적을 결코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아직 해소되지 않은 목마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 어른들이 얼마나 힘겹게 밥벌이를 하며 얼마나 혼돈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지를 보여 줬던, 동시에 우리가 사는 데 빠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감고 있는 동안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악으로 물들고 있는지 그것이 얼마나 금세 우리의 행복을 파괴할 수 있는지 '너무나 영화적으로' 경고했던 '아수라'의 진가를 새겨보고 싶었다.

그러한 시도의 영향력은 미미했지만 다소 반갑지 않은 계기로나마 2018년 7월의 막바지,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불볕더위보다 뜨거운 영화 '아수라'가 다시금 주목 받는 오늘 한 줄기 청량감을 느낀다. 포털사이트에 제작진이 꼼꼼하게 공개해 놓은 스태프 이름을 한 명 한 명 다시 읽는 오늘이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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