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의 주마등] 11월의 폭설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 2024-11-29 15:39:41

오락가락한 날씨에 변화무쌍했던 옷차림, 11월에 폭설까지
'눈길' 가는 설경보다 '눈 길'의 역경이 먼저 떠오른 직장인
지구 온난화가 결국 또 원인…폭설 또한 경고장임을 알아야

▲ 지난 28일 눈이 쌓인 서울 여의도 출퇴근길. 앞 사람이 남기고 간 발자국을 이정표 삼아 걸었다. [김윤주 기자]

 

▶한 달간 옷차림을 돌아보니 '변화무쌍'하다. 반팔에서 긴팔로 갔다가 이젠 패딩을 입고 있다. 오락가락 날씨에 '계절의 구분'은 희미해진지 오래다. 지독히 길었던 여름을 견딘 뒤 가을을 좀 누릴까 싶었다. 알록달록 세상을 만끽하려 했다. 그런데 마음에 단풍이 들기도 전에 '눈'을 맞았다. '눈'을 의심하며 '눈'을 본다. 11월에 눈이다. 그것도 '폭설'이다.

 

아침에 펼쳐진 하얀 세상에 말문이 막혔다. 첫눈의 '로망'보다 '절망'이 먼저다. '눈길'이 가는 설경에 앞서 '눈 길'의 역경이 우선 떠올랐다. 직장인의 비애다. 그나마 덜 삭막한 점은 동심을 잃지 않은 가족 구성원이 있다는 것이다. '여섯 살 꼬맹이'는 눈이 왔단 소식에 벌떡 일어났다. 이 녀석에겐 뛰놀고 싶은 '하얀 놀이터'일뿐이다. 남편과 나는 '비명'을 질렀지만 꼬맹이는 '환호성'을 질렀다. 누구 하나라도 좋아해 다행이다 싶다.

 

서둘러 길을 나섰다. '뚜벅이 출근족'으로서 혹시 모를 변수를 대비해야 했다. 망망대해 같은 눈 밭에서 일찍 간 사람들의 발자국을 '이정표' 삼았다. 그럼에도 곳곳이 '지뢰밭'이었다. 하수구·맨홀 뚜껑·쇠로 된 턱 등을 피해야 했다. 이틀간 게임 속 '슈퍼마리오'가 된 것처럼 출퇴근 모험기를 찍었다. 내 고생담에 대전에 사는 지인은 '딴 나라' 얘기를 듣는 것처럼 반응했다. 눈이 내렸어도 쌓이진 않았다고 했다. 서울에 사는 지인은 내게 "매서운 수도권의 맛을 알겠냐"라며 놀려댔다. '이제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사실 서울에게도 '11월의 폭설'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폭설은 '절리저기압'의 영향이다. '절리저기압'은 대기 상층의 빠른 바람인 제트기류에서 일부 분리되며 형성되는 저기압이다. 북서쪽 찬 공기가 '따뜻한 서해상'을 지나며 눈구름대가 만들어졌다. 결국 찬 바람이 '따뜻한 바다'를 만나 '눈폭탄'이 된 것이다. 또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다. 우리나라의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지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폭설은 지구가 흘린 '분노의 눈물'이 아닐까. 인간이 자초한 일 같아 씁쓸하다. 더 늦기 전에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 빨리 만난 눈꽃도, 빨리 필 벚꽃도 그저 '아름다운 경고장'일 뿐이다. 

 

KPI뉴스 /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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