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일극 체제' 맞춤용 당헌당규 관철…"무리한 개정"

박지은

pje@kpinews.kr | 2024-06-10 16:08:52

민주 최고위원회의, '대표 사퇴시한 예외 규정' 의결
'의장·원내대표 선거에 당원투표 20% 반영'도 처리
박지원 "'위인설관' 방식의 개정…국민 비판 받을 소지"
李, '쌍방울' 의혹 등 사법 리스크 부상에도 침묵 일관

더불어민주당은 10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대표가 사퇴할 경우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둘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비상사태 시 지도부 공백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의 연임이 확실한 상황에서 관련 조항을 손댔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검사 사칭 사건 위증교사 추가 기소' 관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가 연임한 뒤 대선에 출마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고쳤기 때문에 "맞춤용 개정 아니냐"는 의구심이 만만치 않다. 이 대표가 2026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틀어쥐고 '일극 체제'를 공고히 하려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당헌 25조 2항은 존치된다"며 "다만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사퇴 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이 최고위를 통과해 당무위에 부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대로라면 오는 8월 선출되는 당대표는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3월 물러나야한다. 하지만 이번에 당헌당규가 개정되면 이 대표는 연임 기간 지방선거까지 치른 뒤 대표직에서 사퇴해 대선을 준비할 수 있다. 당규 개정안은 오는 12일 당무위 의결로, 당헌 개정안은 17일 중앙위 의결까지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 수석대변인은 "현재 당헌·당규 조항은 (특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예외조항이 없기 때문에 완결성이 부족하다"며 "국민의힘에 있는 예외조항을 거의 그대로 인용해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 제기는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가 가능해 2027년 대선 경선에서 불공정 논란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당 대표 임기 조항을 두고 내부에서도 이의가 제기되자 이 대표도 한 차례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이 대표가 제동을 건 지난 7일 심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장경태 최고위원이 강하게 주장해 개정을 관철시켰다고 한다. 

 

지도부는 이 과정에서 '전국 단위 선거', '대통령 궐위', '대선 일정 변경' 대신 문구를 수정해 '상당하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를 넣기로 했다. 그러나 포괄적으로 바꿨을 뿐 큰 차이는 없다. 

 

'상당하고 특별한 사유'는 당무위에서 최종 결정하는데, 당무위 의장은 당대표가 맡는다. 사실상 당 대표 의지에 따라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차기 당대표는 연임하려는 이 대표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이번과 같은 '위인설관' 방식의 당헌·당규 개정을 구태여 추진할 필요가 있나"라며 "무리한 개정은 국민으로부터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친명계 김영진 의원은 지난 9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혹을 떼려다가 혹을 더 붙였다"면서 "이 대표에게나 민주당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고위원회의는 이날 또 당직자가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등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되면 사무총장이 그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한 '당헌 80조'를 폐지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귀책 사유로 재보선이 발생했을 때는 후보를 내지 않도록 하는 '무공천 규정'도 이번에 삭제하기로 했다. 

 

아울러 당내 국회의장 후보 및 원내대표 경선에 권리당원 투표 20%를 모바일·온라인 투표 방식으로 반영하는 등 '당원권 강화' 조항을 반영하기로 했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고려하고 강성 당원을 배려하는 등 당헌·당규 개정 내용이 모두 '이심'대로 정리되는 모양새다.

 

이들 조항은 공교롭게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혁신위가 당의 도덕성 강화 차원에서 도입한 것들이다. 당내에선 "중도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가 당헌·당규 개정 과정에서 주변의 우려에도 강경 입장으로 치닫는데는 최근 확산된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부감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7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으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은 것은 기폭제로 여겨진다.

 

극성 지지층인 '개딸'과 결합한 강경 친명계들의 입김이 거세지자 이 대표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면서 '일극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시각이 적잖다.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를 직격하는 여권의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나흘 째 침묵을 지켰다. 그는 이날 오전 고위전략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이 이 전 지사 판결과 검찰 기소 계획 등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자리를 떠났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위증교사 혐의 관련 공판으로 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면서도 대북 송금 의혹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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