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태광그룹, 투자 약속은 지킬 수 있을까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11-15 15:45:57

내부감사 진행중 경찰 수사…내부제보 등 각종 '설' 무성
그룹 내부 감사 과정서 비위 드러나면서 내홍 겪는 듯
상반기 투자 실적 '처참'…설비 투자 약속 지켜질지 의문

요즘 태광그룹을 둘러싸고 나오는 얘기는 마치 기업을 소재로 한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이호진 회장이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으면서 황제보석 등의 물의를 빚은 것은 이미 지나간 얘기다.

3년의 징역을 살고 나온 이후에도 광복절 특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무수한 논란들이 있었지만 그것도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이 회장의 공백기 동안 그룹의 ‘실세’ 역할을 했던 인물들과 서로 물고 물리는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조형물은 태광그룹 계열 흥국생명빌딩 앞 '해머링 맨'. [UPI뉴스 자료사진]

 

내부 감사 과정에서 ‘회장 공백기 1인자’ 해임


얘기의 시작은 지난 광복절에 있었던 특별사면이다.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 전 회장은 그룹 복귀에 앞서 대대적인 특별감사에 들어갔다. 특수통 검사 출신의 변호사로 구성된 법무법인 로맥스를 선임해 계열사의 모든 임원진에 대해 강도 높은 감사를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 티시스의 비위행위가 드러나 관리책임을 물어 김기유 전 대표를 해임했다. 김 전 대표는 이 전 회장의 공백기에 그룹의 1인자 역할을 한 실세로 알려져 있던 인물이라 해임 소식은 태광그룹 안팎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 이후에도 티시스에 대한 감사는 이어졌다. 티시스는 IT서비스와 부동산 관리, 건설을 맡은 계열사로 매출이 4000억 원에 이른다. 특히 내부 거래 비중이 60% 이상일만큼 계열사와의 연결고리가 복잡해 들여다볼 게 많아서 티시스에 대한 감사가 두 달 이상 지속되고 있었다.

내부감사 진행 중에 돌연 경찰의 압수수색

그런데 티시스의 감사가 마무리될 무렵인 지난 10월 24일 서울 경찰청 반부패 수사대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태광그룹에 들이닥쳤다. 이 전 회장 자택과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 경기도 용인의 태광CC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이다. 이 전 회장이 복권된 지 두 달 만이고 내부감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경찰이 포착한 혐의는 세 가지로 알려졌다. ①태광그룹의 임원에게 급여를 허위로 더 많이 지급하고 되돌려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②태광CC의 골프연습장 공사비 8600만 원을 대납한 혐의 ③계열사 법인카드 8094만 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 등이다.

내부 제보로 경찰 수사 시작된 듯

이와 관련해 재계와 법조계는 두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이 수사하는 사안이 2013년에서 2015년 사이에 주로 일어난 일인데 이때는 이 전 회장이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던 시기였다. 누군가 이 전 회장을 옭아매기 위해 꼭 집어서 제보한 것 같다는 얘기가 신빙성 있게 들리는 대목이다.

두 번째는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내용 중에는 태광그룹 내부감사에서 적발된 비리 사실이 일부 포함돼 있었다. 태광그룹은 이 내용을 근거로 곧 고소 고발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섰던 것이다. 역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제보를 했다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현재까지는 ‘설’만 무성한 상황이다. 이 전 회장의 강도 높은 내부 감사에 궁지에 몰린 ‘공백기 실세’들이 자신들의 비리를 선제적으로 이 회장에게 덮어 씌웠다는 해석이 있다. 또 그 반대로 각종 편법을 동원해 공백기에 이 회장을 지원했지만 결국에는 ‘팽’당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설’ 가운데는 양측 모두 비위가 있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것이라는 소설 같은 얘기도 있다.

작년에 약속한 설비투자 착수도 못 하는 듯

관전자의 입장에서는 경찰의 수사를 통해 어느 쪽이 됐건 잘못은 확실하게 드러나길 기대해 볼뿐이다. 이 과정에 하나 안타까운 것은 태광그룹의 ‘투자 시계’가 멈춰 섰다는 것이다.

태광그룹은 작년 12월 앞으로 10년 동안 12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 당시 일부에서는 이 전 회장의 복권을 노리는 ‘뻥’이라는 비아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태광이 이 전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10여 년 동안 투자가 멈춰있었고 태광의 부동산 자산 등을 감안할 때 충분히 실행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런데 태광그룹의 상반기 설비투자(CAPEX) 실적을 보면 처참하기 그지없다. 10년 동안 투자액 12조 원 가운데 10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핵심 계열사 태광의 상반기 설비투자 실적은 375억 원에 그쳤다. 물론 하반기도 남았고 약속한 시간이 9년 반이나 남아있다. 그렇다고 해도 작년 상반기 396억 원에 비해 5%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10년 12조 원을 의심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태광그룹은 석유화학, 섬유 분야에서 경쟁력을 지니고 있고 재벌 순위 52위에 해당한다. 특히 태광산업의 유보율은 7만5000%를 넘고 또 다른 주요 계열사인 대한화섬도 유보율이 8000%에 육박할 만큼 충분한 투자 재원을 보유하고 있다. 하루빨리 내홍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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