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의 주마등] 오늘도 길에서 좀비를 만났다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 2024-11-15 15:10:25
사고 날 수도 있는 횡단보도·지하철 등서도 삼매경
학생들도 마찬가지…감염서 벗어나 '진짜 세상' 살길
▶내 첫 스마트폰은 LG전자의 '옵티머스 2X'다. 2011년 초반만 해도 대학생 중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극히 적었다. 당시 전화번호부에 있던 사람 200명 중 카카오톡에 뜨는 건 20명도 안됐다. 그만큼 '스마트폰'은 신기방기했다. 빠른 무선인터넷도, '앱'의 존재도 다 놀라웠다. 그렇게 생소하던 스마트폰이 발전하고 또 발전해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지금은 없는 사람이 없다. 이 폰 하나로 회사 업무·자산관리·취미생활 등 모든 일을 한다. 정말 우리에게 없어선 안될 존재가 됐다. 다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 된다.
▶스마트폰 덕분에 '좀비'를 본다. 일명 '스몸비(스마트폰 좀비)'다. 하루 동안 마주치는 사람 절반은 스마트폰을 보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걷는다. 그들은 정말 다른 세상에 빠져있는 것처럼 주위에 관심이 없다. 사람들이 많이 교차되는 횡단보도에서도 앞은 안 보고 폰만 본다. 알아서 피하라는 건지, 부딪혀도 상관없단 건지 모를 그런 '무심한 무례함'이 느껴진다. 횡단보도가 없는 길을 건널 때도 '묵례'는 이어진다. 자칫하면 차에 치일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엘리베이터에서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문이 닫힐 때쯤 느릿느릿 내리면서 눈은 여전히 화면에 가있다.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지하상가에서도 그렇다. '좀비'들에겐 사람들의 짜증 난 표정이 보이지 않나 보다. 그들에겐 오직 '스마트폰' 안의 세상만이 진짜인 듯 하다.
▶더 큰 문제는 '어른 좀비'만 있는 게 아니란 거다. 출근길에 마주치는 학생들 99%는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다. 자전거가 딸랑 울려도, 자동차가 빵빵 울려도 놀라는 기색이 없다. 보면서 '저러다 사고 날라' 걱정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오죽하면 '어린이 스몸비'때문에 횡단보도에 '스마트폰 차단시스템'을 도입하는 지자체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10대 스마트폰 이용률은 99.6%다. 청소년 모두가 스마트폰을 쓰는 셈이다. 그만큼 '과의존 증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수업 중 몰래 휴대폰을 하는 건 기본이고 화장실을 간다 하고 나와서 게임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큰 꿈'을 가져야 할 아이들이 스마트폰 '작은 세상'에 갇힌 것 같아 안타깝다.
▶나조차도 '스마트폰 중독'이 아닌가 스스로를 의심할 때가 있었다. 휴대폰이 잠시라도 없으면 불안했고 어딜 가든 함께여야 했다. 그러던 중 모임 식사 자리에서 '1분마다 스마트폰을 보는' 한 지인을 보며 불현듯 내 문제를 깨달았다. 조금만 더 있으면 나 역시도 그 지인처럼 '좀비'로 진화할 거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스마트폰을 조금 멀리하게 됐다. 적응되니 스마트폰을 실수로 집에 놓고 출근한 날도 괜찮았다. 스마트폰 '배경' 대신 '풍경'을 봤고 '노랫소리' 대신 '새소리'를 들었다. 하루간의 '디지털 디톡스'는 낭만이 있었다. 스마트폰이 마냥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편리한 건 사실이다. 다만 '도구'는 '도구'로만 쓰여야 한다. 되레 인간이 도구에 지배당해선 안된다. 좀비들이 감염에서 벗어나 '진짜 세상'을 살아가길 바란다.
KPI뉴스 /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