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 두 번 분노케 한 ‘엘빈즈’ 이유식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9-19 14:47:10
제품 함량 높이지 않고 적발된 수준으로 낮춰
피해 소비자에 대한 구체적 구제 방안 마련돼야
이유식의 원재료 함량을 속여 팔다가 적발된 ‘엘빈즈(내담에프앤비)’가 수습과정에서도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비록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8월30일 이전 생산된 제품으로 한정했고 제품의 원재료 함량도 원래 표시대로 높이기는커녕 아예 낮춰서 표기해 판매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맘카페 등에서는 엘빈즈 이유식 관련 글이 잇따르면서 불매 운동 조짐까지 일어나고 있다.
잘못의 원인, 시정 방향 제시 없는 형식적 사과
내담에프앤비는 식약처의 발표가 있었던 당일인 지난 14일 오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공개했다. 내용은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해당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전달될 수 있도록 품목제조보고 변경신고 등의 조치를 즉시 시행했다” “생산 과정을 점검하고 내부 프로세스를 개선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기업도 자칫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그러나 잘못이 드러났을 때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게 전후 사정을 소상히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게 ‘위기 극복’의 매뉴얼이다. 그래야만 소비자들이 사과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엘빈즈의 사과문을 보면 왜 원재료 함량이 잘못 배합됐는지, 회사 내부의 생산과정에 무슨 문제나 착오가 있었는지 솔직한 사과는 없었다. 진정성이 의심되는 그렇고 그런 사과문에 불과했다.
형식적 사과에 교환·환불의 진정성도 의심
더구나 정작 중요한 환불과 관련해서는 행정처분에 해당된 8월30일 이전에 생산된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소비자에게만 교환 또는 환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유식의 특성상 오래 저장해 두고 아이에게 먹이는 부모는 거의 없다. 구매하고 단 기간에 소비하기 때문에 8월30일 이전에 생산된 제품에 한해서만 교환·환불해 주겠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실익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또 함량을 속여 판 것이 2021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무려 2년 6개월이고, 이 기간에 팔린 제품이 248억 원어치에 이른다. 이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에 대한 보상과 관련한 언급은 사과문 어디에도 없다. 특히 이유식은 정기적으로 구입하는 ‘구독 형태’의 소비가 많기 때문에 상당수의 피해자를 특정할 수가 있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마음은 없는 것 같다.
적발 이후 원재료 함량 표시, 속였던 수준으로 낮춰
이번에 적발된 대표적 이유식 ‘비타민채한우아기밥’의 경우 지자체에 원재료 함량이 한우 15.7%, 비타민채 8.7%라고 보고하고 제품에도 그렇게 표기했다. 그런데 식약처 조사에서 실제 한우는 5.5%로 3분의 1에 불과했고 비타민채의 함량도 6.8%에 그쳤다. 이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그런데 적발된 이후 내담에프앤비의 대처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원래 표시한대로 한우 15.7%, 비타민채 8.7%로 함량을 높인 것이 아니다. 적발된 수준, 속였던 수준으로 표시만 바꿨다. 한우 5.5%, 비타민채 6.8%로 표시한 것이다. 실제 내용과 표시가 이제 같아졌으니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보통 식품기업들은 이런 잘못이 드러나면 해당 품목의 생산을 중단하거나 원래 표시했던 내용에 맞춰 정직하게 생산하는 것을 감안하면 ‘엘빈즈’의 대처는 거의 배짱 수준에 해당한다.
함량위반에 대한 소비자 피해구제방안 모색돼야
이번 엘빈즈의 파문은 시중에 판매되는 식품의 함량 위반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 무려 2년 6개월 동안 248억 원어치의 1000만 개의 제품이 함량을 속여 팔았지만 법으로는 해당 제품을 회수조치하거나 판매를 중단시킬 수 없다고 한다. 위해식품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소비자들이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 소비자단체들이 나서서 허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식약처가 엘빈즈를 식품위생법 등의 위반혐의로 수사 의뢰했기 때문에 이번 파문이 끝난 것은 아니다. 또 엘빈즈에 속아서 이유식을 아기에게 먹였던 부모들의 피해를 구제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강제성은 없지만 한국소비자원의 중재도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단체소송을 지원하는 방안도 모색돼야 할 것이다.
출산율 0.7명에 불과한 한국에서 아기 낳아 기르는 부모는 ‘애국자’이다. 이런 ‘애국자’를 기만하는 기업이 다시 나와서는 안 될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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