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한국적 부동산금융 모델, 더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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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kpinews.kr | 2024-06-17 14:36:07

부동산 PF위기는 22대 국회가 우선 대응해야 할 민생이슈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157%…OECD 국가중 최고치
경제성장기 가계자산 형성의 한국적 모델 이어져온 결과
선분양-주택대량공급-대량소비, 더는 지속가능하지 않아
부동산금융 생태계 변화 이끄는 입법·정책·시장 혁신 긴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위기다. 이 문제는 한국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이슈이자 국민 삶과 긴밀하게 얽힌 이슈다. 부동산은 매우 독특한 상품으로, 사회의 복합 현상이 총체적으로 집약되어 있어 가장 다루기 어려운 정책 대상으로 꼽힌다. 역대 정권의 명운을 좌우했던 이슈가 바로 부동산이다. 

 

제22대 국회 개원에 즈음하여 한국경제발전학회가 지난 금요일 국회에서 연 정책 심포지엄이 그래서 더 눈길을 끈다. 주제가 '지속가능한 부동산금융 생태계 구축방안'이었다. 필자도 이 심포지엄에 관여했다. 난마처럼 얽혀있는 부동산 시장 문제의 기저에는 부동산금융이 자리하고 있다. 종합적인 생태계 차원의 접근이 긴요한 시점이다. 22대 국회가 우선적으로 들여다보아야 할 시의성 있고 첨예한 민생 이슈다.

 

▲ 부동산 관련 이미지 [픽사베이]

 

최근 한국 부동산 시장은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고금리와 고물가 지속 등 거시경제여건 속에서 과도한 레버리지와 단기자금에 의존하는 개발금융 구조 등으로 시장 위축의 파장이 건설업을 넘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 대규모 부동산 PF 부실은 한국적 부동산금융 시스템의 취약한 리스크 관리 실태를 잘 드러내고 있다. 장기 모기지 금융이 발달되지 못한 데다 금리변동 위험을 가계가 고스란히 부담하는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높은 가격 변동성에 노출된 가운데 서민의 주거 안정성은 악화된 실정이다.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전국의 2만 여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계의 총자산 중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의 비중은 76%이며 가계부채 중 부동산 대출의 비중은 84%에 달한다. 이는 부동산 PF 등 부동산금융의 높은 익스포저(위험노출액)로 나타나고 있다. 공식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한국경제연구원 추정에 따르면 전세보증금은 2022년 기준 약 1058조 원이며 이를 포함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7%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과거 고도 경제성장기에 작동하던 가계자산 형성과 이에 수반된 부동산금융의 한국적 모델이 이어져 온 형국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 작동한 한국 특유의 선분양-주택대량공급-대량소비의 모델이 항상 지속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을 지금의 부동산 시장 위기는 시사한다. 공급 측면에서 부동산 PF 부실 위험과 악성 미분양 위험이 있고 수요 측면에서는 과도한 가계부채와 전세 위험이 있다. 이러한 위기는 단기적으로는 경기침체와 고금리 등 경기변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단기적 대책과 처방이 우선 강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보다 근원적으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 문제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모두 부동산금융과 긴밀히 연결되는 이슈다. 그래서 부동산금융의 생태계 변화를 도모하는 정책과 제도변화를 통해 공급 측면의 문제뿐만 아니라 주거안정을 위한 수요 측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와 같은 노력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지속가능한 발전, 그리고 모든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삶의 질에 궁극적으로 기여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시점에 출범한 제22대 국회의 책무가 막중하다. 부동산금융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정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는 데 민생을 중시하는 여야가 힘을 한 데 모으는 것은 당연하다. 학계와 입법부가 머리를 맞대고 제도개선 방안 등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토의하는 모습을 제22대 국회에서 보다 자주 볼 수 있어야 한다. 

 

아쉬운 점은 여야 입법가들이 이와 같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유인하고 촉진하는 제도적 인센티브가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생을 위한 정책 심포지엄에 굳이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여길만한 정당 인센티브 구조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지난 총선에서도 보았던 각 정당의 공천 시스템 등이다. 그러한 인센티브 구조에서는 플레이어의 행동이 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제도와 플레이어의 상호작용은 경제적, 사회적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 정치의 거버넌스에서 사회 복리(social welfare)를 추구하는 인센티브보다 다른 정치적 인센티브가 오히려 크게 작용하는 구조가 있다면 여기에는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 부동산 시장과 관련하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도전적 요소와 환경은 새로운 접근방식과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부동산금융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도시와 지역을 포함하여 우리 사회공동체가 더욱 건강하고 발전적이며 포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터전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과 시장, 미시와 거시를 함께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 

 

부동산 PF 위기는 구조적 국민 삶의 이슈다. 해면의 포말을 살피되 심해의 흐름을 간과하지 않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나무를 보되 숲을 보고 숲을 보되 산을 보라는 격언이 있다. 여야 입법가, 정책가, 시장운영가 모두에게 이러한 역량이 배가되어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오랜 기간 이어진 과거 한국적 부동산금융 모델은 이제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혁신이 긴요하다. 푸르름의 계절에 입법, 정책, 시장의 푸르른 혁신을 기대한다.

 

▲ 조홍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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