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확대 '치킨게임' 끝났나…허리띠 조이는 손보사들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5-05-27 17:20:36
수익성 악화되자 달라진 분위기…'사업비 효율화' 방점
손해보험사들이 올 들어 사업비 지출 축소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지난해 보장성보험 판매 과열로 비용지출이 컸던 만큼 올해는 실속을 차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손보업계 합산비율은 102.94%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106.07%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해 3.13%포인트 하락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이례적인 하락폭"이라고 평했다.
합산비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지출한 보험금과 운영비가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경과손해율(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 비율)과 순사업비율(보험료 대비 인건비, 광고비 등 운영비 비율)을 더해 계산한다.
예컨대 합산비율이 106%라면 100원을 받아 106원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100%를 넘으면 보험영업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2월 합산비율이 개선된 것은 순사업비율이 크게 하락한 덕이 컸다. 작년 12월 24.54%에서 2월 23.15%로 떨어졌다.
1분기 사업보고서에 순사업비율을 공시한 국내 손보사 2곳 모두 수치가 확연히 줄었다. NH농협손해보험은 1분기 순사업비율이 16.3%로 지난해 말(20.9%) 대비 4.6%포인트 급감했다. KB손해보험도 26.5%에서 25.0%로 1.5%포인트 내렸다.
순사업비율을 공시하지 않은 손보사에서도 비용절감 노력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현대해상은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에 '최적 사업비 집행 체계 수립·정착', '영업사업비의 효율적 집행' 같은 문구를 새로 담았다.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에는 없던 문구다.
삼성화재도 순사업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광고선전비를 1년 전보다 대폭 줄였다. 삼성화재의 연결재무제표를 보면 올해 1분기에 59억2500만 원의 광고선전비가 집행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7억9200만 원을 지출한 것과 비교하면 89억원(60%) 감소했다.
손보업계의 보험영업 수익성지표는 지난해까지 악화일로였다.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로 보장성보험 계약에서 발생하는 미래 이익(CSM)이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지표로 부상하면서 판매경쟁이 과열된 탓이었다.
손보사들은 보장성보험 판매를 위해 설계사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을 크게 늘렸다. 이에 2023년 1월 79.58%이었던 경과손해율은 작년 말 81.53%까지 올랐고 순사업비율은 21.30%에서 24.54%로 올랐다. 100.88%였던 합산비율은 106.07%까지 뛰었다.
보장성보험이 활발하게 팔려 나가면서 장기인보험이 전체 원수보험료의 52%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그러나 사업비 지출이 12% 급증하면서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결국 무리한 영업으로 손해가 더 커지자 손보사들이 방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업계 전반적으로 CSM 확보 경쟁이 가장 중요한 지상과제였다"며 "하지만 이제는 실질적인 수익성을 함께 따지는 양상"이라고 했다. '치킨게임'이 끝나고 실속을 따지는 흐름이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보험산업연구실장은 "보험사들이 신계약 증대에 치중한 덩치 키우기에 나설수록 사업비율이 더욱 상승한다"며 "당장 CSM을 올리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수익과 사업비는 결국 마이너스(-) 관계"라고 지적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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