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효과 덮은 '1인1표제'…당내 반발에 결정 1주 뒤로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 2025-11-24 16:29:58
당무위 토론중 고성, 이언주 공개 비판…친명계 불만 토로
중앙위 28일→12월 5일…지도부 "우려 수용, 보완책 논의"
리얼미터 李지지율 55.9%, 1.4%p↑…주후반↓, 개정 악재
더불어민주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등 당내 선거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에게 똑같이 '1인 1표'를 부여하는 당헌 개정안의 처리가 24일 미뤄졌다. 최종 결정을 내릴 당 중앙위원회가 당초 오는 28일 예정됐는데, 다음 달 5일로 일주일 연기된 것이다.
권리당원 20명에 해당하는 대의원 1명의 표 가치를 대폭 축소하는데 대한 당내 반발과 저항이 거셌기 때문이다. 정청래 대표는 '공천 혁명'을 이유로 지난 19, 20일 당원투표까지 실시하며 권리당원 권한 강화의 당헌·당규 개정을 밀어붙였으나 '속도조절'이 불가피했던 셈이다.
"정 대표가 내년 8월 당대표 연임을 위해 졸속 개정에 나선 것"이라는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 8·2 전당대회에서 경쟁자인 박찬대 의원에게 대의원 투표에서 밀렸으나 60%가 넘는 권리당원들의 지지를 받아 승리했다. 그런 만큼 1인1표제가 도입된 뒤 정 대표가 연임에 도전하면 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당내 다수 의원을 차지한 친명계가 정 대표에게 의구심을 거둘 수 없는 배경이다. 대의원은 각 지역에서 국회의원이나 원외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표다. 이번 당헌 개정은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 수순이고 의원들의 힘을 빼는 노림수라는 게 친명계 인식이다. 결국 당권과 정국 주도권이 정 대표에게 쏠려 이재명 대통령과 친명계 입지는 좁아질 수 있다는 경계심이 만만치 않다. 당 일각에선 "1인1표제가 '명청(明淸) 전쟁' 서곡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앙위에 앞서 당헌 개정안을 의결한 이날 당무위는 고성이 오가는 등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헌 개정이 숙의 없이 추진된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큰 소리가 회의장 밖으로도 들렸다. 권리당원이 집중된 호남 여론 과대표 우려 등을 들어 선출직 최고위원 다수가 보완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브리핑에서 중앙위 연기에 대해 "1인1표제에 대해 일부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의견을 더 듣고 보완책을 구체화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정 대표가 중앙위 일정 수정안을 직접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의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은 찬성률이 86.81%였으나 투표율은 16.81%에 그쳤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절차의 정당성과 민주성 확보가 실제 논란의 핵심"이라며 "중요 제도를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단 며칠 만에 밀어붙이기 식으로 하는 게 맞느냐"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대통령 순방 중 이렇게 이의가 많은 안건을 밀어붙여 당원들을 분열시킬 필요가 있는가"라고 따졌다. 그는 정 대표가 앉은 자리에서 쓴소리를 쏟아낸 뒤 퇴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7박10일' 해외 순방길에 올랐다. 지난 22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 계기로 중동·아프리카 핵심 국가와 릴레이 다자·양자회담을 갖고 '국익중심 실용외교'를 펼쳤다. 24일(현지시간)엔 마지막 방문국인 튀르키예에 도착해 정상회담을 갖는다.
그간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당의 강경 노선이나 잡음 등으로 정상 외교 성과가 묻힌다는 지적이 나와 이 최고위원의 문제제기는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비친다. 정 대표도 이를 의식해 신중한 행보를 공언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문제와 관련해 "당원 요구가 많은 것도 안다"면서도 속도조절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의 순방 외교가 빛바래지 않도록 당·정·대 간 조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출국 길에 오르자마자 당헌 개정을 위한 당원투표 실시를 천명했다. 21일엔 투표 결과에 대해 "90%에 가까운 당원의 뜻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주장하며 속전속결로 당헌 개정을 밀어붙였다.
당내 파열음이 커졌고 "1인1표제 논란이 이 대통령 순방 효과를 덮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강득구·윤종군 의원 등은 전날 당헌 개정이 '졸속'이라며 반발했다. 일부 당원은 '당헌·당규 개정안 의결 무효 확인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자는 연판장까지 돌리고 있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7∼21일 전국 유권자 2523명 대상 실시)에 따르면 이 대통령 지지율은 55.9%를 기록했다. 지난주 조사와 비교해 1.4%포인트(p) 상승했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주 중반 반등했다 주 후반 다소 하락했다고 리얼미터 측은 설명했다. 지지율 상승에는 해외 순방 중 경제외교 성과, 하락에는 코스피 3900선 붕괴 등 경제 불안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리얼미터 분석이다. 하지만 주 후반 격화한 1인1표제 논란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시각이 적잖다.
정 대표 측은 '사심 정치'가 아니라고 진화를 시도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청래 재선용' 음모론이 등장하며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며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의원과 전략 지역에 대한 보완 내용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리얼미터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4.8%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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