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의 주마등] 대형마트 멸망 시대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 2025-03-07 15:17:36
게을러지고 성격 급해져 이커머스 애용해 잘 안가
홈플러스 회생 절차…'추억의 마트' 위기 극복하길
| ▲ 서울의 한 홈플러스. [뉴시스]
▶8년 전, 신혼 때만 해도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 다녔다. 남편과 같이 카트를 끌고 줄서서 시식을 했다. 흔히 아는 '신혼부부의 정석'을 흉내 냈다. 마트를 돌다 보면 예정에 없던 물건을 사기도 하고 되레 사야 할 것을 안사고 집에 오기도 했다. 할인행사가 있는 날엔 마실 나가듯 구경 갔다. 이 모든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한 달에 두세 번은 갔다. 요즘은 한 달에 한 번도 가지 않는다.
▶마트가 싫어진 게 아니다. 스트레스 해소·운동효과 등 오프라인 장보기의 장점도 알고 있다. 그저 더 게을러지고 성격이 더 급해졌을 뿐이다. 가장 편한 걸 택한다. 굳이 마트에 가지 않아도 이커머스에서 원하는 상품을 살 수 있다. 가격 비교가 편하고 당일 배송도 가능하다. 반품마저 쉽다. 처음엔 생필품만 샀지만 이젠 음식까지 산다. '마트 앱'도 있지만 배송 가능 점포를 고르고 물건 재고도 살펴야 한다. 배송 가능 시간도 제한적이다. 이래저래 손이 잘 안 간다.
▶여러 논란 속에서도 '쿠팡'이 유통가 선두를 달리는 이유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41조 원을 찍었다. 국내 대형마트 전체 판매액 37조 원을 넘어섰다. 다 같이 편먹고 싸운다 해도 쿠팡 하나를 못 이기는 셈이다. 거기에 네이버까지 참전 중이다. 네이버는 배송일을 오늘·내일·희망일로 세분화한 서비스를 선보인다. 테무·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도 경쟁자다. 안 그래도 힘든 불경기에 대형마트에겐 더 가혹한 시대가 도래했다.
▶충격적인 소식까지 전해졌다. 국내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가 지난 4일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한때 납품 중단 사태를 빚기도 했다. 홈플러스 위기의 단적인 이유는 대주주 MBK의 경영실패다. 이 바탕엔 2021년부터 적자를 기록한 '실적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이렇다 보니 매각에 난항을 겪었다. 홈플러스 위기에 이마트·롯데마트가 반사이익을 얻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 다른 마트에게도 언제 닥칠지 모를 비극이다. 소비자가 변하면 마트도 변해야 한다. 오프라인 정체성은 지키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소 모순적이지만 개인적으로 홈플러스가 위기를 잘 이겨냈으면 한다. 우리 세대에겐 '추억의 마트'이다. 오늘따라 괜스레 홈플러스 CM송이 귓가에 맴돈다.
KPI뉴스 /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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