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의 주마등] 괴물 산불, 괴물 인간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 2025-04-04 10:51:22

봄꽃 대신 불꽃…동시다발적 산불, 보름 지나 꺼져
4만8천㏊ 전소·75명 사상 등 피해 큰데 원인 '실화'
가해자검거율·처벌 낮아…괴물은 산불 아니고 인간

 

▲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국곡리에서 산불 피해 주민들이 전소된 집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처음엔 다소 안일했다. 걱정되면서도 단연코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 진화 뉴스'를 보리라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바람이 가세하자 불은 거세졌다. 거대한 자연 앞에 인간은 속수무책이었다. 언제까지, 또 어디까지 갈지 두려운 마음뿐이었다. 화마가 덮친 지역과 먼 곳에 있었음에도 마음만은 옆에서 겪은 것처럼 타들어갔다. '봄꽃'을 피워야 할 시기, 팔도 강산에 '불꽃'이 일어나고 있었다.

 

비 소식에 출근길 우산을 챙기다 무심코 "아 왜 비"라고 말을 뱉다 아차 싶었다. 그새 망각(忘却)하고 망언(妄言)했다 자책하던 찰나였다. 7세 아들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비가 왜! 비가 더 와야지! 많이 와서 산불 다 꺼졌으면 좋겠다" 그 말을 듣곤 얼굴이 화끈거렸다. 말로는 걱정된다 해놓곤 당장의 불편함에 실언을 하던 나보다 훨씬 나았다. 아이 말이 맞았다. 비구름을 영남권에 몰아줘도 모자랄 터였다. 제발 비가 많이 오길 바라며 문을 나섰다.

 

불은 보름이 지나서야 다 꺼졌다. 피해는 너무 컸다.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탓에 여러 지역이 폐허가 됐다. 피해 면적은 4만8000㏊ 이상이다. 서울 면적 80%와 맞먹는다. 사망자 30명을 포함해 사상자는 75명이나 된다. '산불'로 가족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허망하기 짝이 없다. 3000여 명은 집을 잃었다. 전쟁에도 끄떡없던 천년고찰은 '잿더미'가 됐고 뛰놀던 수많은 동물들은 '사체 더미'가 됐다. 소방대원, 공무원 등은 그을림 아래서 여전히 고생 중이다. 단연코 '역대 최악의 산불'이다.

 

가장 어이없는 것은 산불 대부분이 '실수'로 났다는 것이다. 묘소 정리, 쓰레기 소각 등에 '발화'됐다. 그렇게 많은 사람과 많은 것을 삼킨 '괴물 산불'이 어이없게 시작된 것이다. 더 문제인 것은 이렇게 화마가 휩쓸고 지나갔음에도 누군가는 여전히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벌이 너무 약해서일까. 산불 가해자는 검거율이 낮고, 처벌 수위도 낮은 편이다. 혹자의 말대로 산불에 가해자 이름이라도 붙여야 '실수'가 사라지지 않을까. 요즘 매일 아침, 산불 예방 '안전재난문자'를 받고 있다. 불은 꺼졌지만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내일 식목일을 앞두니 마음이 참 그렇다. 더 이상 그놈의 실수로 대한민국을 '까맣게 칠하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 진정한 '괴물'은 산불이 아니라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다.

 

KPI뉴스 /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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