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남훈 "농어촌 기본소득=퍼주기? 결과 보고 말했으면"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 2025-11-18 14:42:13
"농어촌, 공익적 기능과 중요성에 비해 보상 너무 적어"
"시범 사업 국비 비중, 40%→50% 정도로 확대가 적절"
"마을 단위 햇빛·바람 발전소 만들어 소득 얻게 해야"
지난달 20일 전국적으로 7개 군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6~2027년 시범 사업을 거쳐 본 사업 방향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 사업은 이재명 정부의 농업·농촌 부문 주요 국정 과제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이 제시한 공약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사업과 관련해 이런저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KPI뉴스는 한국형 기본소득을 연구해온 강남훈 한신대 명예교수에게 이 사업에 대해 물었다. 강 교수는 '이 대통령의 기본소득 스승'으로 불리는 경제학자로, 이번 사업의 대상지 선정을 위한 평가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인터뷰는 지난 17일 강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사단법인기본사회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기본소득 시범 사업을 농어촌부터 시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사업에 대한 국민적 합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바로 실시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농어촌은 식량을 공급하고 환경을 보존하는 공익적 기능을 하고 있지 않나.
특히 기후 위기 시대에 식량 생산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공익적 기능과 중요성에 비해 종사자들에 대한 보상이 너무나 적다. 평균 소득이 도시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한 농어촌부터 기본소득 사업을 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
ㅡ해외의 기본소득 실험 사례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
"다른 나라에서는 대개 가난한 사람을 일부 선별해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기본소득이 개인 심리나 활동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정도만 측정할 수 있었다.
그와 달리 이번 시범 사업은 선정된 군 주민 전체에게 주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소득의 거시 경제 효과는 물론 공동체 의식 변화 같은 공동체 효과도 측정할 수 있다.
전 주민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사례가 외국에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미국 알래스카 주에서 매년 주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데, 대다수 주민에게 '알래스카의 땅과 땅속에서 나는 건 주민 모두의 것이다'라는 의식이 있다고 한다. 그런 '공유 부'(common wealth) 의식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ㅡ사업 대상지 선정과 관련해 논란이 있다. 군이 아닌 54개 도농통합시의 농촌 지역은 대상지에서 배제된 것도 그중 하나다.
"하나의 지자체 예산은 그 주민 전체를 위해 쓰이는 게 좋다. 이번 사업 예산에서 해당 지자체가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도농통합시의 경우 '도시 사람에게 갈 예산을 줄여 농촌 사람에게만 준다'고 비치면 합의가 쉽지 않은 면이 있다. 이런 사업은 최대한 빨리 확대되고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방식으로 넓혀 나가는 것이 좋다."
ㅡ국비 40%, 지방비 60%라는 사업비 부담 비율이 적정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민주당에서 이 사업 지역을 7개에서 12개로, 국비 비중을 40%에서 50%로 늘리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나는 국비 비중을 50% 정도로 확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얼마 전 사업 지역 군수들이 그 비율을 80%로 높여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는데, 그렇게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앙 정부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가게 되면, 나중에 이 사업을 전국의 인구 감소 지역 69개 군 전체로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 중앙 정부 부담분을 많이 올리는 것보다는 사업 대상 지역을 빨리 확대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ㅡ대상지로 선정된 군에서 이 사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의 복지 또는 농업 예산을 삭감하려는 모습이 나타나 논란이다. 그런 식으로 사업비를 충당해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면 조삼모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쪽 예산을 돌려쓸 때는 기존 수혜자들의 복지 금액이 줄어들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예산을 살펴보면 그간 농촌을 살리는 데 거의 효과가 없었던 부분도 있지 않나. 토건 예산 중 상당 부분이 그렇다. 그런 예산만 잘 조정해도 주민들에게 한 달에 30만 원은 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토건에 치중된 예산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구조조정하는 효과도 이번 사업에서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ㅡ국민의힘 쪽에서는 이번 시범 사업에 대해 '퍼주기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쓸데없이 '퍼주기' 사업을 한다고 그러는데 시범 사업 지역에는 각종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많이 뽑는 군들도 들어가 있다. 그런 곳들에서 이 사업이 효과가 있는지, 주민들이 만족하는지 등 결과를 보고 말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사업 결과로 보여주며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지속하면, 시범 사업 지역 주변의 다른 지자체 주민들도 정치인들에게 의사 표현을 하지 않겠나. 그때 '왜 저기만 기본소득을 줘? 못 받게 해'와 '우리도 줘', 이렇게 정치적으로 두 방향이 가능한데 후자 쪽으로 작용할 것 같지 않나?"
ㅡ시범 사업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농어촌 기본소득과 다른 정책을 결합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읍면장 주민 추천제 시범 실시, 주민 자치회 의무 도입 등을 통해 농어촌 사회에 아래로부터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얘기다.
"바람직한 제안이다. 민주주의를 지방의 작은 단위까지 확대하는 큰 전략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에 더해, 아주 중요한 마을 단위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바로 재생 에너지 사업이다. 마을 단위로 공유 토지에 주민들이 지분을 갖는 햇빛·바람 발전소를 만들고 거기서 소득을 얻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반드시 모색해야 한다."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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