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의 길로 들어서는 與…'김건희 문자' 놓고 계파갈등 확산일로
박지은
pje@kpinews.kr | 2024-07-08 16:15:00
'3차 尹·韓 충돌' 진행중…대통령실 "더이상 언급 안할 것"
합동연설회…원희룡 "韓과 함께" 나경원 "계파정치 타파"
韓 "당 망가뜨리면서 이기면 뭐가 남나…제가 인내하겠다"
'김건희 여사 문자 메시지'를 둘러싼 논란이 여권 분열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문자 폭탄을 맞은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는 친윤·친한 계파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대통령실의 전대 개입 의혹이 불거지며 당대표 경선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미래 권력인 한동훈 후보의 반목과 불신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종섭·황상무 건'에 이어 '3차 윤·한 충돌'이 진행 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에선 "두 사람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는 관측이 적잖다. 그런 만큼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 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이 탈당 등 강수를 선택하면 여권 앞날은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빠질 수 있다.
문자 메시지 논란은 지난 1월 당시 비대위원장인 한 후보에게 김 여사가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겠다"는 문자를 보냈으나 '읽씹'(읽고 무시)당했다는 내용이다.
일부 친윤계 원외당협위원장이 한 후보의 당 윤리위 제소와 사퇴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추진했다가 일단 접은 건 예고편에 불과하다. 윤리위 제소는 과거 이준석 대표를 축출할 때, 연판장은 나경원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저지할 때 친윤계가 썼던 카드다. 한 후보 측은 친윤계와 용산을 향해 "노골적인 전대 개입"이라고 반격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7일에 이어 8일에도 "전대 선거 과정에서 일체의 개입과 간여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야당 공세의 빌미를 줄 수 있는 '당무 개입'으로 비치는 상황을 강하게 경계한 것이다. 한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미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말씀 드렸고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후보 측은 친윤계와 용산을 압박하는 전략을 이어갔다. 한동훈 대표 후보 캠프의 정광재 대변인은 MBC 라디오에서 "한동훈이 당 대표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발로가 문자 공개로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후보 측 박정훈 최고위원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이번 논란과 관련해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이 거론된 언론 기사를 인용하며 "문자 유출 기획자가 누군지, 그게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고 적었다. 이 의원을 배후로 지목한 셈이다.
이번 파문은 한 후보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된 체제에서의 당정관계에 대한 당원들의 불안심리를 키울 수 있어서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한 후보의 총선 참패 책임론을 연일 부각하며 비방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를 바꿀 정도의 파급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반대로 한 후보를 찍어내기 위한 대통령실의 개입 논란으로 이어지면 동정 여론이 확산할 수 있어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여당 지도부는 대통령실 개입설에 선을 그으며 당대표 후보들의 비방전 자제를 촉구했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용산 개입설과 관련해 "결코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없고 전혀 그런 점에 대해 염려는 없다"고 못박았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공방으로 자해적 행태를 보인다"며 "대통령실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권은 패가 갈려 싸우는 일이 번지는 모습이다. 김재섭 의원은 한 후보를 엄호했다. 그는 SBS라디오에서 "대통령실의 전대 개입"이라며 "김 여사 문자는 임금님의 교서가 아니고 대답을 안 했더라도 그게 왜 문제인가"라고 꼬집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 후보를 저격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훈은 지금 유승민의 길로 가고 있다"며 "배신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당내에선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역 의원 108명이 모인 소셜미디어 단체대화방에선 "이쯤이면 경쟁이 아닌 자해"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원희룡 후보는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이날 광주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단합을 강조했다. 그는 "당과 정부가 갈라지면 정말 우리 다 죽는다"며 "당의 소중한 미래 자산인 한동훈 후보 등과 모두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후보는 "우리끼리 싸우고 갈라치고 줄 세우고 줄 서고 절대 안 된다"며 "계파정치를 타파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한 후보는 "우리는 분열하고 있지 않나"라며 "당을 망가뜨리면서 이기면 뭐가 남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저는 그러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겠다. 제가 인내하겠다"고 전했다.
윤상현 후보는 연설회 후 기자들과 만나 "누가 되든 이 당은 공멸의 길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원, 한 후보를 비판했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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