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대한민국, 지식재산 대국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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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kpinews.kr | 2025-09-11 14:35:25

매년 9월 4일은 지식재산의 날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이광형 위원장,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위원장과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국장,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 국장 등 입법·사법·행정부의 지식재산 담당 공무원, 기업인, 학자, 연구자, 언론인 등 산학연(産學硏政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8회 지식재산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특허법원장은 다른 사정으로 오지 못했지만, 나머지 관련 종사자는 대부분 총출동해 'IP 강국 코리아'를 다짐하는 뜻깊은 행사였다. 특히, 이날 기념식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특허청을 지식재산처로 승격하겠다는 약속을 한 직후에 열려 지식재산인들은 기쁜 마음으로 축사와 더불어, 지식재산 생태계 발전에 공로를 세운 유공자를 포상하는 등 잔치 분위기로 진행됐다.

 

 

▲ 대한민국과 지식재산 관련 이미지 [챗GPT 생성]

 

지식재산의 날은 2001년 9월 4일에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이 UN 산하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해 2018년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주도해 법정기념일로 제정한 날이다. 이런 직접적인 제정 계기를 떠나 생각해봐도 우리나라는 먼 옛날 선조 때부터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지식재산의 유구한 전통을 보유하고 있는 창의적인 문화예술과 과학기술 선진국이었다.

단군의 홍익인간 건국이념으로부터 시작해 삼국 시대 백제 자기와 신라 왕관, 고구려 광개토왕비 등 걸출한 문화유산들이 그러하다. 통일신라의 석굴암과 고려의 팔만대장경은 어떠한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가우디의 성가족성당 저리 가라 하는 종교 예술의 정수다. 고려는 여러 차례 거란과 몽골의 침략전쟁에 맞서 화포와 로켓 등 첨단 과학기술 병기를 개발했을 뿐 아니라, 직지심체요절 같은 문화유산도 남겼다. 무려 구텐베르크의 성경 인쇄본보다 78년 앞선 한민족 과학기술의 흔적이다.

유교의 주자학이 정신적 지주로 자리 잡은 조선 시대에 들어서는 한 단계 승화된 위업들이 줄을 이었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는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어 더 한층 귀하게 조명 받는 민족사적 쾌거다. 유럽 대륙의 영미계 국가들 문자는 페니키아 알파벳을 요리조리 변형한 파생종이고 중국 한자도 사물의 형태를 흉내 낸 고대 갑골문자의 진화형에 불과한데 반해, 한글은 태생부터 천지인(天地人) 우주의 운행원리와 발음기관의 구조 및 형태 등에 기초한 과학적이고도 철학적인 독창적 문자였다. 장영실이 발명한 물시계를 비롯한 측우기, 천체 관측도구 등은 가히 중세의 에디슨이라 할 만한 이공계 천재다운 낭중지추를 보여줬다.

박연이 정리한 우리 고유 음악은 중국 음률이 아닌 한민족만의 가락과 얼을 과시했다. 세종은 스스로 균화(鈞和)라는 음악 이름(樂名)을 짓고 당시 선진국인 중국에서조차 사라진 문화통치의 전통을 승계함을 자랑스러워했다. 동양 문명의 탄생지인 요순 태평성대 통치철학은 예악(禮樂)을 기본으로 했다. 예는 나를 둘러싼 바깥세상, 즉 외치의 기본원리였다. 타인에 대한 존중과 소통의 수단이다. 반면 악은 나의 내부세계를 다스리는 내치의 이념이다. 내 마음을 닦는 수양의 도구라고 할까. 선비는 남에게 예를 다하고 스스로 거문고를 뜯으며 음악으로 심신수양을 했다. 예와 악은 둘이 아니라 하나였다. 안팎으로 소통하는 국가와 개인의 기본철학이자 사회원리였던 것이다. 지금 전 세계를 휩쓰는 K팝의 깊은 뿌리에 청소년의 고민을 위로하고 인류평화까지 기여하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겨있음은 우연이 아니다.

과학기술은 또 어떤가. 충무공의 거북선으로 대표되는 조선의 신무기는 과거 조상의 과학문화 전통을 이어받은 혁신 군사기술이었다. 다산 정약용을 비롯한 후기 실학파들의 다채로운 발명품과 독창적 사상은 중체서용(中體西用), 동도서기(東道西器)를 몸소 실천한 실용 정신의 정수였다.

이렇게 조상 자랑만 늘어놓고 끝날 일인가. 대한민국의 근대화 과정 자체가 창의적 지식재산 발전의 역사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일제 강점기 임시정부와 광복 후 정부 수립, 1960년대 경제개발5개년 계획에 따라 서서히 제조업 강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우리나라. 이제 뛰어난 과학기술의 독창적인 두뇌와 흥, 끼로 무장한 문화예술의 풍부한 감성으로 지식재산 대국이 될 날이 왔다.

지적소유권 또는 지식재산이라 부르는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서구의 전유물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많다. 물론 현대적 의미의 지식재산(IP, Intellectual Property)은 이탈리아 베니스 공화국의 장인 독점권이 시초이긴 하다. 우리나라 조선 왕조의 육의전 같이 왕실에 납품하는 대형 상인들에게 독점적인 공급권을 보장해준 것과 유사하다. 15세기 베니스 공국은 도자기, 유리공예 등 동양으로부터 수입되는 값비싼 첨단제품을 만드는 장인을 모셔와 수십 년 판매권을 공인해주었다. 현대의 특허제도 유래를 여기서 찾는 것이 학계의 다수설이다. 이후 구텐베르크 활자가 발명되면서 출판업자의 권리확보 수단으로 저작권이 고안되고 이후 영업비밀, 상표, 실용신안 등 다른 IP로 확대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지식재산은 서구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식재산을 쉽게 풀이하면 "나, 사업할거야"하는 산업경제적인 마음가짐이다. 달리말해 비즈니스 마인드, 창업의지,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라 불러도 좋다. 과학기술이든, 문화예술이든, 산업현장이든 좋다. 어린 10대 학생부터 가정주부, 은퇴한 노인 누구라도 좋다. 남이 못 떠올린 창의적인 돈벌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사업화하는 이가 바로 지식재산인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국민 모두가 발명왕 에디슨, 창작왕 디즈니라면 그 나라는 금방 부자가 될 뿐 아니라, 다른 나라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존경도 받는 매력국가가 될 것이다. 이것이 김구 선생이 자서전 '나의 소원'에서 예언하신 문화대국이다. 조상의 오랜 전통을 되살려 한국이 글로벌 지구촌을 선도하는 지식재산 대국이 되길 다시 한번 기원한다. 매년 9월 4일은 지식재산의 날이다.  

 

▲ 노성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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